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SBS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이 다시 새로운 시즌에 돌입했다. 9월 21일 방송된 <골때녀> 60회에서는 각 팀 감독들의 깜짝 자리바꾸기 팀매칭과, 구척장신-국대패밀리의 슈퍼리그 개막전이 그려졌다.
 
<골때녀>는 새 시즌을 맞이하여 기존의 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하여 '감독 대이동'을 전격 단행했다. 한국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팀매칭 추첨자로 나섰다.
 
박지성은 "골때녀 감독을 한다면 맡아보고 싶은 팀이 있냐"는 MC들의 질문에 "모든 감독들이 꺼려하는 팀(?)을 한번 맡아보고 싶다"고 답했다. MC들은 "그럼 한 팀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김병지는 "거긴 다 누나들일 텐데"라며 확인사살을 가했다. 자료화면에서는 <골때녀> 최고령팀인 FC불나방 선수들의 모습이 등장하여 웃음을 안겼다.
 
박지성은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 김민지 전 아나운서를 아나콘다(아나운서팀)와 국대패밀리(본인이 국가대표 혹은 그 가족팀) 중 어디로 보내겠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다가 국대패밀리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박지성은 가장 유력한 새 시즌 우승후보로도 국대패밀리를 꼽았다.

감독들은 하위팀 순서대로 추첨을 진행했다. 개인 일정으로 자리에 불참한 현영민은 최하위팀이었던 아나콘다에서 최고령팀인 불나방의 신임감독이 됐다. 오범석은 원더우먼에서 구척장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병지는 개벤져스에서 국대패밀리 감독으로, 최진철은 월드클라쓰에서 탑걸로, 이미 한 번 맡아봤던 팀에 다시 복귀했다. 하석주는 불나방에서 원더우먼으로, 이영표는 액셔니스타에서 개벤져스로, 조재진은 우승팀 국대패밀리에서 최하위팀 아나콘다로 각각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한편 탑걸을 이끌었던 최성용이 개인사정으로 다음 시즌 합류가 불발되면서 공석이 된 한 자리에는 새로운 신참 감독이 합류하게 됐다. 최진철이 자리를 옮긴 월드클라쓰의 감독으로 또 한 명의 '2002 레전드' 이을용이 가세했다.
 
챌린지리그 2위로 승강전을 거쳐 슈퍼리그에 입성한 신생팀 발라드림은, 김태영 감독에 이어 주장인 맏언니 박기영까지 개인사정으로 하차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발라드림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 김태영이 돌연 깜짝 등장했다. 김태영은 원래 최성용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에는 불참할 예정이었으나, 스케쥴 조정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발라드림에 다시 합류하게 된 것.
 
놀란 멤버들은 눈시울까지 글썽이며 김태영 감독의 복귀를 진심으로 반겼다. 김태영은 정든 멤버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자상하게 다독였다. 김태영은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주어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또다른 책임감이 생겼다"며 의욕을 보였다.
 
허경희 발굴 큰 소득 구척장신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골때녀>는 새로운 시즌에 돌입하면서 1부리그 격인 '슈퍼리그'와 2부리그인 '챌린지리그'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슈퍼리그 진행방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6개팀씩이 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A조는 국대패밀리-구척장신-탑걸, B조는 액셔니스타-월드클라쓰-발라드림이 위치했다. 최하위인 6위는 챌린지리그로 자동 강등된다.
 
챌린지리그(불나방-개벤져스-원더우먼-아나콘다)는 4개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1위팀은 슈퍼리그로 자동 승격한다. 슈퍼리그 5위팀과 챌린지리그 2위팀은 승강플레이오프전을 치른다.

슈퍼리그 개막전은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국대패밀리와 4위 구척장신이 맞붙게 됐다. 두 팀의 역대 전적은 국대패밀리가 2연승으로 우위를 점했다. 특히 지난 시즌 슈퍼리그에서는 준결승전에서 맞붙어 국대패밀리가 구척장신을 6-0으로 대파하는 굴욕을 안기기도 했다.

두 팀은 모두 멤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구척장신은 김진경과 차수민이 하차하면서 모델 진정선과 허경희가 가세했다. 특히 차수민을 연상시키는 중성적이고 강인한 인상의 허경희는 럭비 선수 출신에 현역 보안요원이라는 의외의 이력을 고백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오범석 감독은 허경희를 수비의 새로운 핵심으로 낙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대패밀리는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이정은(축구 국가대표 이강인의 누나)과 박승희가 빠지면서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아내 이희영, 황희찬의 누나인 황희정이 합류했다. 특히 황희찬과 꼭 닮은 외모의 황희정은 육상선수 출신의 남다른 운동 금수저 DNA로 기대감을 모았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의 설욕전을 위하여 절치부심한 구척장신은, 경기시작 불과 1분 만에 김수연의 킥인을 허경희가 끊어내 단독 역습에 이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허경희는 데뷔전-데뷔골을 기록하며 럭비선수 출신다운 체력과 운동능력으로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국대패밀리는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운 구척장신의 공세에 전반 내내 밀린 데다, 황희정과 김수연이 상대와의 충돌로 잇달아 안면에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흐름은 전반적으로 구척장신이 우세했다.
 
국대패밀리는 후반 선방하던 골키퍼 양은지마저 허벅지 부상이 악화되며 김수연이 대체 투입되어 교체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구척장신은 국대패밀리의 역습을 저지하려던 허경희가 공을 걷어내려던 것이 골문으로 향하며 하마터면 자책골이 될 뻔했으나 아이린의 재빠른 선방으로 대형사고를 면하며 한숨을 돌렸다.
 
국대패밀리는 전미라가 분전했지만 받쳐주는 선수가 없었다. 김병지 감독은 동점골을 위하여 골키퍼 김수연까지 공격에 가담시키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구척장신의 육탄방어와 아이린의 선방을 뜷지 못했다. 경기는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낸 구척장신의 1-0, 리벤지 승으로 막을 내렸다.
 
에이스 이정은의 공백 드러난 국대패밀리

구척장신은 지난 시즌까지 중심멤버였던 차수민의 공백 그 이상을 해내며 뉴에이스로 등극한 허경희를 발굴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허경희는 "언니들이 울지 않고 웃으니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걸 내 눈으로 본 게 너무 기뻤다. 너무 힘들었는데 골을 넣고 나서 힘든 게 바로 날아갔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반면 뜻밖의 일격을 당한 국대패밀리는 황희정에서 전미라까지 모두 눈물을 흘리며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독보적인 활약으로 리그 밸런스를 깬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에이스 이정은의 공백이 확실히 두드러졌다.
 
새 멤버인 이희영은 축구가 처음인 초보였고 황희정은 체력과 활동량은 우수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이러다보니 국대패밀리의 전통적인 장점이었던 우월한 운동신경과 경험치라는 요소가 반감지고, 사실상 전미라의 원맨팀+라인업 고령화라는 현 주소를 드러내며 첫 경기 만에 강등권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전력이 급추락했다.
 
한편으로 <골때녀>는 여전히 시청률 면에서 수요 예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편으로 반복되는 문제점과 식상해진 그림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정규편성 1년 반을 넘긴 <골때녀>는 파일럿까지 포함하면 벌써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방송 편집 조작 논란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으며 공식 사과와 재정비 기간을 거쳤다. 이후에도 공정성-형평성 논란과 성장 서사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문제점이 부각되며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골때녀>의 매력은 본래 스포츠를 잘 모르는 여성들이 축구의 매력을 깨닫고 성장해가는 이야기였다. 조금 서투르고 수준이 낮아도 조금식 발전해가는 멤버들 모습과 축구에 임하는 '진정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각 팀들의 서사에 몰입하고 응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골때녀>에는 축구 유경험자나 실력자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며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콘셉트나 직업군에 따른 선수영입에 불평등한 차이가 발생했고, 이는 팀간 전력의 형평성에 큰 문제점을 초래했다.
 
초창기와 달리 나이가 많은 고령자나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초짜 멤버들은 점점 비중이 밀려나게 됐다. 파일럿과 정규리그 2연속 우승팀이었던 불나방이 슈퍼리그 체제가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강등팀으로 전락했고, 직업상 운동과는 거리가 있는 아나운서들로 구성된 아나콘다가 전패를 당하며 최약체팀으로 전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초보들이 노력해서 기량을 키워가는 과정보다, 우월한 멤버 한두 명을 영입한 팀의 전력이 당장 급상승하는 모습이 두드러지며 초기의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팀 숫자는 늘렸지만 선수엔트리(선발 5명-교체 1명)는 여전히 한정되어 있다보니 한두 명만 부상을 당해도 경기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
 
경기가 거칠어지고 여러 출연자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본업까지 지장을 받는 등, 출연자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안전불감증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구나 일부 시청자들이 <골때녀> 리그를 마치 실제 프로축구 경기를 보듯 '과몰입'하면서, 실력이 기대에 못미치거거나 기량이 부족한 출연자들이 과도한 비난을 듣고 위축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골때녀>가 정규편성 이후 사실상 휴식기 없이 방송을 이어가면서 어쩔수없이 비슷한 경기와 라이벌 구도가 반복되는 데 대한 식상함도 문제로 떠올랐다. 국대패밀리가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슈퍼리그 결승전(7월 7일)이 방송된 것이 불과 두 달 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팀을 늘려서 2부리그 격인 챌린지리그와 승강제를 신설하더니 곧바로 또다시 새로운 슈퍼리그 시즌2에 돌입했다. 사실상 쉴틈없이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재방송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익숙한 그림을 벗어나고자 감독들의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멤버들을 충원하는 일부 변화를 단행했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결국 변함이 없다. 이를 두고 카타르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연말까지 축구 특수를 이어보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프로리그도 1년 내내 축구를 계속하는 게 아니라 휴식기가 존재한다. 최근에 예능도 시즌제가 보편화된 방송가에서, 차라리 몇 달이라도 재정비 기간을 가지면서 완전한 새판짜기 혹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골때녀 여자축구 자기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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