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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특색있는 시립도서관 7개를 여행하는 다양한 코스가 눈길을 끈다
▲ 전주도서관여행브로셔 전주의 특색있는 시립도서관 7개를 여행하는 다양한 코스가 눈길을 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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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책방에서도 북클럽을 열어요. 에세이반과 그림책반으로 구성되며 총 6회 진행됩니다. 북클럽에 오신 분들은 특별여행도 함께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이 펼치는 삶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책방이나 도서관 여행길에 올라요. 기대해주세요.'

각 반에 5명씩, 총 10명의 책 사랑쟁이들이 북클럽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들과 6주간의 독서여행을 시작했다. 회원들이 정한 한 권을 읽고 나눈 정담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인연을 맺었다. 그러던 중 에세이팀이 먼저 전주의 도서관여행길을 떠났다.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국 유일한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으로 특별하고 이색적인 전주의 도서관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여행 도시 전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도서관여행 입장문 팸플릿 중

 
올해 2월 첫선을 보인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주에서 책방을 하는 지인을 통해 알게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전주의 '책쿵 20서비스(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포인트가 적립되어 동네책방에서 책 구입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부러웠는데, 도서관을 여행길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참신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전주시는 총 7개의 도서관을 선정하고 다양한 형태로 도서관 여행길을 만들었다. 선정된 도서관은 책기둥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금암도서관이다. 여행코스로는 '구석구석 하루코스(5개 도서관을 하루동안 체험해보는 여행코스)' 와 '쉬엄쉬엄 반일코스(4개의 주제별코스를 체험해보는 여행)'가 마련됐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꽃심도서관에서 한시 몇수를 읽었다.
▲ 전주꽃심도서관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꽃심도서관에서 한시 몇수를 읽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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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느낌의 얀철재책꽂이와 옥상에서바라보는 전주 구도심의 전경이 아름다웠다
▲ 전주금암도서관 세련된 느낌의 얀철재책꽂이와 옥상에서바라보는 전주 구도심의 전경이 아름다웠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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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회원들이 선택한 여행코스는 '책+삶'코스에 있는 전주시립도서관 꽃심과 '책+추억'코스에 있는 덕진공원의 '연화정도서관', 그리고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인 '금암도서관'이었다. 봄에 찾았던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의 경험이 준 기억이 좋아서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누구든지 여행길에 오르면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되는 걸까. 북클럽 리더였던 안나샘이 준비한 삶은 계란과 음료수만으로도 이미 우리들의 마음은 도서관 여행과 사랑을 하는 것 같이 두근거렸다. 가장 먼저 전주 도심에 있는 꽃심도서관으로 갔다.

이제는 보편화된 문화코드 중 하나가 바로 카페형 공간이다. 공부하는 독서실도 스터디카페라는 말을 쓰니 어느 곳에서나 커피나 차 한잔 마실 공간이 없으면 공간 본래의 모습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이고 대중의 마음이니 나도 역시 받아들인다.

꽃심도서관이 바로 그랬다. 들어서자마자 멋들어진 카페에 온 것 같았다. 게다가 수 천권의 책들과 건축학적 미학이 담긴 계단, 책장이 배경이 되는 카페라니. 옮기는 발걸음마다 마냥 좋았다. 지인들 각자의 동선으로 도서관의 향미를 즐겼다. 나도 역시 '시(poem)' 코너에서 좋아하는 시인들의 작품 몇 점을 읽고, 요즘 빠져있는 한시 책도 몇 장 읽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오래된 주택가인 금암동에 위치한 '금암도서관'이었다. 겉보기에는 별다르게 보이지 않았는데, 내부의 흰색 철제로 된 책꽂이에선 도시의 세련된 감각이 느껴졌다. 또한 3층에 위치한 옥상에 올라가니, 눈앞에 전주의 오래된 주택지붕이 지평선처럼 펼쳐있었다. 푸른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한 주택의 지붕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이 자리할 수 있다니 가히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서관이다.

세 번째 방문지는 전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덕진공원의 연화정도서관이었다. 최근에 개장한 이곳은 덕진공원의 옛 연화정 건물을 바꿔 한국의 아름다움을 도서관에 담았다. 이전에 덕진공원의 옛 연화정 건물이 있던 곳으로 도서관이 있는 연화당과 문화공간과 쉼터로 쓰이는 연화루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서관은 한옥의 목구조인 '점·선·면 그리고 여백'의 의미가 담긴 도서 2000여 권을 갖췄다. '점(찍다)'에는 전주의 문학책, '선(잇다)'에는 한옥, 한복, 한식 등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한 책, '면(채우다)'에는 신한류 문화와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내 도서로 자리했다.
 
전주덕진연못에 위치한 한옥도서관의 옛스러운 고고한자태에 갘동했다
▲ 전주연화정도서관 전주덕진연못에 위치한 한옥도서관의 옛스러운 고고한자태에 갘동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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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위치한 모교인 대학 때의 추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연못 위의 연꽃들은 그때처럼 붉은 꽃을 피웠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조각배들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으니, 아니할 말로 서당물고기 3년이면 절로 글을 읽을 수 있을 잉어와 왜가리들이 부러웠다. 더불어 전주시의 도서문화행정에 박수를 보냈다.

"내 기억의 도서관은 낡고 먼지냄새 짙게 배인 종이냄새가 스며있는 곳, 빽빽하게 나열된 질서정연한 장서들, 칙칙한 지하나 햇빛 스며들지 않은 보관위주의 그런 곳이에요. 그런데 세 곳 모두 현대적 시대 흐름에 맞게 설계되고 책과 함께 쉼의 공간이 적절하게 있어서 하루 종일이라도 책과 노닐고 싶은 느낌이에요." - 사서경험이 있는 안나샘

"연화정 도서관이 기억에 남아요. 한옥으로 건축된 도서관이라니. 입구부터 경건한 마음이 들어서 예를 갖추고 책을 봐야 할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지로 만들어진 예술품과 책도 있고, 특히 외국인들을 위한 책들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왔을 때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 북클럽을 한 유소정님

돌아오는 길에 누구 할 것 없이 군산의 시립도서관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할 수 있다면 군산의 3대 호수공원(월명호수, 은파호수, 청암호수)의 자연을 살린 작은 도서관도 만들고, 시나 인문학 , 어린이 그림책 등 특정 부류의 전문도서관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군산에서도 최근 오래된 건물을 재 단장해서 수영장이 있는 '해솔도서관'이 개관했다. 또한 은파에 작은 도서관 설립이 추진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무조건 현대식 건물을 세운다는 미명하에 자연환경을 무시한 설계와 건축이 이뤄지진 않았으면 한다.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학원의 7월 편지글에도 학원가족에게 말했다. 책이 살아있는 문화도시 군산을 만들어 보자고. 우리 자녀들과 함께 책이 있는 특별한 여행으로 문화인이 되어보자고. 책방을 연 이후 더욱더 책 문화를 언급하는 나는 올 여름 피서지로 '도서관여행'과 '책방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어느 피서지에 가더라도 그곳의 도서관을 방문하는 책여행길!!

태그:#도서관여행, #전주책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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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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