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정규리그 1경기를 남겨두고 4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7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때려내며 11-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KIA는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며 8일 열리는 kt와의 정규리그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2018년 이후 4년 만에 와일드카드를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70승1무72패).

KIA는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이 7이닝 3피안타 9탈삼진 비자책 1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승리를 챙겼고 타석에서는 황대인과 최형우, 김호령이 홈런포를 터트렸다. 이날 승리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 KIA에게는 또 하나의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 MVP이자 KIA 유니폼을 입고 15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221홈런 862타점을 기록한 '원클럽맨' 나지완이 은퇴식을 갖고 현역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타이거즈 V10  완성해준 나지완의 한 방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이날 은퇴하는 KIA 나지완이 8회말에 대타로 나서 타격하고 있다.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이날 은퇴하는 KIA 나지완이 8회말에 대타로 나서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85년을 제외한 역대 39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이 터진 것은 단 두 번에 불과했다. 그 첫 역사를 썼던 선수는 2002년 LG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9로 맞선 9회말 최원호(한화 이글스 2군 감독)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던 삼성의 마해영이었다. 이는 7번의 준우승 끝에 거둔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 짓는 홈런이었다.

그리고 역대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끝내기 홈런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09년에 나왔고 그 주인공은 바로 KIA의 프로 2년 차 신예거포 나지완이었다. 1980~1990년대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KBO리그의 '절대 강자' 타이거즈는 2001년 KIA가 구단을 인수한 후 8년 동안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특히 2005년과 2007년에는 두 번이나 리그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경험하기도 했다.

따라서 SK 와이번스가 리그를 지배하던 2009년, 타이거즈가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0번째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사실 2009년의 KIA는 에이스 윤석민과 '돌격대장'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의 부상만 제외하면 모든 톱니바퀴가 아주 잘 맞은 시즌이었다. 외국인 원투펀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은 27승을 합작했고 마무리 유동훈은 22세이브와 함께 평균자책점 0.53으로 '몬스터 시즌'을 보냈다.

타선에서는 그 해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김상현과 미국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최희섭이 무려 69홈런 227타점을 합작하며 '쌍포'로 엄청난 활약을 했다. 프로 2년차를 맞은 나지완 역시 정규리그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263 23홈런 73타점의 성적으로 KIA의 차세대 거포로서 순조로운 성장속도를 보였다. 그리고 나지완은 SK를 만난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가치를 야구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6차전까지 타율 .188로 부진했음에도 7차전에서도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나지완은 1-5로 뒤진 6회말 이승호를 상대로 추격의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KIA는 7회 다시 2점을 올리며 5-5 동점을 만들었고 나지완은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K의 8번째 투수 채병용의 6구째를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한국시리즈를 끝내는 역대 두 번째 끝내기 홈런이자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터진 최초의 끝내기 홈런이었다.

묵묵하게 타이거즈 중심타선 지킨 나비

나지완은 프로 입단 후 15년 동안 1472경기에 출전해 타율 .277 221홈런 862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지완의 프로생활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나지완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홈런을 때려낸 다음 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시즌 타율이 .215로 뚝 떨어졌다. 생애 첫 3할 타율(.302)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2011년에는 부상으로 85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2014년은 나지완 야구인생 최고의 황금기와 최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나지완은 2014년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312 19홈런 79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하지만 나지완은 아시안게임에서 무안타로 부진했고 결승전이 끝난 후 팔꿈치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승선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실 나지완은 뛰어난 성적에도 KIA 타선을 이끄는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시즌이 거의 없었다. 커리어 최고타율(.312)을 기록했던 2014년에는 KIA 타선에 이범호와 브렛 필, 안치홍, 김주찬 등이 있었고 2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던 2017년에도 KIA에는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 같은 강타자들이 KIA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나지완은 10번이나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는 꾸준한 활약으로 KIA의 중심타선을 지켰다.

나지완은 182cm 105kg이라는 커다란 체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스피드나 주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좌익수가 주포지션인 나지완은 우익수도 소화할 수 있지만 사실 수비에서는 타구판단과 수비범위, 어깨 등 모든 부분에서 평균이하의 수비실력을 가진 게 사실이다. 실제로 나지완은 3년 연속 2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경기가 23경기에 불과했다. 

2020년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291 17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나지완은 작년 31경기 타율 .160으로 부진한 데 이어 올해도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지난 9월 1일 현역은퇴를 선언했고 7일 홈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비록 은퇴경기에서는 8회말 대타로 출전해 3루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KIA팬들은 타이거즈에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줬던 나지완의 통쾌한 한 방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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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나지완 한국시리즈MVP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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