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월 16일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지난 6월 16일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비판 언론사들은)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다 감옥에 넣어버릴 거야."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7시간 통화녹취록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매체 이명수 기자와 통화가 이뤄진 2021년 당시, 김 여사는 윤석열 후보 당선을 가정해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한 '조치'를 예고했다. 김 여사는 또 비판적 언론들을 거론하면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라는 말도 했다. 

이 같은 김 여사의 '예언'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100일이 넘어서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진행했고, <서울의소리> 기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했다. 경찰은 <한겨레> 기자도 불러 조사할 예정인데, 언론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시민언론 더탐사> 소속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8월 25일에도 경기 남양주 더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방송대본 등을 가져갔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열린공감TV>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의 사생활 의혹을 연이어 보도했던 언론사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등은 <더탐사>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차례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 압수수색이 재차 이뤄지자 <더탐사>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탐사>는 이 자리에서 "압수수색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을 위축시키기 위한 폭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 3개월여만에 역사의 시계를 30여 년이나 뒤로 돌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김건희 의혹에 대한 제보자들을 찾아내어 이들을 탄압하려는 것으로 의심한다"며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다소 긴급하게 이뤄졌음에도 <뉴욕타임즈>와 <아사히신문> 소속 기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공관 낙점 의혹 보도한 <한겨레> 기자도 소환 초읽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오른쪽)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오른쪽)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을 보도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 대해선 지난 8월 초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김 여사와 50여 차례, 총 7시간43분 분량의 통화를 녹음한 뒤 김 여사 동의 없이 MBC에 제보한 혐의다. 보도 이후 국민의힘은 이 기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와 별도로 김 여사는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조사 직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마디로 괴롭혀서 언론 보도를 막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김 여사를 비롯해 정권의 불리한 점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고 반발했다.

김 여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한 <한겨레> 기자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이 조준한 것은 지난 4월 27일 <한겨레>가 보도한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 입장하듯 관저 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김 여사가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했고,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판 기사였다.

그런데 이름을 알리지 않은 한 고발인이 최근 이 기사를 쓴 기자를 고발했다. 해당 기사로 인해 김 여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에 대한 고발이라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다. 경찰은 고발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 인사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 기자는 오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동시다발 수사, 경찰 아니라 윗선 의지 반영됐을 것" 
 
<시민언론더탐사>는 지난 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경찰 압수수색에 반발해 외신 기자 회견을 열였다.
 <시민언론더탐사>는 지난 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경찰 압수수색에 반발해 외신 기자 회견을 열였다.
ⓒ 더탐사유튜브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공론장에서 폭넓게 논의돼야 할 문제를 보복성 형사고발로 대응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다른 언론사의 권력 비판 보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언론 자유 전반에 광범위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취재기자를 특정해 고발이 이뤄진 점도 기자 개인에 대한 괴롭히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이 여러 언론사에 대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렇게 수사를 하는 것은 경찰의 개별 의지가 아니라 윗선들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고,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또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야당과 언론 공격을 택한 것 같다"며 "마구잡이식 경찰 수사는 언론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여러 언론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김건희, #더탐사, #한겨레, #서울의소리
댓글7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