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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교육부의 보건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한 인사가 책을 들어 참석자를 때리고 있다. 사진은 이 공청회를 중계한 KHTV 유튜브를 갈무리한 것이다.
 지난 7일 열린 교육부의 보건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한 인사가 책을 들어 참석자를 때리고 있다. 사진은 이 공청회를 중계한 KHTV 유튜브를 갈무리한 것이다.
ⓒ KH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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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2022 개정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가 결국 폭행사태로 얼룩졌다. 지난달부터 교육부에서 주최해온 도덕과(28일), 사회과(30일) 공청회 역시 고성이 난무하고, 일부 참가자들이 연단을 점거 하는 등 난장판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난장판 된 '도덕과 교육과정' 공청회... "성평등 반대" 구호 난무 http://omn.kr/20xgi, "성평등 반대" 외치며 무대 난입, 교육부 공청회 아수라장 http://omn.kr/20yr3)

사회자는 "때리지 말라" 호소...이게 교육부 행사?

8일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보건과 교육과정 공청회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한국교원대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 역시 교육부가 오는 12월 교육과정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듣기 위해 개최한 것이다.

3시에 시작된 공청회는 주제 발표 후 50여 분이 흐른 뒤 토론이 시작될 무렵, 일부 참석자들가 연단 앞으로 나오면서  "동성애 교육 폐지하라", "주제 발표가 왜 이렇게 긴 것이냐"고 외쳤다.

청중 일부가 연단 진출을 시도하자 여 교사를 포함한 보건교과 관련자들이 이들을 막았다. 사회를 맡은 김대유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지금 여러분은 업무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의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2명의 60대 남성이 책으로 청중석을 내리쳤고 이 가운데 한 명은 "뭐 이 개XX야"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 와인색 재킷을 입은 한 남성은 갑자기 책자를 머리 위로 들더니 여성 두 명의 어깨부분을 잇달아 내리쳤다. 

이들 피해자들은 "나 지금 맞았다. 왜 때리느냐"라고 호소했다. 사회자도 "지금 저 사람이 폭행했다. 때리지 말라. 욕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공청회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해당 남성은 공청회장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7일 열린 교육부의 보건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무대 진입을 시도하던 한 청중이 진행팀 소속으로 보이는 이의 머리를 손으로 쥐어뜯고 있다.
 7일 열린 교육부의 보건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무대 진입을 시도하던 한 청중이 진행팀 소속으로 보이는 이의 머리를 손으로 쥐어뜯고 있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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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폭행을 당한 한 여성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청중석 앞줄 두 번째에 앉아 있다가 청중들이 고성을 지르며 무대 쪽으로 몰려와서 자리에서 일어났다"면서 "그 때 짙은 와인색 재킷을 입은 60대 남성이 책자로 제 왼쪽 어깨와 팔 부위를 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습을 교육부 관계자들이 예방하거나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사회를 본 김대유 부소장도 "(나는) 무대 위에 있었는데, 2미터 앞에서 벌어지는 폭행 장면을 정확히 봤다"면서 "책자로 때리는 사람도 있었고, 손으로 때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폭행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도 행사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공청회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일부 청중은 경찰을 밀치기도 했다. 무대 앞 진입을 시도하던 한 청중은 공청회 현장 진행팀 관계자가 막아서자, 그의 머리채를  잡아끌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오마이뉴스>에 "보건과 공청회는 교육부가 주최한 행사였는데도 완전한 무법천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 250여 명의 청중들 가운데 200여 명은 일제히 "동성애 교육 중단하라, 진행자를 교체하라"라고 외쳤다. 한 참석자는 "교대 학생들이 개쓰레기인데 공청회가 뭐가 필요하냐"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과 같은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중1 여학생에게 응급피임약 가르치는 미친 보건교과서 폐지하라"
"동성애 옹호하는 교육과정 철회하라"
"동성애 성전환 옹호하는 2022 교육과정 폐기하라"


연구자 "교육과정에 '동성애 옹호' 내용 없는데...답답한 상황"

해당 교육과정을 연구해 온 A씨는 <오마이뉴스>에 "교육부 게시판과 오늘 일부 청중들은 '보건과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육과정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 정말로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문제 삼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한다'는 내용은 말 그대로 소수자와 약자를 돕고 배려하자는 내용일 뿐 동성애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들이 교육과정 시안에도 없는 내용을 갖고 왜 이같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집단으로 거칠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작업 댓글 100여개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삭제? http://omn.kr/211xf)

이처럼 교육과정 공청회가 폭력 사태 등으로 파행이 거듭되자, 일부 연구자는 교육부에 "심한 모욕감과 신변 위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태그:#무법천지 교육부 공청회, #교육과정 공청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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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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