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구 배드파더스) 사이트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구 배드파더스) 사이트
ⓒ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관련사진보기

 
이혼 가정에서 발생하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닙니다. 이혼 가정 아이들에게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아이들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위협요소입니다. 하지만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양육비를 못 받아온 부모들의 마지막 희망은 '배드파더스'라는 민간 사이트였는데요,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양육비 지급을 촉구해왔다는 이유로 양육비 미지급자들로부터 명예훼손소송을 당했습니다. 배드파더스는 1심 재판 직전까지 무려 113건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를 해결한 곳입니다.(*2022년 6월 15일 기준 누적 해결사례 223건)  

배드파더스를 돕는 시민단체 '양육비해결총연합회(아래 양해연)'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헛된 명예가 아이들의 생존권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화난사람들을 통해 배드파더스의 무죄 탄원서를 1심과 2심에 걸쳐 모은 바 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화난사람들을 통해 양해연은 231명의 시민들이 쓴 배드파더스 무죄 탄원서를 모아, 1심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배드파더스 명예훼손소송 1심 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은 배드파더스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때문에 당시 판결을 다룬 뉴스에서는 한국사회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단순히 이혼한 부모 개인간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자 아동들의 생존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배드파더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사 측이 항소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이유서에는 검찰 측이 아동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항소이유서에서 검찰은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썼습니다.

결국 양해연은 다시 한 번, 화난사람들을 통해 배드파더스 무죄 탄원서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4600명이 넘는 시민들의 뜻이 모였지만…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된 사건

배드파더스 사건의 무죄 판결이 검찰의 항소로 뒤집힐 기미가 보이자, 많은 분들이 항소심용 무죄 탄원서를 작성해주셨습니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진행된 배드파더스 항소심용 무죄 탄원 프로젝트에는 무려 4639명의 시민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무죄를 열망한 시민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심에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대표는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가벼운 범죄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였습니다. 어떻게 1심과 2심 재판부는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듯 다른 판결을 내린 걸까요?  

1심 재판부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은 공적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를) 비방 목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무제한으로 공개해 (양육비 미지급자)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습니다.

마침내 배드파더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화난사람들 에디터는 배드파더스를 대신해 무죄 탄원서를 모았던 양해연 이영 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2020년 10월 헌법재판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 선고 촉구를 위해 모인 이영 회장
 2020년 10월 헌법재판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 선고 촉구를 위해 모인 이영 회장
ⓒ 화난사람들 유튜브

관련사진보기

 
- 화난사람들에서 배드파더스 무죄 탄원서를 1심, 2심에 걸쳐 모으셨어요. 기존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무죄 탄원서를 모으셨을 텐데 처음에 화난사람들에서 무죄 탄원서를 모아야 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화난사람들 사이트는 법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면서 저희와 같이 공동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알리고 관심과 의견을 모아 주는 소중한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화난사람들 사이트를 통해 무죄 탄원서를 모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법이 아이들의 피해를 막지 못하고 고통을 심화시킬 만큼 무력했어요. 벼랑 끝에서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사이트가 출현했고 피해자들이 배드파더스를 통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라는, 그 불안하고 가느다란 줄을 붙잡은 거라고 생각해요.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이 양육비 법 개정을 촉구하는 입법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배드파더스 소송이라는 큰 법적 분쟁이 일어났으니 양육비 피해 가정의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양육비가 아이들의 생존권이라는 인식도 사회에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화난사람들 사이트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알리며 아동 생존권을 설명하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탄원인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주셨어요.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 1심 때 화난사람들에서 200장 넘는 무죄 탄원서가 모였고 결국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셨어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던 1심 무죄판결 당시 소감은 어떠셨나요? 

"배드파더스 국민참여재판은 잊을 수가 없어요. 저는 물론이고 구본창 대표님, 변호사님들, 양육비 문제를 겪는 많은 분들이 배심원단과 재판부 모두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했다는 선고를 들을 때 그동안의 노력과 마음 고생들이 막 스치면서 감격과 안도의 눈물이 흘렸어요. 응원하고 도와주신 분들의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저는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으로 잠시 기뻤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어요. 궁극적으로 바란 것은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 제도 마련이었고 그것을 위해 재판까지 치른 것이니까요.

2019년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가 이어지고 검찰이 벌금형 약식기소를 내렸을 때 구본창 대표님과 저희 단체는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 전, 저희가 정식재판을 요청해서 재판을 치를 생각이었어요. '재판의 승패를 떠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육비 법 개정과 사회 변화를 위해 재판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알리고 제도가 변화될 때까지 3심까지, 끝까지 가자' 한 거였어요. 벌금을 내버리면 오히려 조용히 쉽게 끝날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양육비 피해 가정에게 부당한 일은 계속될 것이고 한시가 급한 양육비 문제의 변화는 점점 더뎌지고 어려워질 테니까요.  

그런데 법원에서 정식재판으로 회부하였고 국민참여재판 청구가 받아들여져서 2020년 1월에 재판을 치르게 된 거에요. 약 15시간 동안 진행된 배드파더스 국민참여재판은 눈물과 감동의 법정 드라마였습니다. 방청인과 취재진들이 가득 메운 법정엔 재판 시작 전부터 긴장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총 13분의 공동 변호인단은 열정적으로 변론을 이어갔죠. 검사 측과 변호사 측 증인 신문이 오가고 곳곳에서 울음이 터지는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냉정하고 무표정한 모습이었어요 재판이 끝난 후에 배심원분들이 '재판 내내 속내와 달리 무표정을 지키느라 힘들었다'고 하셨다더라고요. 

배드파더스 국민참여재판은 1)양육비는 아동 생존권과 직결되는 '공적 사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정한 점, 2)아이들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의 법 감정을 알 수 있었다는 점, 3)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 점에서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무죄 갈린 배드파더스 재판 쟁점, '사실적시 명예훼손'

-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양해연 회원분들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2심 때 4천 명 넘는 분들의 무죄 탄원서가 화난사람들을 통해 모였지만,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혀주세요.  

"네, 2심 재판부는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가) 공익적 목적이 크다는 것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았어요. 심급별 재판부의 정반대된 판단으로 유죄가 되었는데요. 앞서 제도가 변화될 때까지 끝까지 가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만큼 가열차게 입법운동을 했던 사이트에 대해 '개인 비방의 목적이 있다'는 검찰과 2심 재판부의 판단에 결코 동의할 수 없어요. 

(배드파더스는) 비방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진실이 아니에요. 이번 사건처럼 '같은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의 관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허점 내지는 맹점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비방 목적 유무, 공익성 유무, 명예훼손 여부, 의견 개진 여부, 비밀 누설 여부, 피해 폭로 여부를 수사관과 판사의 관점과 재량에 따라 판단하는 상황에서는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가해자가 2차 가해용으로 악용하기 좋은 법이란 것을 알았어요.

가해자로부터 당한 진실한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조차 없는 것이 양육비 미지급문제입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지금까지 발생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사건들은 모두 양육비 미지급 가해자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지급 촉구를 봉쇄하고자 한 사건들이에요.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어서 심적으로 잔뜩 움츠러들고 더 막막한 상황이 처해요. 이런 현실이 너무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피켓 시위 중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회장
 피켓 시위 중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회장
ⓒ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련사진보기

 
-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남은 상황입니다. 혹시 재판 일정이 잡힌 상황인지요?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있을까요? 

"아직 재판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판이 언제 끝날지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 대법원에서는 법리만 판단하기 때문에, 시민분들이 탄원인이 되는 등 별도로 재판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사회 변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양육비 입법 활동을 하면서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각계 각층의 많은 분들이 아동 생존권 보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양육비 법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힘을 모아주셨고, 무책임한 부모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해주셨어요. 마침내 시민들의 힘으로 양육비 개정 법안이 도입이 된 거에요. 

그런데 법의 세부 내용이 갖춰지는 과정에서 양육비 미지급 현실과 괴리된 법규들로 마련되었어요. 그 탓에 아이들은 여전히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발표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양육비 미지급율이 80% 이상으로 2018년보다 더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양육비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고, 바뀌어야 할 아동 양육비 문제들이 여전히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요. 

때문에 양해연은 시민단체로서, 아이들 권리를 지켜주는 어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겁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시민분들께서도 관심과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난사람들 웹사이트 내 화난사람들 포스트 '프로젝트뉴스' 카테고리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배드파더스, #사실적시명예훼손, #양육비문제,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화난사람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의 일상을 지키는 화난사람들, 에디터 현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