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이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앨범을 선보인다. 악뮤(AKMU) 이찬혁이 아닌 솔로 이찬혁으로 내놓는 첫 번째 앨범의 주제가 예사롭지 않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신사옥에서 이찬혁의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의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내는 솔로 앨범이다.

죽음 이야기하는 이찬혁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 YG엔터테인먼트


그의 솔로 앨범명이 <에러(ERROR)>인 건 왜 일까. 이찬혁은 "내가 당장 문을 열고 나갔는데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떨까, 후회는 없을까, 내가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노래했던 사랑과 자유는 정말 최대 가치가 맞을까? 하는 생각들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만들어온 내 음악과 생각들에 오류들이 있었던 것 같다는 걸 말하는 앨범이다. 그래서 '오류'라고 이름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찬혁은 '악뮤의 이찬혁은 사라지고 새로운 이찬혁이 올 것이다'라는 메시지로 사전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인 바 있다. 이 메시지가 바로 그의 첫 앨범의 주제와도 상통한다. 총 11곡이 담긴 정규 <에러(ERROR)>에 대해 이찬혁은 "스토리가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라고 소개했는데, 그 스토리는 바로 '죽음'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유기적 구성으로 펼쳐진다. 
 
자신이 사고를 당해 죽음을 코앞에 두게 된다는 1번 트랙 '목격담'을 시작으로, 구급차에 실려 가는 과정을 담은 '사이렌', 병원에서 희미한 의식 속에서 하는 생각을 담은 '파노라마', 인생을 다시 살면 내가 나로 제대로 살겠다는 주문을 외우는 '타임! 스톱!',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마지막 인사(Feat. 청하)', '뭐가', '부재중 전화', '내 꿈의 성', '어 데이(A DAY)', '장례희망'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11번째 트랙의 제목이 '장래희망'이 아닌 '장례희망'이란 부분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 YG엔터테인먼트


"9번 트랙 '내 꿈의 성' 이야기를 해보자면, 죽음 앞에 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하고 생각했을 때 나는 왕이 되고 싶었구나 결론을 내렸다. 나는 겸손하려 하고 항상 초심을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계속 달라지고 머리도 자라는데 억지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죽는다면 성을 하나 만들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 앞에서 (남들이 요구하는 겸손과 초심을 버리고) 솔직해진 것이다. 한 번 태어났는데 더 나답게, 내 욕심에 솔직하게 살아야 하지 않나, 이게 제가 생각하는 바다." 

보시다시피 이번 앨범은 철학적이다. 이찬혁은 "11곡을 통해 이전의 이찬혁이 죽고 다시 깨달은 것으로 살아가는 이찬혁이 태어났다는 걸 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타이틀곡인 '파노라마'에 대해선 "이찬혁을 부정하는, 이전의 나는 정말 솔직한 모습이 아니었구나 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담았다"라며 "병원에서 잠깐 의식이 돌아오는 때에 '내가 진짜 이렇게 죽네,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여태까지 했던 생각들이 다 틀렸네 하고 생각하는 중요한 트랙이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청개구리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 YG엔터테인먼트


"제가 청개구리라는 걸 최근부터 인정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이찬혁은 "틀이 있다면 모든 틀을 다 깨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령 헤어스타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쁘다 하는 것에서 멀어지고 싶고, 그래서 내가 어떤 스타일을 했는데 그게 기준이 된다면 또 그 반대의 것을 하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할 것 같다"라며 "쓸데없는 듯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한 명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찬혁 목격담, 출몰담이 밈처럼 유행하고 있다. EBS <딩동댕 유치원> 출연에 대해선 "저는 한 번 하고 싶었지만 5회가 나갈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됐다"라고 밝혔고, 얼마 전 KBS1 <전국노래자랑> 객석에 출몰한 일에 대해선 "지나가는 길에 노랫소리가 재밌게 들려서 봤는데 마침 전국노래자랑이 하고 있었고, 새 MC를 응원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구경 갔는데 카메라에 잡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건 대중가요에선 잘 쓰이지 않는 소재인데 어떻게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 이찬혁은 "저는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살면서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안 죽는 사람은 없다. 가요의 80%가 사랑 이야기지만 죽음 이야기가 더 많이 나눠지길 바란다. 죽음이 진짜 슬픈 것인지, 아니라면 어떤 것인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더 많은 분들이 제 음악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길 늘 바란다. 그렇게 됐을 때 그건 저 개인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여러가지를 던지는 것, 이게 제가 하고 싶은 거다."

삶을 살아가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가 취하는 태도로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겸손하게 예쁘게 잘 보이겠습니다, 이런 태도로 내 삶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겠다는 게 생각이다. 내가 하는 것이 영원한 가치를 위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설령 지금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문제인가 생각했을 때 단지 시대적인 차이라면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할 것이다. 조금씩 틀을 깨면서 저만의 성을 만들고 그 안에서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놀러오고, 그걸 즐기는 삶을 꿈꾸고 있다."

끝으로 그의 동생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이수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찬혁은 "수현이가 이번 앨범을 듣고 너무 좋아했다. 사실 감동의 눈물도 보였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사실 저희 어머니도 우셨다. 죽음을 다뤄서 가족들이 들을 만한 노래는 아니잖나. 하지만 이해하시고 눈물을 훔치고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첫 번째 솔로앨범 <에러(ERROR)> 발매한 이찬혁. ⓒ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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