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1994년 청소년 국가대표 김선우와 이승엽에서, 2022년 U-18 대표 김서현과 김범석까지, 한국야구의 레전드와, 미래의 전설이 될 유망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 공 하나, 스윙 한 번에 진심을 다하는 야구인들의 열정이 한 편의 스포츠영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최강야구> 16회에서는 드디어 최강 몬스터즈와 대한민국 U-18 국가대표팀의 1차전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최강야구> 방송 이래 최초로 정식 관중들이 입장하는 '직관데이'로 진행됐다.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돔구장에서는 무려 1만 6천여명에 이르는 관중들이 운집하여 성황을 이뤘다.
 
몬스터즈 멤버들은 1차전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원 관중들과 함께하는 경기에 평소와 달리 다소 긴장하면서도 설레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몬스터즈는 1번 2루수 정근우, 2번 3루수 정성훈, 3번 지명타자 박용택, 4번 좌익수 정의윤, 5번 중견수 이택근, 6번 유격수 류현인, 7번 1루수 이홍구, 8번 우익수 김문호, 9번 포수 윤준호로 라인업을 꾸렸고 선발은 유희관이 출격했다.
 
U-18대표팀은 몬스터즈가 지금껏 만난 상대 중 가장 강팀이자, 특히 김서현-신영우-윤영철 등 미래의 한국야구 에이스들로 꼽히는 투수력이 최강으로 꼽혔다. 이승엽 감독은 "이번 U-18팀이 역대 최고라고 불리지만 우리의 관록을 믿는다. 프로 선배들의 힘과 정신이 얼마나 강한지 후배들에게 결과로서 보여주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최재호 U-18 대표팀 감독은 "승률은 5대5로 본다. 이겨보도록 하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몬스터즈는 경기를 앞두고 주장 박용택이 몸을 풀다가 종아리 부상을 당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만원 관중들 앞에서 평소보다 들뜬 탓에 오버페이스를 한게 탈이 된 것.
 
박용택은 "많은 관중분들이 들어오니까 흥분되기 시작하더라. 은퇴하고나서 제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러온 관중들 앞에서 포기하는건 말이 안되는 거다.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했다"면서 경기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난처하지만 대안이 없었던 이승엽 감독도 일단 박용택의 출전을 강행했다.
 
경기를 앞두고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강두기 역을 연기했던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배우 하도권이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승엽은 U-18팀에 대하여"상대팀이라기보다는 '적군'이라고 부르고 싶다.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할 것 같다"며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서는 특별한 시구자가 등장했다. 바로 <최강야구> 해설위원인 김선우가 사전예고 없이 깜짝 등장한 것. 제작진이 깜쪽같이 속인 탓에 시구 직전까지도 아무 것도 모르고 혼자서 경기를 중계하던 정용검 캐스터는, 김선우가 몬스터즈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마운드에 등장하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선우는 시타인 이승엽과 함께 그라운드에 올랐다.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994년 청소년 국가대표로 처음 만나 동시대에 나란히 함께 성공적인 야구인생을 보낸 레전드가 됐다.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로 김선우를 맞이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선우는 떨리는 음성으로 "제가 선수생활을 끝낼 때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못 드렸다. 최강야구를 빌려서 인사를 드린다"고 밝히며 "단 하나의 공이지만 준비를 많이했다"고 고백했다. 지켜보던 후배들인 장원삼과 심수창도 김선우의 감정에 이입한 듯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작은 사전 동작에서 와인드업까지 현역 때 루틴 그대로 진지하게 투구를 준비한 김선우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김선우가 던진 투심 패스트볼은 정확히 포수의 미트에 꽃히는 스트라이크가 됐다. 은퇴한 지 8년 만에 마운드에서 던진 공의 구속은 놀랍게도 133Km/h에 이르렀다.

지켜보던 이들 모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며 "이러다가 몬스터즈 입단하는 거 아니냐"고 감탄했다. 김선우는 시구를 마친뒤 이승엽과 뜨겁게 포옹하며 "나는 이게 은퇴식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라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26일 밤에 방송된 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와 U-18 대표팀의 1차전

26일 밤에 방송된 JTBC <최강야구> 최강 몬스터즈와 U-18 대표팀의 1차전 ⓒ JTBC

 
경기는 U-18 대표팀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몬스터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유희관도 오랜만에 만원 관중 경기에 다소 긴장한 듯, 첫 타자를 초구로 잡아낸 이후 안타-풀카운트 승부끝 아웃-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첫 회부터 2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U-18팀의 5번타자 김동헌(충암고-키움 히어로즈)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2-0으로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몬스터즈도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정근우가 삼진을 당했지만 2번 정성훈이 안타를 기록하며 첫 출루에 성공했다. 최재호 감독은 1회 1사 1루 상황에서 선발 서현원을 불과 두 타자만에 내리고 황준서를 투입하며 몬스터즈를 당황하게 했다. 최 감독은 위장선발 의혹에 대하여 "국제대회를 대비하여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서 투수 요원 9명을 다 활용할 생각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몬스터즈는 박용택의 내야 땅볼 때 U-18팀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 정성훈이 2루에서 세이프가 됐고, 황준서의 폭투가 더해지며 1사 2.3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몬스터즈는 정의윤이 적시타가 터지며 정성훈이 홈을 밟아 1-2로 추격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여기서 등장했다. 종아리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했던 박용택이 주루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으며 3루에서 멈췄고 몬스터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승엽 감독은 서동욱을 교체투입하려했으나 박용택은 강하게 거부했다. 박용택은 "직관데이가 아니었다면 쉬었을 것"이라며 은퇴후 오랜만에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을 생각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난감해진 이승엽 감독은 "프로야구 경기였다면 바꿨을 것이다. 그런데 박용택이 팬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 경기를 얼마나 준비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만일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저의 책임"이라고 밝히며 결국 박용택의 의사를 존중해줬다.
 
U-18팀은 다시 세 번째 투수인 이진하를 투입했다. 이택근과 류현인이 범타로 무력하게 물러나며 결국 몬스터즈는 추가 득점 기회를 날렸다. 결과적으로 박용택이 홈을 밟지 못한 게 뼈아픈 장면이 됐다.
 
절뚝거리며 덕아웃으로 돌아온 박용택은 조심스럽게 "타석에서는 괜찮을 것 같다"며 이승엽 감독에게 계속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일단 말을 아꼈다. 정수성 코치가 다가와 "어떻게 해야되나. 두 번째 나갔을 때 (박용택) 바꿔야되나"라고 질문하자, 이승엽 감독은 "바꿔야한다. 이미 바꿨어야했다. 저 타구에 못들어오면 안됐다"고 비로소 속내를 밝혔다.
 
팬과 선수를 먼저 배려하는 야구와, 승부 그 자체에 충실한 야구, 무엇이 더 프로다운 모습일까.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려는 선수의 투혼은 팀에는 피해를 주는 욕심이었나. 각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 이승엽-박용택의 모습은 승부의 세계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위기를 넘긴 U-18 대표팀은 나이는 어리지만 국가대표까지 뽑힌 선수들다운 위용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2학년임에도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형들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자치한 박태완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침착한 호수비를 잇달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3회에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사이드암 박명근은 빠른 투구동작으로 배팅 타이밍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은 몬스터즈 타선을 탈삼진 4개에 5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무안타로 꽁꽁 틀어막았다.
 
U-18 대표팀은 5회 1사에서 고교야구 랭킹 1순위의 '괴물투수' 김서현(서울고, 한화 이글스)을 투입했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의 주인공인 김서현은 188cm, 91kg의 탁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연습투구부터 155km/h의 광속구를 꽃아넣으며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몬스터즈는 6회까지 김서현에게 단 한 개의 안타와 출루도 뽑아내지 못했다. 정근우는 "지금까지 만난 고교 투수들과 느낌이 다르다. 공의 회전이 가볍지 않고 지저분하게 날아온다. 다른 고교 강속구 투수들보다 공이 더 빠르게 오는 느낌"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팽팽한 1점차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U-18 대표팀이 6회초 공격에서 먼저 균형을 깨뜨렸다. 선두타자 정준영이 3루타를 터뜨리며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무사 3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승엽 감독은 내야수들을 모아 점수를 막기 위하여 전진수비를 지시했지만 3번 박한결이 외야플라이로 정준영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격차를 벌렸다. 이어 4번타자 김범석은 유희관의 초구를 받아쳐서 좌측 담당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점수는 4-1로 벌어졌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서는 정말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야구인이 되어가는 것이다"라며 유망주들의 플레이를 극찬했다. 유희관은 결국 강판됐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송승준이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후속 타자들을 틀어막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말 몬스터즈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U-18 대표팀의 김정운을 상대로 류현인이 볼넷을 골라냈고, 이홍구 대신 대타로 투입된 서동욱이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후속타자가 김문호가 투스트라이크 노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최재호 감독은 이 타이밍에서 김정운을 내리고 경남고 에이스 신영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몬스터즈는 아직 제구가 잡히지못한 신영우의 폭투를 틈타 류현인이 센스있는 주루플레이로 3루에 진루했다. 이어 김문호의 내야땅볼로 류현인이 홈을 밟으며 1점을 만회하는데 성공하고 2-4로 추격했다.
 
윤준호가 땅볼로 물러나며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정근우는 신영우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하여 '한 편에 담으려다가 분량이 터져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된다"고 알리며 승부의 결말을 다음회로 미뤘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몬스터즈의 반격과 U18 대표팀의 또다른 에이스 윤영철의 등장, 그리고 대타로 돌아온 레전드 이승엽과 윤영철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선우 최강야구 박용택 김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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