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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오후 1시 점심시간. 오늘 점심은 뭘 먹을지 사무실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왁자지껄하다.

"돈가스는 어때요?"
"그건 지난주에 먹었잖아. 중국집 갈까?"

"거기 중국집 가면 저녁 때까지 소화가 안 되던데… 초밥은 어때요?"
"야... 나 (점심) 예산 거의 다 떨어졌어… 날도 쌀쌀한데 감자탕 갈까?"

"저 어제저녁에 감자탕집에서 소주 한 잔했는데…"
"그러면 그냥 백반집에나 가자."


매일 먹는 점심이지만 매번 결정은 힘들고, 뭘 먹을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 백반집이다. 2인 이상 주문을 해야 하는 백반 메뉴를 주문하면 9천원에 매일 바뀌는 반찬과 된장찌개, 제육볶음이 나온다. 거기에 계란프라이를 추가하면 딱 1만 원에 든든하게 식사가 가능한 곳이었다.

집에서 먹는 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치 하나 놓고 살아가는 자취생 직장인에게 이곳은 나물과 여러 반찬을 먹을 수 있었기에, 마땅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가던 식당이었다.

단골 백반집 가격 인상, 그리고 또
 
단골 백반집 가격이 1천 원 인상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새로 단장한 메뉴판.
 단골 백반집 가격이 1천 원 인상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새로 단장한 메뉴판.
ⓒ 김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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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5월의 어느 날, 엔데믹과 함께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뉴스로 시끌시끌하던 와중이었다. 그 단골 백반집 가격이 1천 원 인상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여러 가지 메뉴가 덕지덕지 붙어있던 오래된 메뉴판도 깔끔하게 새 단장을 끝냈다. 

가격이 오른 곳은 단골 백반집뿐만이 아니었다. 칼국숫집도 슬그머니 가격을 500원 올렸고, 월말에 식비가 떨어지면 가던 한식 뷔페도 가격을 올렸다. 호주산 차돌박이를 사용하던 곳은 더 저렴한 재료로 바꿨는지 종이를 씹는 것 같이 뻣뻣한 고기를 쓰기도 했다. 

때를 같이 해 뉴스에서 들려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은 안타깝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어 다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대한민국의 밥상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경기침체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미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하는 경제 상황이 가장 피부로 와닿는 곳은 역시나 식탁 위다.

구내식당이 없는 우리 회사에서는 한 달 점심 예산으로 1인 당 20만 원을 준다. 문제는 사무실이 서울에서도 가장 땅값 비싸다는 압구정에 위치해서 그런지 이 한 달 예산도 빠듯할 때가 많다는 것. 물론 중간중간 휴일이 있을 때도 있고, 동료가 사줄 때가 있기도 하지만 점심 메뉴 기본이 1만2천 원 정도 하는 동네에서 점심 식대 20만 원은 그다지 여유롭지 않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때우기'
 
한 주에 한 번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핑계로 냉동 닭가슴살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 주에 한 번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핑계로 냉동 닭가슴살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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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9천 원에서 1만 원은 고작 1천 원 차이였지만 이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은 상당했다. 한 달에 못 해도 세 번 이상은 가던 백반집 발걸음이 뜸해졌고, 가더라도 계란프라이 추가 없이 기본 메뉴인 '시골밥상'만 먹고 나오게 되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경제 침체가 이전과 달리 오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물가가 오르면 결국 매일 나가는 점심 식비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에 회사에서 지원하는 식대비가 오를 일은 없으니 결국 절약하는 수밖에 답이 없을 듯하다. 한 주에 한 번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핑계로 냉동 닭가슴살을 먹는다든지,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대신하며 다들 현명하게 이 시기를 버텨내기를 기원한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태그:#직장인의점심시간, #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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