배우 정준호.

배우 정준호. ⓒ 트리플픽쳐스

 
배우 정준호가 전주시장의 추천으로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후보 중의 한 명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연합뉴스>는 19일 전주시는 배우 정준호를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했고, 전주국제영화제 이사장인 우범기 전주시장이 추천한 만큼 이변이 없으면 조만간 집행위원장으로 확정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주영화제 측은 "시장님이 추천했다고 해서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이사들이 추천한 후보도 있기에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주시장의 제안에 정준호 배우는 '시장님이 제안하는 것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촬영 중이라 국내에 돌아온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은 "전주시장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보니 사업 수완이 좋은 정준호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며 "정준호 배우가 예전 선거에서 주로 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지원유세를 다닌 것 등은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호 배우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선거를 도운 바 있고, 2016년에는 "좋아하는 형님"이라며 민주당 임종석 예비후보를 지원하는 등 여야 정치권과도 두루 교류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보수정권 시절 표현의 자유 지킨 전주영화제

영화계는 정준호 배우의 집행위원장 내정 소식에 다소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우선 20년 넘게 성장해 온 국내 영화제인 만큼 경험이 적은 사람이 맡기에는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사업 수완이 좋고 정치권과 다양하게 교류했다고 해도 정준호 배우가 보수적인 성향의 연예인으로 인식돼 온 만큼, 전주영화제의 정체성과 맞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와 부산영화제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전주영화제는 표현의 자유 수호와 영화 해방구로서 역할을 자임하며 영화계 투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았었다.

전임 김승수 시장은 "외압이 작용하더라도 이를 막아내는 것이 조직위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적 압력이 있었음을 에둘러 내비치기도 했다.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영화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상영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전주영화제의 의지가 작용한 덕분이었다. 
 
 지난 4월 28일~5월 7일까지 개최된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지난 4월 28일~5월 7일까지 개최된 23회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한 관계자는 "한국형 국제영화제가 지자체장의 의지나 태도에 따라 융성하기도 하고 몰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국내영화제 관계자는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역량이 있는지 판단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의 책임 있는 관계자는 "언론의 보도가 앞서가는 면이 있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시장님이 특정인을 밀어붙이는 게 절대 아니다. 영화계의 의견을 철저히 존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은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지 시장님이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기본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이 시장님의 뜻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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