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ACL 위해 일본 출국 전북 현대 선수단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북은 대구FC와 오는 18일 오후 5시 일본 사이타마현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전북 현대 제공)

▲ 전북, ACL 위해 일본 출국 전북 현대 선수단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북은 대구FC와 오는 18일 오후 5시 일본 사이타마현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전북 현대 제공) ⓒ 연합뉴스

 
K리그1 전북 현대와 대구 FC가 2022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에서 만난다. 올해 K리그를 대표하여 ACL에 참가한 4팀 중 울산과 전남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살아남은 두 팀은, 8월 18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우라와 코마바 스타디움에서 단판승부로 8강 진출을 가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ACL에 나서게 됐다. K리그1 사상 첫 6연패에 도전 중이던 전북은 지난 13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하며 우승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북은 승점 49점(14승 7무 6패))를 기록하며 선두 울산(16승 7무 3패)과의 승점 6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울산이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른 것을 감안하면 승점차는 9점까지 벌어질 수 있다.
 
전북은 최근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가장 많이 패배했던 시즌이 2017년의 7패였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파이널라운드까지 아직 11경기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벌써 6패를 당했다. 시즌 초반에 극심한 부진으로 하위권을 헤매다가 승점을 많이 날렸다. 중반부터 뒷심을 발휘하여 다시 2위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일류첸코(FC서울)의 이적과 구스타보의 부진, 구니모토의 음주운전 방출, 바로우의 모친상으로 인한 공백 등 악재가 겹치며 다시 흔들렸다.
 
2년차를 맞이한 김상식 감독의 선수단 관리와 전술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여름 이적시장에서 일류첸코와 이용, 구니모토 등을 대거 떠나보내고도 제대로 된 전력보강이 없어서 반등요소를 찾기가 쉽지않다. 반면 라이벌 울산은 올시즌 공수에서 한층 안정된 전력을 발휘하며 좀처럼 미끄러지지 않는 데다, ACL에서 조기탈락하면서 이제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상황은 오히려 전북에 비하여 유리하다.
 
전북은 리그에서 울산과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ACL에서라도 자존심을 만회하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시절이던 2006년과 2016년, 두 차례 ACL을 제패한 바 있다.
 
ACL에서 분위기 반전 필요한 두 팀

대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시즌 전북과 울산에 이어 리그 3위를 기록했던 대구는 올시즌 9위(5승 12무 10패, 승점 27)로 추락했다. 강등권인 10위 수원 삼성(승점 27)-11위 김천 상무(승점 26)과는 격차가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다.
 
대구는 최근 K리그에서 10경기 연속 무승(5무 5패)의 부진을 겪은 끝에 사령탑인 알렉산드르 가마 감독이 사퇴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올해 K리그1의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이던 가마 감독은 작년 연말에 대구의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에서 지난 6월 사임한 히카르두 페레스(포르투갈)에 이어 1, 2부에서 모두 외국인 감독 카드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가마 감독은 2009년 경남FC 코치, 2011년에는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이미 이전부터 한국축구와 인연을 맺어왔다. 조광래 현 대구 대표이사가 경남과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코치로 보좌했다. 조 대표와의 끈끈한 인연에다가 2014년부터 태국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를 맡아 총 12차례 우승을 일군 지도력을 인정받아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내내 세징야, 홍정운, 홍철 등 핵심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하여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스피디한 카운터어택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던 전임 감독 시절과 달리, 적극적인 전방압박과 중원에서의 빌드업을 선호했던 가마 감독의 축구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경기력의 기복과 수비불안으로 이어졌다.
 
물론 ACL 조별리그에서 전북 현대와 나란히 16강에 진출했고, 5월부터 7월까지 12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하는 등 나름의 가능성도 보여준 장면들도 있었다. 고재현과 황재원같은 선수들이 가마 감독이 발굴하여 주전급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무패 기간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경우가 많았고, 원정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한계가 뚜렷했다. 휴식기였던 7월에는 가마 감독이 고열과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큰 부상을 당하는 등 건강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가마 감독은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경질당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마 감독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사퇴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던 데다 하필 ACL 토너먼트라는 또다른 중요한 무대를 앞둔 상황에서 물러날 만한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구는 난적 전북을 상대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가운데, 사령탑 부재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더욱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대구는 이번 ACL 토너먼트 스테이지를 비롯하여 당분간 최원권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지만, AFC P급 지도자 라이선스 미소지자라 그가 팀을 지휘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0일까지다. 10월까지는 새로운 사령탑을 구해야 하는데 만일 이 기간동안 대구가 ACL에서 탈락하고 팀성적으로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악순환으로 후임 감독을 선임하는 것 역시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헛심 쓴 격 되지 않으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

전북과 대구의 역대 전적은 29승 12무 9패로 전북의 절대 우세다. K리그에서는 지난 6월 18라운드에서 만나 1-1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 ACL에서의 대결은 사상 처음이다. 두 팀중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올해 ACL에서 K리그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져야 한다.
 
전남에 이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울산까지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것은 K리그 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더구나 토너먼트에서도 너무 이른 16강에서 하필 K리그팀들이 만나게 된 것도 아쉬운 장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회 일정이 축소된 ACL은 16강부터 준결승까지는 단판, 결승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설사 이 맞대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결승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가뜩이나 K리그를 병행하며 체력적인 부담이 큰 상황에서 8강이나 준결승에서 패하면 타이틀도 얻지 못하고 헛심만 쓴 격이 되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부담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CL에 임하는 팀들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올시즌은 어쩌면 K리그가 안정적인 전력으로 ACL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AFC가 2023-2024시즌부터 ACL를 유럽챔피언스리그처럼 추춘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ACL에 참가해야 하는 구단은 휴식기 없이 1년 내내 경기를 뛰게 될 처지에 놓였다.

현실적으로 ACL 때문에 리그 일정을 전면 개편하기 어려운 K리그의 사정상, 내년부터는 ACL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성적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북과 대구 중, K리그의 자존심을 대변하여 우승도전에 나서게 될 마지막 팀은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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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전북현대 대구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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