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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도 아닌데 일교차가 오락가락한다. 지난주까지 동장군 운운하던 날씨다. 서울을 기준으로 최저기온 -9℃, 최고기온은 3.8℃였다. 아이들이 너무 추워 보여 거위 털 이불까지 샀더니 이번 주는 12℃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한겨울 일교차가 최고 21℃까지 차이 나는 요즘이다.

매서운 날에도 포근한 날에도 사람들 옷차림은 제각각이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추울 때보다 옷차림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아침마다 기상캐스터의 조언을 토대로 옷을 고른다. 아무리 추워도 목폴라는 일단 피한다.

나름의 노하우를 살려 겉옷만 코트부터 파카, 롱패딩 3단계로 조절한다. 예측불허의 날씨에는 일단은 얇게 입어야 출근길의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다. 한겨울에 무더위를 체험할 수 있는 곳, 바로 지하철 안이다.

십수 년 반복되는 기시감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지하철 장면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한 장면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지하철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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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을 담은 가방과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일교차가 크다는 일기예보를 반영했다는 듯 지하철 안은 이미 후끈했다. 노트북까지 들었는데 선반 없는 지하철이다. 책 읽기를 포기하고 음악을 틀었다. 사람들이 차곡차곡 들어찼다. 후끈함을 넘어 화끈한 기운이 맴돌았다. '곧 땀이 흐르겠구나' 직감했다.

출근길 실외 온도는 -10℃ 안팎이었다. 지하철 안 온도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오른쪽에 선 남자는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다 겉옷을 벗었다. 왼쪽 승객은 파카를 벗고 셔츠 소매 단추를 풀어 두어 번 접었다.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리고 목폴라를 흔들어댔다. 앞에 앉은 승객들도 겉옷을 벗어 안고 있었다.

나도 목도리 안부터 시작해 이마와 등에서 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목도리를 풀고 롱패딩도 벗어야 하는데 공간이 없다. 민폐를 무릅쓰고 몸을 살살 비틀며 옷을 벗었다. 선반이 없으니 팔에 걸어 꼭 안았다. 배에서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덥다', '춥다'는 문자를 종종 보낸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 일이다. 핸드폰 안에는 수년간 '더워요', '추워요'라고 보낸 문자가 남아있다. 과거를 또렷하게 떠올릴 수 없으니 왠지 진상 승객이 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나름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 주변을 살피고 문자를 보내곤 했다. 이날은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꺼냈다.

"현 XX역 XX행 X호선 3217호 너무 덥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고객님, 민원 순차처리로 답변 지연된 점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열차 내부 혼잡도 및 열차 내/외부 온도 등을 고려하여 더욱 더 탄력적으로 냉·난방/송풍 장치 가동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금일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 거듭 사과드립니다."

의견이 바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문자를 보낸 지 약 30분 뒤 송풍기의 바람이 살랑살랑 날아왔다. 마침 자리가 났지만, 젖은 등을 등받이에 대지 못하고 땀을 식혔다.

지하철 민원의 약 60%는 냉난방 문제

202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지하철 민원 중 58.7%인 44만 6,839건이 냉난방 관련 민원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덥다', '춥다'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난감한 민원도 많을 것이다.

서울지하철은 여름철 24~26℃, 겨울철 18~20℃로 정해진 '지하철 실내 온도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춥거나 더운 경우가 더 많다. 변수가 많으니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터.  

실외 기온이 갑자기 -10℃로 떨어져도 지하철 실내 온도는 영하가 아니다.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사람들은 옷차림으로 이미 -10℃를 감당할 준비를 마쳤다. 두꺼운 옷으로 한번, 36.5℃ 이상의 사람들 열기로 또 한번 그리고 히터까지 가세하면 지하철 내부의 후끈함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겨울철 18~20℃ 실내 온도 유지는 공사의 내부 규정일 뿐, 시민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람들 다 더워서 겉옷 벗고 땀 뻘뻘 흘리는데, 단순하게 여름이라 춥게 겨울은 덥게 보다는 적당히 유두리 있게 좀 틀어줬으면... 매년 겨울마다 더워죽겠어요. 지하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푸념이다.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나 규정은 없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면 개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출근길에 녹초가 된 직장인의 모습
▲ 지친 직장인 출근길에 녹초가 된 직장인의 모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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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부에 계절별 '지하철 실내 온도 기준'을 공지하고, 시민들도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전자 온도계 등)을 마련해 실내 기온을 관리한다면 연간 45만 건에 육박하는 냉난방 민원을 조금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적정 온도가 표시되어 있으면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민원이 줄어들어 보다 객관적으로 냉난방 관련 민원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한겨울 날씨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깔끔한 신형전동차가 속속 등장하는 만큼 겨울철 효과적인 실내 온도 관리로 출퇴근길에 직장인이 지하철 안에서 땀 흘리지 않고 조금이나마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태그:#지하철, #지하철실내온도, #직장인이야기, #지하철땀,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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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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