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대중에게는 낯선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에게는 오랜 꿈이었던 일이다.
 
백건우의 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의 발매를 기념하여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백건우는 신보 발매에 이어 오는 23일 울산, 24일 부평, 27일 제주를 거쳐 다음 달 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8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40년 만에 이룬 백건우의 꿈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 빈체로

 
매년 다른 작곡가의 삶과 음악을 탐구하여 선보이고 있는 백건우. 그가 이번에 선택한 인물은 그라나도스로,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백건우는 그라나도스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피아노 모음곡 '고예스카스(Goyescas, Op. 11)'를 선보이게 됐는데, 이는 그라나도스가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람회를 본 후 받은 영감으로 만든 7곡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마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스페인의 색채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백건우는 젊은 시절 뉴욕에 머물던 때,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Alicia de Larrocha)가 연주하는 '고예스카스'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오랜 시간 '고예스카스'를 앨범으로 녹음하길 꿈꿨다. 그 꿈이 40여 년 만에 이루어진 것. 

"알리시야 데 라로차가 카네기홀에서 바로 이 프로그램을 했다. 그때 나는 젊은 학생으로서 카네기홀에 갔는데 정말로 음악이 이럴 수도 있구나를 느낀 경험이었다. 늦가을, 초겨울 쯤의 추운 날이었는데 그 음악을 듣는 동안은 마치 카네기홀에 햇빛이 쏟아지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에 다녀올 수 있구나를 안 체험이었다. 40년 전의 경험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백건우는 이 작품에 대해 "색깔이 다채롭고 화려하고 세련되고 그렇지만 저로서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 굉장히 자유로운 곡인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쉽지 않은 곡인데, 내가 느끼는 그대로 이 음악을 표현하는 게 옳겠구나 싶었고 그렇게 했다. 악보를 해석해봤을 때 이 곡은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다. 자유롭게 해석 했고, 연주(녹음)도 했고, 그렇게 연주할 거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직접 찍은 사진 실어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 빈체로


이번 앨범의 커버 사진 및 속지 사진은 백건우가 스페인에서 직접 찍은 것이란 점에서 특별하다. 뉴욕에 있던 15살 때부터 사진을 찍어왔다는 백건우는 살면서 스페인 여행을 여러 차례 갔고 그때 찍은 사진들을 이번 신보에 담은 것. "나에겐 음악과 그림이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백건우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라나도스의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는 이번 리사이틀은 인터미션 없이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된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는지 묻는 질문에 백건우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라며 "피아노로 하는 오페라 같은 곡이어서 인터미션이 있을 수가 없다. 그 스토리에 한 번 빠지면 끝까지 가야한다"라고 답했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백건우는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시작한 지 올해로 66주년을 맞이했다. 백건우는 "긴 시간 나의 음악을 쌓아가고 발표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운을 떼며 다음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은 음악을 즐기고 싶다. '자기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는 한 작곡가의 말처럼 음악을 하면서 나도 좀 즐기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평생이 음악과의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음악과 친해진 것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음악과 내가 이제는 서로를 좀 더 받아주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피아니스트 백건우 기자간담회 ⓒ 빈체로

백건우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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