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 Mnet

 
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댄스크루를 가리는 댄서들의 전쟁 <스트릿 맨 파이터>(아래 스맨파)에서 마침내 최초의 탈락 크루가 발생했다. 9월 20일 방송된 <스맨파> 5회에서는 '글로벌 K-댄스 미션'과 첫 '탈락 배틀'의 결과가 그려졌다.
 
뱅크투브러더스(비투비)와 어때는 빅뱅의 노래로 맞붙었다. 하지만 안무카피 챌린지를 앞두고 비투비의 기석이 현장에서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하여 응급실에 실려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비투비는 고심 끝에 멤버들간 합의하에 미션을 포기하고 기권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서 어때가 자동으로 승리하게 됐고, 비투비는 페널티로 백업 댄서 파트를 맡게 됐다.
 
앞서 백업 페널티를 부여받고 치욕스러워하는 것으로 묘사된 다른 크루들에 비하여, 비투비는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였다. "백업이 나쁜 건 아니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되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체가 너무 재밌다"며 놀라울 정도로 해맑은 반응을 보였다. 어때 역시 백업이라고 해서 비투비를 소모품처럼 활용한 게 아니라 최대한 카메라에 잡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때의 리더 테드는 "같이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끼리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한편 다른 크루들의 백업 페널티 미션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이전 회차에서 크루들의 갈등구도를 자극적으로 부각시켜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했는지, 실제로는 크루들이 상대를 배려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댄서들은 상대 크루를 경쟁자라기보다 같은 댄서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엠넷답지 않았던 이러한 '천사의 편집'은 바꿔말하면 역설적으로 그동안의 <스맨파>에서 얼마나 '악마의 편집'이 심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어때와 비투비의 빅뱅 대진 본 대결이 펼쳐졌다. 비투비는 경쟁임에도 힙합크루다운 본연의 색깔을 유지할 것을 추구하는 리더 제이락과 연습부족을 걱정하는 팀원들간의 이견차이가 발생했다. 결국 비투비는 촬영 당일날까지도 안무숙지와 동선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보아는 "아무리 힙합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기본적인 대형, 박자, 안무 숙지는 해야하지 않냐"며 비투비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파이트 저지 점수에서 어때는 무려 565점을 받은 반면 비투비는 놀랍게도 고작 35점을 받는 데 그치며 어때의 역전승으로 결과가 뒤집혔다.

YGX와 엠비셔스는 세븐틴 대진으로 맞붙었다. 글로벌 평가 점수에서 조회수(1408, 667회)와 좋아요(12만 3000개) 모두 1등을 휩쓴 엠비셔스가 1000점을 가져가며 승리를 거뒀다. 엠비셔스는 글로벌 K-댄스 미션에서 8개 크루 전체를 통틀어 총점 1위를 차지했다. 엠비셔스를 비롯하여 원밀리언, 어때, 저스트 절크까지 승리한 4개 크루는 자동으로 다음 미션 진출이 확정됐다.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 Mnet

 
패배한 네 크루 중 가장 성적인 낮은 프라임킹즈와 비투비가 나란히 7, 8위로 탈락배틀행이 확정됐다. 이로써 스트릿댄스 크루 중에서도 대표적인 '프리스타일 배틀 전문' 강자들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팀 모두 배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살아남은 여섯 크루와 파이트 저지들은 조심스럽게 프라임킹즈의 우세를 점쳤다. 

1라운드 에이스 대결에서 비투비는 부리더 비지비가 출전했지만, 프라임킹즈는 예상과 달리 부리더 넉스 대신 도어를 깜짝 내세웠다. 부상으로 계급미션에 불참하는 등 활약상이 크게 없었던 도어를 내세워 비투비의 허를 찌른 것. 비지비와 도어는 각자의 색깔을 살려서 우월을 가리기 힘든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였다. 심사에서는 은혁이 기권했지만 보아와 우영이 도어의 손을 들어주며 2대 0으로 프라임킹즈가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2라운드 2대 2 듀엣 대결에서 프라임킹즈는 교영주니어와 함께 도어를 다시 한번 출전시켰다. 비투비는 필독-휴 조합을 내세웠다. 그동안 칼군무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비투비였지만 보아로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저희의 앞선 평가를 무마시켜준 퍼포먼스였다. 놀라움의 연속"이라며 극찬을 들으며 파이트 저지 평가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3라운드 제이락과 트릭스의 리더 대결 빅매치가 펼쳐졌다. 트릭스는 "내가 왜 세계 최초의 동양챔피언이 됐는지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릭스는 비장의 모자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크럼프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제이락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멋진 무대를 선보였지만 댄서들의 전반적인 호응도는 트릭스가 우세해보였다.
 
하지만 파이트 저지는 3인 모두 기권을 선언하며 재대결이 성사됐다. 승리를 확신했던 트릭스는 "멘탈이 나갔다. 10배는 더 잘한 것 같은데 동점이 나와버리니까. 뭘해야 될지 모르겠더라"며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제이락이 부드러운 물이었다면, 트릭스는 열정적인 불과 같았다. 재대결 결과 파이트 저지는 보아와 우영이 제이락의 손을 들어주며 2대 1 비투비의 승리가 됐다.

위기에 몰린 프라임킹즈는 4라운드 단체 배틀 대결에서 파이트 저지 전원 만장일치로 완승을 거두며 다시 승부를 2대 2 원점으로 돌렸다. 양팀의 운명은 이제 비투비 고프와 프라임킹즈 교영주니어의 루키 대결에 맡겨졌다.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 Mnet

 
최종전도 치열한 접전 끝에 파이트 저지 3인은 만장일치에 고프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비투비가 마지막으로 생존하고, 프라임킹즈는 최초의 탈락 크루가 됐다. 프라임킹즈 멤버들은 아쉬움에 끝내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결과를 받아들였다.
 
부리더 넉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크럼프가 이런 멋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방향으로 걸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리더 트릭스는 "한달 동안 스맨파를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웃고 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정말 감사하다"면서도 "제가 리더로서 자격이 없었나보다"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보아는 "당신은 최고의 배틀러이자 최고의 리더였다. 생소했던 크럼프 장르와 프라임 킹즈를 세상에 소개해줬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트릭스를 격려했다. 지켜보던 동료 댄서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격려와 포옹으로 떠나는 프라임킹즈를 전송했다.
 
트릭스는 팀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소감으로 "다들 너무 고생많았고 수고했다. 사랑한다"며 솔직한 진심을 전했다. 그동안 댄스계의 언더씬으로 분류되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크럼프 장르의 가치를 인정받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던 프라임킹즈의 열정은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한편으로 첫 탈락 크루가 발생한 글로벌 K댄스 미션과 탈락배틀은 <스맨파>의 최대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히던 심사위원(파이트 저지)들을 둘러싼 논란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회차이기도 했다. 전작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부터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자아냈던 것이, 바로 파이트 저지들의 심사위원으로서 자질과, 판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구심이었다.

파이트 저지인 보아, 우영, 은혁은 모두 '아이돌 댄스 가수' 출신이고 전문 댄서는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K팝 아티스트로서의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춤을 바라보는 안목이나 거시적인 무대 구성-연출 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분명히 이들만의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애초에 코레오그래피 일색 위주로 치우친 구성상, 스트릿 댄스나 배틀문화를 깊이있게 경험해본 적도 없는 파이트 저지들의 전문성 부족이 불러온 불신이다. 

무엇보다 <스맨파>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성상 배틀의 비중이 높고, 파이트 저지들의 판정과 평가는 전체 서사에 걸쳐서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파이트 저지들이 최소한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자신들만의 판정기준이나 해석을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는데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무대는 "욕심이 과했다"고 해버리고, 어떤 무대는 "도인에서 인간계로 내려왔다"고 하는 등, 사실상 일반인들 수준에서나 나올 법한 애매하고 추상적인 감상평이 속출한다. 물론 방송분량상 파이트 저지들의 설명이 편집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듣는 댄서들이나 보는 시청자들이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는 심사라면 그 권위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컨셉을 표방한 <쇼다운>이나 <스맨파>의 예선전 격이었던 <비 엠비셔스>가 누구나 인정할 만한 베테랑급 댄서들을 심사위원에 포함시킨 것과 대조된다. 또한 경험많은 전문 댄서들은 심사를 맡았을 때는 설사 후배라도 할지라도 엄연히 자신들의 분야에서 프로인 경력자 댄서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조심스러운 심사평을 한바 있다. 이에 비하여  <스맨파>의 파이트 저지들은 인지도를 제외하고 전문성은 한참 떨어지는 반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오만방자한 심사평으로 댄서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들의 기준에서 비교적 생소한(스트릿이나 배틀 기준으로는 흔한) 스타일의 퍼포먼스가 나왔을 때는 "새로운 것을 봤다"고 극찬하는 반면, 자신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무대에서는 "욕심이 과했다", "항상 중박이다"라고 지적하는 등, 편향적인 잣대로 심사 대상에 대한 평가와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들쭉날쭉하다. 배틀에 좀더 특화된 댄서와 크루들은 누가봐도 무대 장악력과 호응도에서 압도한 배틀을 펼치고도 파이트 저지들이 재대결로 몰아간 끝에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코레오에 더 익숙한 팀들에게는 또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며 도리어 '역차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만큼, 이래저래 판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많은 비판을 받고있는 것은 역시 보아다. 이미 <스우파>에서 같은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보아를 <스맨파>에서 또다시 파이트 저지에 앉힌 것은 자충수라는 지적이 많다. 보아의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이나 표현력이 전작에 비하여 크게 발전한 기색이 보이지않는 데다, 서열상 후배인 우영과 은혁은 대부분의 방송분량에서 차별화된 의견보다는 보아의 주도하는 의견에 맞장구만 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전작보다 더 심해졌다.
 
물론 <스맨파>에서 경쟁은 댄서들과 퍼포먼스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만큼, 파이트 저지의 판정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과몰입'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출연한 댄서들은 모두  무대 한 번이 너무나도 절실한 사람들이고, 각 크루와 장르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걸고 매순간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파이트 저지들도 그에 걸맞는 수준의 품격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엄연히 댄서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스맨파>의 무대에서. 파이트 저지가 오히려 서사의 흐름을 끊거나 재미를 반감시키는 '빌런'이 되어버린 현상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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