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백> 공식 포스터.

영화 <자백> 공식 포스터. ⓒ 리얼라이즈픽쳐스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는 스릴러 장르의 묘미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장르의 기본 공식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에게 끝까지 사건을 두고 고민하게 하는 구성이었다. 사건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범죄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의 복수극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영화 <자백> 또한 기본적으로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도유망한 사업가기에 불륜 사실이 알려져선 안되는 IT 기업 대표 민호(소지섭)는 뜻하지 않게 살인 사건 용의자로 수사받는다. 내연녀 세희(나나)와 함께 범죄를 은닉하려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사건의 피해자와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민호를 옥죄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유민호와 유능한 형사 전문 변호사 신애(김윤진)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내연녀 세희는 죽었고, 민호 또한 해당 사건으로 협박당했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한다. 내연녀를 죽였다고 의심받는 과정에서 수세에 몰린 민호는 신애에게 꼭 변론을 맡아달라 부탁하는 상황이다.
 
용의자와 그 변호사의 대화와, 과거 회상의 교차. <자백>은 변론을 맡기 위해 의뢰인에게 진실을 들어야 하는 신애의 당위성을 지렛대 삼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아니 찾아가는 것처럼 유인한다. 왠지 모르게 진실 말하길 피하는 민호를 이리저리 구워삶는 신애와 그런 신애를 끝까지 의심하는 민호의 모습은 영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일종의 수싸움 내지는 심리 싸움으로까지 확대된다.
 
사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다. 자꾸 핵심 내용을 빠뜨리는 민호의 의뭉스러움과 신애의 집요함이 대비되면서 이야기의 핵심이 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에 있지 않다는 뉘앙스를 가득 풍기기 때문이다.
 
<자백>이 영리한 지점은 의례 여느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그러했듯 관객에게 미제 사건에 관심을 돌리게 해놓고, 정작 영화가 말미에 제시하려는 핵심 주제를 향해 미묘하게 여러 요소들을 빌드업(build-up) 하는 데에 있다. 대체 민호는 정말 무죄인지, 그를 변호하는 사람은 정의로운지, 죽은 세희와 또다른 실종자의 관계는 무엇일지 쫓다 보면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게 핵심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미제 사건이 일종의 구성적 '맥거핀'(작품 줄거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묶어 둠으로써 공포감이나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이라면 그와 함께 크고 작은 의도된 맥거핀이 <자백>에 가득하다. 예를 들면 사건 발생 장소에서 멀지 않은 민호의 별장까지 급히 찾아와 대화를 듣는 신애가 몰래 심어 놓은 마이크 같은 소품들이 그렇다. 마치 결말에서 이를 활용할 것처럼 몇 가지 설정을 깔아놓고 나선 정작 다른 데서 결정적인 설정을 드러내는 식이다.
   

'자백' 소지썹 소지섭 배우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자백>시사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6일 개봉.

▲ '자백' 소지썹 소지섭 배우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자백>시사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6일 개봉. ⓒ 이정민

 

'자백' 소지섭-김윤진-나나 소지섭, 김윤진, 나나 배우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자백>시사회에서 2년 전 촬영 당시의 자신들의 모습과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6일 개봉.

▲ '자백' 소지섭-김윤진-나나 소지섭, 김윤진, 나나 배우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자백>시사회에서 2년 전 촬영 당시의 자신들의 모습과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늦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6일 개봉. ⓒ 이정민


 
모처럼 영리하고 탄탄한 스릴러 영화가 탄생했다. 소지섭과 김윤진 모두 시나리오에 반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 바 있다. 배우 경력에서 처음으로 스릴러 영화에 도전한 소지섭은 18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제 낯선 모습이 많이 보인 것 같아 만족한다.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재미있는 장르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미 스릴러 퀸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김윤진, 그리고 배우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나나 또한 <자백>에서 발견한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자백>은 스페인 영화 < Contratiempo >(2016)을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결과물이다. 국내엔 <인비저블 게스트>로 알려진 원작 영화도 그 긴장감이 높은 편인데, 여러모로 한국 리메이크작의 완성도가 나아보인다.
 
한줄평: 영리하면서도 장르 공식에 충실한 스릴러의 탄생
평점: ★★★★(4/5)

 

영화 <자백> 관련 정보

감독: 윤종석
출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주)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105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2년 10월 26일
 
 
   

자백 소지섭 김윤진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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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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