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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산불, 산림관리를 위한 토론회”.
 9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산불, 산림관리를 위한 토론회”.
ⓒ 경남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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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밀양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남긴 가운데, 기후위기 관련성을 따져보고 산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남도의회 지속가능발전연구회와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기후위기와 산불, 산림관리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지욱철 경남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주최 측은 "일본과 중국서부는 여름철 고온다우, 봄 겨울 저온건조의 대한민국과 유사한 기후대를 형성하지만 대형산불의 횟수가 감소 추세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10년간 산불 규모가 3배가량 늘어났다"라며 "특히 경남의 산불 발생은 건수와 면적 모두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강명효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발제에서 "경남의 산림면적은 69만 8810ha로 전국 3위의 면적이며, 임목축적은 178.1㎥로 전국 평균에 비해 12% 정도 많은 수준이다. 침엽수림 44.8%, 활엽수림 25.6%, 혼요림이 29.6%를 차지한다"고 운을 뗐다.

경남도는 산림정책으로 올해 1423ha 조림을 추진하는데, 이는 친환경 벌채에 따른 모두배기 면적 감소로 2013년 사업량대비 40%가 감소한 양이라는 것이다.

강 과장은 "산림의 공익기능 발휘를 위한 '공익림 가꾸기'를 위해 숲가꾸기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고 임도밀도는 전국대비 10% 높은 4.26m/ha 추진됐다"며 "산림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임도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홍석환 "임도는 불씨를 키우는 바람의 통로가 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일각의 '임도가 산불을 끄는 데 필수적이다', '숲이 울창해서 산불에 더 취약하므로 숲 가꾸기 사업이 필요하다', '숲의 건조화가 산불을 키운다', '임도와 헬기가 부족하다', '소나무 재선충 항공 방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을 반박했다.

임도와 관련해 그는 "바람에 따라 산불이 공중으로 날아 최대 2km까지 건너뛰는 도깨비불이 되는데 4~5m 폭의 임도로는 그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씨를 키우는 바람의 통로가 된다"고 지적했다.

숲 가꾸기 사업을 두고는 "말 그대로 나무를 잘라내는 작업이고 잘 자란 나무들만 키우자는 개념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때 잘리는 대상은 주로 활엽수림이고 산불에 취약한 수종인 침엽수림이 남아 불쏘시개가 돼 산불을 대형으로 더 키운다"고 꼬집었다.

이어 "긴급 벌채 사업도 산사태를 유발함으로써 오히려 2차 피해를 남발하는 정책"이라면서 "동해안 산불 복구 긴급벌채비용으로 532억 원의 국비가 지원됐지만 제대로 된 원인 파악도 없이 주택 복구 지원금으로는 고작 51억 원이 투입됐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나무를 베어내는 비용으로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밀양 산불을 설명하면서는 "문제는 기후변화의 한 형태인 가뭄 현상에 기름을 붓듯 숲을 인위적으로 더 건조화시켜 산불을 키우는 정책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일각의 '헬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두고 "한국에는 총 118대의 방재 헬기가 있는데, 산림면적이 한국 4배에 달하는 일본은 77대의 방재 헬기를 가지고 있지만 산불발생건수와 피해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러한 근거들로 볼 때 임도와 헬기 부족이 취약한 대형산불 관리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 위험정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약한 나라임에도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이유를 소나무 숲이 44%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면서 "소나무 숲에 천이가 일어나면서 참나무가 들어와 울창한 숲으로 바뀌는데, 소나무가 죽어간다며 척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써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나무림 항공방제도 도움이 되지 않고 벌이 치명적으로 죽게 된다"라며 "소나무 재선충 사업인데 활엽수 제거에 더 심혈을 기울여 숲의 자연스러운 건강성이 사라지고 면역성이 떨어져 훨씬 더 많은 재선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숲 가꾸기 사업으로 탄소가 빠져나가는 것이 전체 임목의 30%에 해당하며, 대기 중 탄소 흡수는 자연상태로 유지되는 숲이 인위적으로 형성한 조림지에 비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42배나 더 높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지금의 혈세를 낭비하는 산림정책을 바꿔 숲의 자생성을 키워나간다면 기후위기 시대 흡수원의 역할을 강력히 증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경남은 산불 발생 시 민가피해 급증 가능성 높아"

한상현 경남도의원은 "숲 가꾸기 사업이 산불 확산 정책이라는 사실에 안타깝다"며 "사람이 아닌 행정을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련 조례에 산불방지를 추진하는 목표와 세부 방향, 전략, 분야별 세부대책 수립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석 박사(산불정책기술연구소)는 "경남이 산불 발생 시 민가피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후위기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한 예방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산불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혜선 활동가는 "밀양 산불피해지역 복원 설명회를 다녀왔다. 2009년 당시 산불로 전소된 나무를 보여주면서 모두 베기를 해야 한다는 행정부의 설명에 주민들은 '이미 나무가 무성하게 잘 자라 숲의 형태를 갖췄는데 인위적으로 손을 댈 필요가 있느냐'고 따졌다"고 했다.

임희자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실장은 "산불과 관련해 단 한 번도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경남도에서 깊이 있는 토론회가 열린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며 "이후 대안의 실천과제로 밀양 산불 현장의 복원방향을 민관이 협의하여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토론회와 관련해 "지역의 산불 원인과 예방정책 개발, 효율적인 산불대응과 복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산학연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밀양 산불 지역의 효과적인 복구를 위해 '인공조림과 자연조림의 숲 특성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로 한 것이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태그:#기후위기, #산불, #밀양 산불,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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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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