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공식 포스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공식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를 띄웠거나 전혀 띄우지 않았거나. 8년 전 개봉해 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운 <명량>과 곧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아래 <한산>)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전자는 어쩌면 호기롭게 이순신을 다뤄보려는 열정과 의지의 산물이었다면, 후자는 전편에 얽힌 아쉬움을 보완하며 그만큼 발전한 국내 CG와 특수촬영 등 기술이 안정적으로 결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첫 공개 된 영화 <한산>은 캐릭터 간 균형에 신경을 쓰면서도 전작에서 꽤 치명적이었던 역사 고증을 만회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이어진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대첩, 그것도 이순신의 첫 활약상을 극화한 것으로 당시 이순신의 성품과 뛰어난 전략 운용을 한껏 담아냈다.
 
공교롭게 이번 작품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의 나이(46세)가 한산대첩 당시 이순신의 나이(47세)와 비슷하다. 김한민 감독의 노림수로 보인다. 영화 크랭크인 또한 2020년 5월 18일로 실제 한산도대첩이 발발했던 시기(음력 7월 8일)와 대략 맞아떨어진다. 여러모로 이 영화를 준비한 김한민 감독과 스태프들의 진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야기는 크게 해전과 육지전으로 나뉜다. 출정에 앞서 구선(거북선)의 미진한 지점을 보완하려는 나대용(박지환), 일본 진영에서 기생으로 붙잡혔지만 첩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보름(김향기), 탐망꾼 임준영(옥택연) 등의 이야기를 서브 플롯으로 놓고, 이순신과 장수들의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 현장.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 현장. ⓒ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전에서의 박진감은 <명량>을 충분히 능가한다. 강원도 평창 실내스케이트장 부지 2000평에 녹색 크로마키를 쳐놓고 특수촬영을 진행했고, 전라도 여수에 오픈 세트장을 지었다. CG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구선과 일본 철갑선의 전투를 자유로운 카메라 워크 등을 통해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배를 전혀 띄우지 않아 어색한 지점이 보일 법하지만 CG 완성도가 상당한 편이다. 상업 영화 관점에서 스펙타클함이 담보되기에 무더운 여름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의병이 중심이 된 육지전은 오픈 세트장을 활용했다. 280억 원이라는 제작비로 물량 공세를 펼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캐릭터 운용면에서도 <명량> 때와 달리 이순신 외 주변 인물의 입체감을 살리려 했다. <명량>의 악역이었던 구루지마(류승룡)과 와키자카(조진웅)가 이순신의 활약상 강조를 위해 다소 소모적으로 묘사됐는데 <한산> 속 와키자카(변요한)는 천재 지략가적 면모를 가미해 이순신과 균형을 맞췄다. 또한 내부의 적인양 사사건건 이순신의 전략에 반기를 든 원균(손현주)에 대응해 와키자카와 대립하는 가토(김성균)을 설정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더한 모양새다.
 
메시지 측면에서도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하고 이순신을 추앙하려는 게 아닌 명분을 강조했다.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집중해 그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한산>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명제 하에 각 캐릭터를 배치했다. 조선군 포로로 붙잡힌 왜군 준사(김성규)가 이순신의 인품에 감동해 결국 조선 편에 서게 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이처럼 실제 역사와 상상력 사이에서 나름 해법을 찾으려 한 김한민 감독의 노고가 엿보인다.
 
특기할 만한 건 불같이 뜨거웠던 <명량>의 이순신에 비해 <한산>의 이순신은 정중동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배우 박해일의 평소 모습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이순신은 주변의 압박에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더하지 않으며 묵묵히 본인의 결정을 결과로 입증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화염방사기 같은 연기를 보여준 최민식 선배와 달리 물처럼 어디에 섞여도 이순신의 느낌이 드러나길 바라며 했다"던 박해일의 말처럼, 묵묵한 카리스마를 나름 올곧게 표현해 냈다.
 
고증 면에서도 <명량>보다 비판받을 여지는 적어보인다. 13척의 배로 왜선 330여 척에 맞서 이겼다는 한 줄 기록에 기대 상상력을 발휘한 <명량>은 정작 전투 묘사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임진왜란 주요 문헌인 <징비록>, <선조수정실록> 등 신뢰할 수 있는 자료보다 이순신의 기록인 <난중일기>에만 너무 기댔다는 비판 또한 있었다.
 
<한산>에선 보다 방대한 자료를 고루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구선의 모양과 활용에 대한 여러 가설을 적절히 반영해 3층형과 2층형을 함께 등장시켰다. 한산도대첩과 동시에 벌어진 웅치 전투를 의식해 당시 크게 활약한 의병장 황박, 황진 등을 설정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모로 <명량> 때보다 진일보한 영화임은 틀림 없다. 여기에 더해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와 또다른 '성웅'의 면모를 이번 작품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블 영화의 슈퍼히어로가 전적으로 가상의 인물이기에, 성웅 이순신의 존재 자체는 특히 국내 관객에 보다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김한민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박해일, 변요한, 김향기, 김성규, 김성균, 옥택연 배우가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 7년 동안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최초의 전투 '한산해전'을 그린 영화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7월 개봉.

▲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김한민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박해일, 변요한, 김향기, 김성규, 김성균, 옥택연 배우가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 7년 동안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최초의 전투 '한산해전'을 그린 영화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7월 개봉. ⓒ 이정민


 
한줄평: 올여름 가장 크게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수작
평점: ★★★★(4/5)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관련 정보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빅스톤픽쳐스
러닝타임: 12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예정: 2022년 7월 27일(수)
 
 

 
   
한산: 용의 출현 이순신 박해일 김한민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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