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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1년에 500파운드라는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버지니아 울프는 썼다(<자기만의 방>, 1929년). 약 100년이 지난 2020년부터 나는 고정적인 수입과 나만의 방에 대해 고민했다. 가족의 경제력은 나의 경제력과 별개의 문제이며 삶의 중대한 결정권은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봄을 지나며 어렵게 일을 다시 시작했고 작지만 나만의 방이라는 걸 마련했다. 그걸 계기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누군가를 원망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내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자유가 뭔지 알아가고 있다.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은 중요하다.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는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경제적 독립은 중요한 문제다.

여성에게 경제력이 중요한 이유
 
리치 우먼 - 현명한 여자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 킴 기요사키 (지은이),박슬라 (옮긴이)
 리치 우먼 - 현명한 여자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 킴 기요사키 (지은이),박슬라 (옮긴이)
ⓒ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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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세 이상 여성 중 47퍼센트가 배우자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재정적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 결혼한 커플 중 50퍼센트가 이혼한다.
· 이혼 후 첫해에 여성의 생활 수준은 평균 73퍼센트까지 하락한다.
84~85쪽 , <리치우먼> 킴 기요사키, 박슬라 옮김, 민음인

킴 기요사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형선호 옮김, 민음인)로 유명해진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내로 자신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리치우먼>(박슬라 옮김, 민음인)을 썼다.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거의 읽지 않고, '투자'의 '투'에도 관심 없는 내 눈에 이 책이 들어왔다. 그녀는 여성에게 경제력이 중요한 이유를 통계 수치를 들어 설명하고, 경제와 투자에 문외한인 여성의 입장에서 '투자'에 접근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킴은 로버트와 결혼한 이후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머물 곳도 없을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바닥까지 내려가 현실을 마주하면서 새로 도전할 수 있었고 '기업가 정신에 중점을 맞춘 교육 회사'를 설립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9년 후 킴과 로버트는 회사를 팔고 은퇴했다. 그들이 투자한 부동산에서 매달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의 수익이 나왔다. 

재정적 자유를 획득하면서 부부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한 킴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투자'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이 책을 썼다. 그 이야기는 우연히 다시 만난 대학 시절 친구들과의 대화로 진행된다. 그래서 난해한 경제와 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준다. 킴의 문장은 쉽고 친근하다.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데 투자하라

이 책에서 킴 기요사키가 말하는 투자는 (임대) 부동산을 통한 현금창출이다. 그 외 주식과 같은 종이 자산이나 사업체 및 원자재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거론되지만 일회적이고 고정적인 자산보다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투자에 킴은 집중한다. "현금을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투자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벌고 있는가?"(120쪽) 질문한다.

그리고 '투자하라'는 말에 온갖 변명을 늘어놓는 여자들의 속마음을 꼬집는다. "시간이 없어.", "난 똑똑하지 못해!", "(투자가) 무서워 죽겠어!", "하지만 돈이 없어!", "내 배우자는 관심이 없어!" 같은 이유에 그녀는 조목조목 반박한다. '투자' 이야기에 핑계부터 대기 일쑤인 나 같은 여자를 설득하려고 킴은 이 책을 썼나 보다.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돌려보려 킴은 성의껏 조언한다. 경제를 공부하라고, 그리고 투자란 단순한 결과가 아닌 '과정과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라고.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한다면 이겨낼 수 있으며, 현재의 자산을 파악하고 자금 마련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라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재정적 자유가 절실한 이유를 치밀하게 검토하라고.
 
어떤 투자를 하든 처음에는 그 분야에 대해 배우고, 작게 시작하고, 적은 액수의 돈을 투자하고, 가까운 것에 투자해야 해. 성공을 다짐하되, 특히 첫 투자에서 성공하는 게 중요해. 그리고 자신감을 길러. 물론 실수를 하게 되겠지만 실수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야. 배울수록 위험은 줄고, 성공할 가능성은 증가하지. 그러니 처음부터 이기겠다는 마음을 먹고 달려들어야 해. (324쪽)

킴은 투자를 시작하고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설명한다. 끊임없이 배워라, 작게 시작하고 과정에 충실하라, 그리고 노력의 과정을 즐겨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이는 투자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이들이 갖춰야 할 자세로 읽힌다. '투자'에도 그런 법칙이 적용된다는 게 반갑기도 하지만 그래서 식상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나 당장의 실천에 불을 댕기는 솔깃한 제안은 없었을까. 

경제력을 구축하는 방식이 '투자' 밖에 없을까?

그러니까, 나는 킴에게 설득당하는데 실패했다. 여성에게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방식이 반드시 '투자'여야 하나 반문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투자'는 내게 재미가 없다.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투자'를 제안하며 킴이 제시한 근본 이유인 '일하지 않을 자유'에서부터 이견이 생긴다. 나 또한 킴처럼 재정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그걸 추구하는 방식은 다르다.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공부하고 임장을 다니고 관련 경험을 쌓는 것보다 즐거움과 의미를 부여해주는 일을 하고 나이들어서까지 그걸 지속하는 법을 찾는 게 내겐 더 중요하다. 돈으로 돈을 버는 방식보다는 나의 능력과 경험의 축적이 경제적 보상과 연결되는 삶을 선호한다.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그 일이 '물질적인 삶', '부(富)로 환산되는 삶'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 그것만이 삶의 전부일까 의구심이 든다. 시간과 노력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자원을 물질적 세계의 풍요만이 아니라 정신적 세계의 충만을 위해 할애하고 싶다. 증식과 팽창으로만 기운 세상에서 현상 유지나 보존의 가치를 믿는 쪽에 무게를 보태고 싶다.     

이런 내게도 이 책은 요긴한 제안 하나를 건넨다. 수입의 30%를 "나 자신에게 먼저 지불한다"(199쪽)는 킴의 조언이다. 그녀는 100달러 수입이 생기면 그중 30달러는 먼저 떼 계좌에 넣었고 남은 돈으로 생활비를 쓰고 청구서를 지불했다. "나 자신에게 먼저 지불한다는 건 그 30퍼센트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200쪽)다.

킴의 조언처럼 다음 달부터는 수입의 30%를 무조건 저금하기로 다짐해본다. 현재만 중시하던 마음의 30%는 미래 준비를 위해 떼어 놓기로 한다.

경제력을 갖는 방법이 반드시 '투자'일 이유는 없다.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로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경제력을 확립하면 된다. 내겐 저축이 딱인 것 같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불안정성 때문에라도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고 싶다. 일확천금의 불안한 달콤함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단단한 진실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리치 우먼 - 현명한 여자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

킴 기요사키 (지은이), 박슬라 (옮긴이), 민음인(2022)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입니다.
태그:#리치우먼, #투자만이답일까, #여자들을위한투자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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