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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이란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힌다는 뜻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이 새롭듯이 그 시간 안에 펼쳐지는 일들 또한 늘 새롭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그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배움을 멈출 수 없다.

배움을 멈추면 고인 물이 썩듯이 서서히 우리 삶은 생기를 잃어가기 십상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변화가 급속한 시대에 살면서 요구되는 배움의 양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제 평생학습과 재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드물다. 학교 교육열만의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배우는 걸 좋아해 교육 프로그램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배움의 성격이다.

수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시되는 교육이 배움을 소비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그러다 보니 배움이 소비나 수동적인 행위에 그친다는 점이 그 핵심이다. 삶과 배움의 유리가 학교 교육 이후에도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의 해결점은 명확하다. 배우는 사람이 배움의 주체로 서야 한다는 점, 배움의 내용이 소비하는 상품처럼 돼서는 안 되고 내 삶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배움, 생산적인 배움이 필요하다.

'학습문화'라 함은 바로 이런 문화를 말한다. 내 안의 샘처럼 내 안에서 솟아나는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배움이 유지되는 문화다. 문화는 개인적이거나 개별적인 현상이 아닌 집단이나 사회적 현상을 말하기에, 학습문화는 우리 사회 안에 자발적인 배움을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를 일컫는다.
 
학습문화 이미지.
 학습문화 이미지.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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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장소적 단위가 마을이 아닐까 한다. 세대나 계층을 불문하고 편하게 작은 단위로 모여서 뭔가 배우고, 또 그 배움을 삶에서 나눌 수 있는 조건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한 곳, 민주주의가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의 스터디 모임은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잘 운영되는 스터디 모임 문화가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을만들기가 확산하면서 동네 단위 학습문화의 씨가 뿌려지고 있다. 그 씨가 제대로 자라고 더 많은 씨가 퍼져나가려면 그럴 수 있을만한 토양을 일궈야 한다.

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공모사업의 한 꼭지로 동네 공부모임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을공동체의 구성원이 뜻을 모으기 위해서, 자발적인 마음과 몸의 움직임을 위한 샘을 얻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에 말이다.

배워서 남 주자는 말이 한때 떠돌았던 적이 있다. 배워서 남한테 주면 내 배움의 샘물이 더 풍성히 고인다는 걸 아는 경험자들에게서 나온 말이다.

센터의 작은 지원이 마을의 학습문화를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함께 하는 배움의 즐거움과 보람이 점점 확산됐으면 한다.

공자의 그 유명한 말씀, "학이시습지 불역여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는 인간의 배움에 대한 원초적 갈망을 갈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갈망이 마을의 학습문화로 채워지면 좋겠다.

연인선(용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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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선 센터장.
 연인선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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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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