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다> 영화의 한 장면

▲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최근 공장식 축산과 무자비한 도축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활발히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당하는 인간 외의 종들의 현실을 고찰한 <지구생명체>(2005),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식품 산업의 이면을 파헤친 <푸드 주식회사>(2008),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조명한 <카우스피라시>(2014),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소, 닭, 돼지를 다룬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거대한 산업형 농업을 비판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17) 등이 동물권(동물도 인간과 같이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개념)을 다룬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군다>(2020) 역시 동물권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출은 <지구 반대편의 초상>(2011), <아쿠아렐라>(2018) 등을 통해 자연과 생명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해왔던 다큐멘터리 영화의 거장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이 맡았다. 그는 영화감독이 된 이후로 줄곧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 특히 동물들의 삶, 권리, 감정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자 했다. 이것은 어린 시절 돼지와 친구가 되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내 친구인 돼지가 새해 만찬에 요리되어 올라온 모습을 보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그날의 기억은 나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다."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군다>는 앞선 동물권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다른 방식을 취한다. 동물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에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들, 소 떼, 한쪽 다리가 없는 닭의 일상을 내레이션, 음악, 설명 없이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동물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여 인간의 시각과 서사를 투영하는 <동물의 왕국> 식의 의인화를 피한 것이다. 그리고 흑백으로 찍었다.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흑백으로 만들었다고 밝힌다.

"때때로 색깔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부분에 집중하게끔 만든다. 흑백은 주인공들의 외형보다는 그 안의 영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에 선택했다."

<군다>는 그동안 인간이 동물에게 가했던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동시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환기한다. 어미 돼지의 젖을 서로 빨려는 새끼 돼지들, 한쪽 발이 없는 닭의 위태로운 이동, 초원을 누비는 한 무리의 소 등 농장 동물들의 평화로운 일상 속 치열한 순간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잡아내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저 식탁 위에 올려지는 '고기'란 상품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 태어나고 진흙탕을 뒹굴며 초원을 누비는 등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담아냈기에 생명의 소중함도 일깨워준다.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관찰의 끝자락에서 영화는 인간에게 "공장식 축산을 통한 도축 목적의 동물을 키울 권리가 있는가?"란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워싱턴 포스트)"을 던진다.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은 <군다>의 메시지가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것임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생명을 죽이는 일에 한 발짝 멀어지기를 바란다." 

<군다>는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조커>(2019)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명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평소 채식주의자이며 동물권 운동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는 <군다>를 보고 영화에 반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서도 동물권을 언급했을 정도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깊다.

"우리는 자연과 단절된 것 같다. 자원을 약탈하고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죄책감 없이 우유를 얻는다. 우리는 무언가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의 변화를 두려워한다."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군다>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은 "영화의 본질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서사나 내레이션 없이 오로지 물의 다양한 이미지만으로 기후변화를 경고했던 <아쿠아렐라>와 마찬가지로 <군다>는 사실주의, 미니멀리즘, 그리고 이미지의 힘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연출 방식으로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특별한 순간을 끄집어내어 관객을 다른 차원으로 안내한다. 독특하고 놀라운 영화적 경험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군다>에 대해 <그래비티>(2013), <로마>(2018)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묘사는 우리를 경험의 세계로 초대한다."
군다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호아킨 피닉스 다큐멘터리 아이나라 베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