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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낙동강 밀양 수산교의 녹조.
 7월 29일 낙동강 밀양 수산교의 녹조.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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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선 접촉해선 안 되는('no contact') 수준의 고농도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농수산물에 이어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독성 녹조 독소 문제를 방치하면서 국민건강과 안전책임을 외면하는 국가는 정말 국가 맞나?

4대강사업 이후 매년 녹조가 창궐했다. '녹조는 4대강사업 전에도 있었다'라는 이들이 있다. 또 '녹조는 자연현상'이라고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4대강사업 전 녹조는 유속이 느린 극히 일부 구간에서 생겼다. 지금처럼 강 전체를 뒤덮는 재앙 수준은 아니었다(관련 기사: 낙동강 '녹조 곤죽'에 물고기 죽고, 취수장 앞은 녹조라떼). 이런 현상은 유속을 느리게 하는, '보'라고 불리는 구조물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사업 이후 만들어진 녹조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위험사회> 등에서 지적한 '생산된 위험(manufactured risk)'이다. 즉, 자연현상을 넘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위험이다.

녹조 위험 과소평가한 이전 정부... 부실 평가, 국민들이 위험 인지 못하게 해 
 
7월 29일 낙동강 밀양 수산교의 녹조.
 7월 29일 낙동강 밀양 수산교의 녹조.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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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녹조 문제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험이 저평가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물의 흐름과 바람에 의해서 녹조는 강 가장자리 물 표면에 집중되지만, 녹조 측정은 강 가운데에서 한다. 그것도 상·중·하를 혼합해서 분석한다.

해외에서는 직관적으로 녹조 독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독소의 농도를 평가하는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유해 남조류를 mL 당 세포수로 세고 있다. 또 측정 지점은 상수원수 취수구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녹조 위험에 대한 부실 평가는 말 그대로 녹조 위험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되고, 그에 따라 국민이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낙동강 등에서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기준의 800배 이상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의 지난 6월 분석 자료에 따르면, 독소가 기준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검출되기도 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선 녹조의 에어로졸 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낙동강 녹조 상태는 심각하다. 이 정도면 녹조 번성 시기엔 강물 사용은 물론 사람 접근도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무능하고 부실한 태도가 무려 10여 년을 이어왔다.

이렇게 손 놓고 있는 사이,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독소가 검출됐다. 어패류에서도 검출됐다. 급기야 이제는 수돗물에서도 나왔다. <대구MBC>,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 의뢰해 대구시 정수장 3곳에서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수돗물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매곡 0.281ppb(㎍/L), 문산 0.268ppb 고산 0.226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돗물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소아 기준 0.3ppb에 근접한 수치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준 0.03ppb와 비교해 보면 매곡 수돗물은 9.36배, 고산 수돗물은 7.53배, 문산 수돗물은 8.93배 높은 상황이다.

수돗물 안 마시니 괜찮다? 국민 건강·안전과 직결된 문제
 
대구시민 16%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녹조가 심하게 폈다.
 대구시민 16%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녹조가 심하게 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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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높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이들이 있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샤워 등 몸을 씻을 때, 밥과 음식물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것이 수돗물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매우 안정적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끓여도 잘 분해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수돗물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안전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돗물에서 녹조를 검출한 부경대 연구팀이 문제라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산물에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정부 부처는 긴급 대책보다 분석한 전문가와 민간단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였다고 비난했다. 환경부 모 국장은 녹조 농산물을 분석한 전문가를 앞에 두고 대놓고 신뢰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이랬던 정부가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를 검출한 방법이 잘못됐다고 전문가를 비난하고 있다. 정부 분석 방식의 부실함과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수돗물은 '무조건 안전하다'라고만 외친다. 과연 정부 주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4대강사업 이후 녹조 위험을 의도적으로 낮춰왔던 정부였다.

녹조 물로 농사를 지은 논밭에서 기른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패류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이제 수돗물에서도 나왔다. 생산된 위험에 의해 만들어진 명백한 환경재난이다. 정부가 외치는 '무조건 안전'은 이게 정말 안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아닌가? 정부의 꼼수에 피해를 보는 건, 정부가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민이라는 게 문제다.

녹조가 창궐한 강을 바라보는 국민 불안은 그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재생될 수밖에 없다. 환경재난은 '눈 가리고 아웅'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정부가 환경재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긴급 대책 마련을 하지 않으면, 수돗물 불신을 넘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건강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태그:#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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