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준위 강령분과 제1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 즉시 정지'하는 당헌 80조의 개정을 의결했다. 당헌 80조를 둘러싼 소위 '이재명 방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을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전준위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라는 기존 당헌 80조 1항의 내용을 "하급심에서 금고형 이상 유죄 판결 시 정지"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준위 대변인인 전용기 의원은 16일 오전 전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급심은 1심이다. 쉽게 생각하면 1심에서 금고 이상형 받으면 직무 정지되는 것"이라며 "2심이나 대법원까지 갔을때 무죄 판결 또는 금고 이상 형 아닌 경우에는 직무 정지 효력은 상실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소가 됐다고 하더라도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 중앙당윤리심판원을 거쳐 구제받는 조항인 80조 3항은 유지했다. 당직자가 기소됐을 경우 곧바로 윤리심판원에서 즉시 자체 조사하고, 이를 통해 '정치 탄압'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무 정지 상태라고 하더라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직무 정지를 풀 수 있게 했다.

전용기 의원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지적에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은 아니다. 야당의 입장에서 많은 의혹들과 다양한 사안을 정부·여당에 제기할 텐데, 그 과정 속에서 정치탄압을 겪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준위에서 의결한 이번 당헌 80조 개정안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 이후 당무위원회를 거쳐 8.28 전당대회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면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비대위 이끌고 있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역시 당헌 80조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헌 80조 개정이)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키기'라고 그러는데 사실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 의원이 더 많다"라며 "저는 양쪽(친명·친문) 다 보호하려고 하는데, 이걸 계파의 논쟁 거리로 끌고 가는 건 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원총회 중 전준위 의결... 박용진·전해철 자유토론에서 '개정 반대' 표명
 

큰사진보기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비명계'는 현 시점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민들에게 '이재명 사법리스크'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변호사비 대납·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휩싸였고, 아직 해당 의혹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에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나온 박용진 의원, 최고위원 후보로 나온 송갑석·고민정 의원 등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전준위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의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던 박용진·전해철 등 몇몇 의원들은 '자유토론' 시간에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해철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헌 80조 개정을 반대하는) 여러 가지 논거를 말했다. 전준위 의결이 오전에 이뤄진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포함했다"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며 "이를 전당대회 과정에서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그 동안의 당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며, 오히려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더욱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의원총회 후 기자들 앞에서 "의원총회까지 이 얘기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당헌 80조 개정 관련 논의가 정치적인 자충수가 되고 우리 당의 도덕적·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말씀도 드렸다"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우상호 비대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크다. 비대위에서의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국민적 눈높이를 고려하고, 민주당이 이기는 당이 되기 위해 비대위원들이 깊이 고민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17일 비대위에서 전준위에서 올라온 '당헌 80조 개정안'에 관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당내 시계도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도종환 의원은 이날 오후 3시에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3선 의원 긴급간담회'를 열고 당헌80조 개정에 대한 3선 의원 의견을 수렴해서 비대위에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