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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석 작가의 <한글 글그림에 빛을 담다> 전시(8월 19일-28일)
 김반석 작가의 <한글 글그림에 빛을 담다> 전시(8월 19일-28일)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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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빛을 발하니 마치 글자 하나하나가 뭔가를 속삭이는 듯해요." 거람 김반석 작가의 <한글 글그림에 빛을 담다>의 한글 빛그림을 본 양효정 한글 디자이너의 말이다. 이 빛그림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알림터 A3 1층 카페드페소니아에서 19일부터 28일까지 전시했다. 2021년 페이스북에서 김반석 작가의 글그림을 보고 반해 19일 전시 개막식에 이어 26일 양효정 디자이너와 함께 전시회를 찾아 다시 살펴봤다.

작가가 직접 설명해준 작품 '감동' 
 
<감동>이란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김반석 작가
 <감동>이란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김반석 작가
ⓒ 양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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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감동>이란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의 설명을 직접 들어봤다. '감동'이란 글씨가 새겨진 것을 알고 봐서인지 언뜻 보기에도 글자가 연상되었다. 일반적인 직선 글꼴에서 벗어나 있지만, 오히려 그런 특성이 무슨 글자인지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그 사실만으로도 한글학자로서 감동이 밀려오지만, 예술의 세계는 더 깊었다. 기자의 마스크 때문에 <감동>이 안 보여서인지 작가는 더 힘차게 설명을 했다.

"이 파란색이 느낌이라고 하고 이 느낌이 바닥에서부터 이렇게 차올라서 입을 통과할 때는 '와우'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몸을 통과해서 눈에 도달하면 눈물로 나타납니다. 남에게 감동을 줬다면 상대의 눈에 눈물을 보니 그렇죠."

그러고 보니 ㅇ(이응)으로 나타난 감동의 눈물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작품 재질도 궁금해 얼른 질문을 던졌다.

김반석 "재질은 한지를 죽으로 만들어서 이 안쪽에 틀을 만들고 틀 안에 노란색 한지와 파란색 한지를 바릅니다. 그 위에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천을 바른 다음에, 그 천 위에 다시 한지 죽을 발라서 뒤쪽에 불을 켜면 이렇게 음각한 부분은 빛이 나오고 음각하지 않은 부분은 빛이 안 나옵니다. 결국 이 안에는 전부 한지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김슬옹 "실제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신 건가요?"
김반석 "감동이라는 말을 제가 가슴에 갖고 와서 다시 감동으로 나오기까지는 20년이 걸린 셈입니다."

 
김슬옹 "20년이라고 말씀하신 기준은 뭐부터 잡은 거죠. 감동이라는 말이 다가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반석 "아!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단어가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표현하는 자는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소통해야 하니까요. 20년 전에 한글 그림을 구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작가로서 뭔가 독창적인 작품을 남겨야 하는데 폭을 좁혀서 한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갑자기 한글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한글 꿈을 꾸게 되었고 처음 만든 작품이 '꿈'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250cmx90cm 대형 등 작품으로 탄생했다.
 
김반석 작가의 한글 글그림 대표작 <꿈>
 김반석 작가의 한글 글그림 대표작 <꿈>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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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아름다움, 전세계와 소통"

'ㄲ(쌍기역)'이 솟대 모양인 것은 마을 어귀에 있는 솟대가 우리 옛날 선조들이 자기의 꿈을 빌었던 대상이자 상징이라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꿈을 높이 띄어주고 하늘에 전해주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불을 껐다 켜니까 이 작품 전체 의미가 선명히 다가왔다. 기자가 보기에 뿌리 구실을 하는 ㅁ이 듬직하게 바쳐주고 나무줄기가 길고 그 위에 솟대 새가 나란히(ㄲ) 날아가니 꿈이 더 높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오방색의 의미는 작가의 설명으로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오방색은 목(푸른색), 화(붉은색), 수(검정색), 토(노란색), 금(하얀색)인데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의 상생 기운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나방 그림은 애벌레의 꿈이 이루어져 날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다 이루어진 꿈은 아니다. 꿈은 계속 꾸는 것이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꿈은 계속된다고 한다. 최소한 나무 새가 날 때까지 나방의 날갯짓은 계속될 것이다.

하늘과 땅의 뜻을 이어주는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 호를 '거람'이라고 지었다는 작가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한글은 창제 정신인 창의와 자유, 평등의 등대와 같습니다. 저를 응원하고 있는 한글글그림 세계화추진운동본부(이동권 대표)와 함께 저도 글그림이 담고 있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과 널리 소통하려 합니다. 마침 이번 전시가 계기가 되어 러시아와 프랑스 보드도 대학 등의 해외 전시 겸 교육으로 세계인들과 나눌 수 있는 거점이 마련됐습니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글이 절로 '흥'이 난 듯하다.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욱 흥이 나길 <흥>이란 작품 앞에서 기원해 보며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전시장을 나섰다. <흥> 작품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지만, 한글 그 자체에 흥이 들어 있어서인지 흥겨운 춤사위가 연상됐다. 발길이 내내 가벼웠다.
 
김반석 작가의 글그림 <흥>
 김반석 작가의 글그림 <흥>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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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글, #글그림, #김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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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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