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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바라는 공립유치원 학부모들은 18일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은 공사립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유아에게 차별 없이 교육비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다(자료사진).
 대전지역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바라는 공립유치원 학부모들은 18일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은 공사립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유아에게 차별 없이 교육비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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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대전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전광역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회가 시장의 지시를 받들어 '청부입법'을 했다는 의혹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공립유치원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를 규탄하고, 735명이 동참한 공립유치원 차별 반대 서명지를 대전시 민원실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교육청과의 교육행정협의회의 안건으로 관련 조례에 의한 유아교육비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14,800여 명에게 월 12만원씩을 지급하되, 대전시와 교육청이 각각 4:6의 비율로 분담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시의 제안대로라면 총 178억원 정도가 필요하고 대전시가 71억원, 교육청이 나머지 10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전시는 교육청과 사립유치원 지원 관련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시 자체 예산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9천여 명에게도 같은 금액만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108억원이 소요된다.

정리하자면, 대전시는 사립유치원 40%와 어린이집 전체를 대상으로 179억원을 부담하고, 대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60%에 해당하는 107억원을 내게 된다. 다만, 이 방안을 교육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립유치원 취원율이 전국 꼴찌인 상황에서,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에게만 교육비를 지급하면 공립유치원이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가? 간단한 해결책은 공립유치원 유아 4천여 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여 똑같이 교육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48억원 정도면 가능하다. 문제는 '대전광역시 유아교육비 지원 조례' 제4조2항이다. 해당 조항은 "법령이나 다른 조례에 따라,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유아교육비를 지원받는 경우 지원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공립유치원은 사실상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지원할 유아교육비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례 제4조2항은 "지원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지원하면 안 된다"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또한, 대전시의 방침에 따라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만 지원할 경우 명백한 차별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 3~5세 유아를 둔 학부모가 가정에서 양육할 수도 있고 공립유치원에 보낼 수도 있는데, 그런 이유로 유아교육비를 지급받지 못한다는 건 부당하기 때문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번 조례 제정이 "아이 키우기 좋은 대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의회가 발의한 해당 조례 제1조에도 "무상교육을 실현하여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저출생․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그래놓고 어느 곳에도 다니지 않는 유아와 공립유치원 유아 4천여 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실상 사립유치원에 혜택을 몰아주려는 의도이다.

그게 아니면 달리 설명이 안 된다. 대전시와 시의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95%가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을 앞장서 돕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공립유치원 학부모를 차별해선 안 된다. 유아교육의 무상화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게 공립유치원을 고사 위기로 내몰고 사립유치원 쏠림 현상을 심화하는 방향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10월 19일 열릴 예정이던 시와 교육청 간의 교육행정협의회는 서로 의견 접근이 안 되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순으로 연기되었다. 대전시가 진정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꿈꾼다면, 공․사립 차별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만 3~5세에 해당하는 모든 유아에게 대전형 아동수당 성격의 유아교육비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태그:##대전 유아교육비, ##공립유치원 차별, ##아동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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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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