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졸전에 불만스러운 표정 짓는 맨유 호날두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가 7일(현지시간)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브라이턴)의 경기에서 브라이턴의 자책골로 득점한 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2로 패한 맨유는 브라이턴의 자책골 덕분에 영패를 모면했다.

▲ 팀 졸전에 불만스러운 표정 짓는 맨유 호날두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가 8월 7일(현지시간)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브라이턴)의 경기에서 브라이턴의 자책골로 득점한 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2로 패한 맨유는 브라이턴의 자책골 덕분에 영패를 모면했다. ⓒ 맨체스터 로이터=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악의 시즌 출발을 딛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맨유는 지난 9월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홈 경기에서 이적생 안토니의 선제골과 마커스 래쉬포드의 멀티골을 앞세워 아스널을 3대 1로 격파했다. 4승 2패(승점 12)를 기록한 맨유는 어느덧 리그 5위까지 올라섰다.
 
올시즌을 앞두고 네덜란드 출신의 에릭 텐하흐 감독을 선임하며 리빌딩에 나선 맨유는 개막과 동시에 2연패에 빠지며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EPL에서도 그리 강팀이라고 볼 수 없는 브라이튼(1-2)과 브렌트포드(0-4)에게 1득점 6실점으로 내용과 결과 모두 밀리며 완패를 당했다. 맨유가 올린 1득점은 상대 자책골이었고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전반전에만 4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맨유는 브라이튼에게 올드 트래포드에서 113년 만에 첫 패배, 브렌트포드에게 85년 만의 패배, 텐 하흐 감독은 101년 만에 공식 데뷔전 2연패를 당한 맨유 감독에 이름을 올리는 등 불과 두 경기 만에 화려한 불명예 기록이 쏟아졌다.
 
설상가상 간판스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불성실한 행동과 이적요청으로 팀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꼴찌로 추락한 맨유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텐 하흐 감독이 자칫 조기경질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격언처럼, 명가의 저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텐하흐 감독은 충성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호날두를 선발 멤버에서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과 이적생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리면서 단숨에 연승가도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연승 기간동안 맨유가 만난 상대를 보면 리버풀(2-1), 사우샘프턴(1-0), 레스터(1-0), 아스널 등 리그 강팀이자 맨유의 오랜 '라이벌'로 꼽히는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맨유의 첫 승 제물이 된 리버풀은 맨시티와 함께 현재 EPL 양강으로 꼽히는 우승후보다. 아스널은 맨유를 만나기 전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갔으나 5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개막 2경기에서 약팀에 연이어 발목을 잡히며 체면을 구겼던 맨유는, 오히려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경기에서 숙적들을 제압하며 위기에 강한 저력을 과시했다.
 
맨유는 올시즌 감독교체와 함께 폴 포그바-제시 린가드-네마냐 마티치- 후안 마타-에딘손 카바니 등 베테랑이거나 팀에 골칫거리로 꼽히던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대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티렐 말라시아, 크리스티안 에릭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카세미루, 안토니 등을 영입했다.
 
특히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안토니는 텐 하흐 감독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아약스 라인이다. 마르티네스는 맨유가 개막 2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유럽 빅리그 중에서도 거칠고 터프하기로 소문난 EPL에서 175cm의 단신 센터백으로 버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빠르게 적응을 마친 마르티네스는 연승 기간동안 안정적인 빌드업과 뛰어난 순발력은 물론이고 의문부호를 자아내던 공중볼 경합과 몸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않는 모습으로 찬사를 자아냈다.
 
아직 젊은 선수임에도 1억 유로의 높은 몸값으로 '오버페이', '패닉바이' 지적을 자아냈던 안토니는 데뷔전인 아스널전부터 선제골을 넣으며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 그동안 거액을 주고 영입한 남미 선수들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던 맨유였기에 이들의 성공 여부는 올시즌 맨유의 성적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호날두 없이도 맨유가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많은 환대 속에 친정 맨유로 복귀했다. 팀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18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려 적지않은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팀이 6위에 그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자 감독들과 불화를 겪었고 이적을 요구하면서 연이은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전성기에 화려한 스타성으로 묻혀졌던 호날두의 인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텐 하흐 감독과 맨유는 호날두를 최대한 끌어안으려 했지만, 오히려 팀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호날두를 강제로 노쇼시키고, 오히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 안토니 등을 중심으로 공격진을 꾸리자 경기력이 더 살아났다. 안하무인적인 행동을 일삼던 호날두는 이적시장 마감까지도 영입을 원하는 팀이 없어서 결국 맨유 탈출에 실패하며 그야말로 팬들도 구단도 등을 돌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사실 호날두 무용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호날두는 최전성기를 보냈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이후 유벤투스와 맨유를 거치며 개인성적은 여전히 준수했지만 실질적인 팀공헌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골욕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호날두를 살리기 위하여 다른 선수들이 희생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오히려 팀밸런스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시즌 맨유로 복귀한 과정도 냉정히 말하면 호날두의 맨시티행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 라이벌팀에 간판선수를 빼앗길 수 없었던 맨유의 무리한 패닉 바이에 가까운 영입이었다. 당시 솔샤르 감독은 시즌 구상을 완료한 상황에 갑자기 호날두가 합류하며 그를 중심을에 둔 전술이나 팀운영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호날두가 몇몇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팀을 하드캐리한 경우도 있었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성은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호날두 활용법과 팀밸런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솔샤르 감독은 결국 성적부진으로 경질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호날두가 없었더라면 지난 시즌 맨유가 더 나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이유다.
 
맨유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뤼드 판 니스텔루이 등 팀 내 영향력이 큰 간판스타라고 해도 팀분위기를 흐리거나 돌출행동을 일삼는 선수는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타 선수가 이탈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대체자를 발굴해내고 팀을 재정비하여 보란 듯이 위기를 극복해내곤 했다.

호날두와 해리 매과이어같은 기존 핵심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하게 줄이면서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부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는 텐 하흐 감독의 리더십은, 맨유 팬들에게는 모처럼 과거 '퍼거슨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는 평가다.
 
물론 지금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호날두는 일단 팀에 잔류했지만 벤치행과 로테이션을 앞으로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나이와 높은 주급 때문에 이적 추진도 쉽지 않다.
 
이적생 마르티네스나 안토니는 아직 몇 경기 더 검증이 필요하고, 유망주 제이든 산초 역시 아직 확실하게 부활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경기력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기복 심한 래쉬포드와 노장 호날두를 받쳐줄 수 있는 확실한 정통스트라이커의 보강이 우선순위였지만 결국 영입에 실패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텐 하흐 감독은 팀의 미래에 대하여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스널전 승리 이후 영국 언론 BBC와의 공식 인터뷰를 통하여 "우리의 정신력이 상대보다 더 강했다. 현재 우리는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협력하고 문제를 극복하면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며 선수단의 달라진 분위기를 극찬했다.
 
맨유는 9월에 12일 크리스탈팰리스-18일 리즈 유나이티전 등 중하위권팀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어서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새 시즌 개막 이후,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극과 극의 한 달여를 보냈던 맨유가 과연 텐 하흐 감독과 함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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