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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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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논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70여 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열거하기만 한 국회 연설은 아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토대한 것이라 우려스러웠다. 권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중 특히 눈에 띄었던 세 가지를 짚어봤다.

① 전기요금 인상, 문재인 탈원전 때문?

권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이 밀려온다. 그 직접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1월~3월) 자그마치 8조 원 가까운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1%로 문재인 정부 5년 평균인 71.5%보다 10% 이상 높고 문재인 정부 이전 5년간 평균인 81.6%보다도 높다.

원전 이용률이 문 정부 이전보다 높았음에도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낸 까닭은 국제적인 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1분기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전력정산금은 15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8조 1천억 원 증가한 금액이다. 가스와 석탄의 비용이 국제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유가가 올라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은 낮아지고 유가가 내려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을 올라갔다.
 유가가 올라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은 낮아지고 유가가 내려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을 올라갔다.
ⓒ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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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 마찬가지다. 위 그림은 기후솔루션이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실적의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로 유가가 올라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은 낮아지고 유가가 내려갈수록 한전의 영업 이익을 올라갔다. 즉 한전의 영업 이익과 국제 유가는 서로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6월 3일 <한전 적자, 검은 진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전의 현재와 같은 적자 상황은 화석연료의 원료비 급등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간 한전이 글로벌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 결정을 내림으로써 자산손실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한전 및 국내 전력시장이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한 국제 유가 변동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전 이용률과 한전의 적자 구조를 살펴본다면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때문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②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폐업?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지 않아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문제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최저임금이 누군가에게는 벽이 될 수 있다"며 "이 벽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는 폐업했다. 어떤 근로자는 저임금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2019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선택 사유 1위는 '과다경쟁,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높았다. '인건비 부담'은 3.2%에 불과했다.
 2019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선택 사유 1위는 "과다경쟁,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높았다. "인건비 부담"은 3.2%에 불과했다.
ⓒ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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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폐업이 최저임금 때문일까. 먼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5월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선택 사유 1위는 '과다경쟁, 경기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이 60.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적성, 건강, 가족돌봄, 워라밸 등 개인적 이유'(16.8%), '새로운 사업아이템 발견'(4.6%)이 뒤를 이었다. '인건비 부담'은 3.2%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자영업자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고려 이유 중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이 2위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실시한 정책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고정비 부담에서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자영업자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고려 이유 중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이 2위였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실시한 정책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고정비 부담에서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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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유행 이후는 어떨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두 달째인 지난 2021년 9월 발표한 <자영업자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고려 이유 1위는 '매출액 감소'가 45.0%로 가장 높았고,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상환 부담 및 자금사정 악화'(22.0%)가 뒤를 이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폐업 고려 이유 2위인 만큼 적어도 코로나 19 이후에는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의 폐업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은 같은 조사에서 폐업 고려 이유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정부의 정책지원 방안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영업손실 보상 확대'가 28.4%로 1위였고 그 뒤를 이어 '임대료 직접 지원'(24.9%), '백신 접종 확대'(16.5%), '대출상환 유예 만기 연장'(12.7%)이 꼽혔다. '최저임금의 탄력적 적용'은 6.8%으로 임대료 지원에 비하면 1/4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책지원 방안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고정비 부담에서 인건비보다는 임대료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 오류보다 더 잘못인 권성동의 "저임금 받을 기회" 운운

권 원내대표의 최저임금 발언은 비단 사실관계가 잘못된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5일 권 원내대표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 정도"라며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고 발언했다.

대통령 후보에게 천만 원의 고액을 후원할 정도의 청년에게는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며 미안함을 아끼지 않던 권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근로자는 저임금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겼다"고 운운했다.

최저임금 받고도 어떻게 사냐고 하더니 이제는 그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을 '기회'를 얘기한 것이다. 그 기회는 무슨 기회를 의미하는가. 아무리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삶을 누릴 기회인가. 권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 대해 여러 비판점이 있겠으나 이 발언이야말로 가장 큰 잘못일 것이다.

태그:#권성동, #탈원전,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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