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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림국악관현악단 단원들
 비내림국악관현악단 단원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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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16년에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2개월 과정의 아마추어 국악관현악단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비전공자들을 모집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50여 명의 연습생은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각자의 악기를 가져와 늦은 밤까지 연습을 하며 연주 실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들은 단지 국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서로 뭉쳤다.

이들이 연습을 이어가고 연주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전문국악인 10여 명의 따뜻한 지원도 뒤따랐다. 연주단의 지휘를 맡았던 이용탁씨(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의 도움으로 이들은 2018년에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였다. 같은 해 12월에 첫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단원들은 현재 38명, 객원 8명, 협연자 3명, 지휘자 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총 3회에 걸쳐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은 6개월마다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다가 코로나로 한동안 연주회를 열지 못했다. 2년 6개월간의 긴 침묵을 깨고 오는 19일 오후 5시에 '다시, 날아오름'이라는 주제로 서울시 성동구 소재 소월아트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코로나로 취소와 연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의 운영팀장을 맡은 김재민(56세, 직장인, 대금연주)씨를 15일 수요일 오후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넓은 세대로 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김재민 운영팀장. 대금파트를 맡고 있다.
 김재민 운영팀장. 대금파트를 맡고 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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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연주회에서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은 샤로우 작곡의 셀슨타르, 양방언 작곡·원일 편곡의 프론티어(Frontier), 박범훈 작곡·이용탁 편곡의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위한 뱃노래, 소금 협주곡 파미르 고원의 수상곡 등 다채로운 곡들을 선보인다.

특히 가야금 협주곡 찬기파랑가에서는 가야금 수석 및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의 부지휘자를 겸임하고 있는 양지혜씨가 가야금 협연 연주를 맡으며, 오페라 심청가 중 닭아닭아, 이내팔자 두 곡은 소프라노 김성혜가 함께 한다.

"이번에 연주할 곡들은 단원들과 상의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를 수 있고, 사람들이 흥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선택했어요. 국악은 소울뮤직인 것 같아요. 인생의 희로애락의 여정을 통해서 나온 감정과 국악에서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 서로 맞는 것 같아요. 이런 느낌들이 좀 더 넓은 세대로 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좀 더 부드러운 선율과 고운 선율을 가지고 음악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직장인들과 학생 등 비전공자들이 모여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어 연습하고 연주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재정적인 문제, 공연장소 섭외, 연습할 장소 구하기, 아쟁이나 피리 등 일반인들이 연주하기 힘든 연주자 모집 등 여러 문제가 있어요.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힘들지만 정기연주회 등을 통해 연주실력이 늘고, 국악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 때면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비전공자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정기연주회 등을 개최한 뒤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했다.

"변화가 많이 있죠. 연습을 할 때는 자기 파트만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라요. 근데 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통해 앙상블이 만들어지면 전체적인 곡들이 들리기 시작해요. 연주를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벼락치기 공부하듯이 엄청나게 노력을 쏟아부으면 공연이 끝난 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연주역량이 많이 올라가 있어요."
  
우리 고유의 한과 흥이 녹아 있는 국악에 매료되길
 
비내림국악관현악단 제4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비내림국악관현악단 제4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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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민 운영팀장도 처음 무대에 설 적에는 "두려움, 떨림,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등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눈앞의 악보만 보기 바빴지, 다른 곳은 쳐다볼 엄두도 안 났어요. 실수한 것 없나, 식은땀만 나고. 연주회 끝나고 가족들과 지인들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난 뒤 기쁘고 좀 안심이 되었죠.

직장을 다니며 채워지지 않던 뭔가가 국악을 연주하면서 채워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관현악단을 운영하면서 힘든 것들이 많음에도 이런 것이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퇴근 후 연습한다고 자주 나가면 가족들의 반대도 좀 있을 것 같은데, 김재민씨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제 아내는 처음에 반대하다가 정기연주회를 보고는 엄청 놀랐어요. 국악공연 자체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가 내 남편이 이런 무대에 올라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어요. 반응이 아주 좋았죠. 그래서 지금도 격려를 해주고 있어요."

단원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가 감명을 받아 국악에 '입덕'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생겼다고 한다.

"창단 연주회부터 제3회 정기연주회까지 저희들 공연을 관람한 어느 여성은 국악관현악곡 제목만 들어도 어떤 곡인지 알게 되었고, 이제는 국립국악원의 연주회까지 찾아 관람하는 국악 매니아가 되었어요.

개성 있는 음색의 국악기들이 전통국악부터 창작 국악에 이르는 다양한 곡들을 조화롭게 연주하는 걸 감상하다 보면 국악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번 연주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우리 고유의 한과 흥이 녹아 있는 국악에 매료되길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김재민씨의 개인적 바람이다. 

서양음악은 부드러운 천을 만지는 느낌인데, 우리 국악은 일반인들이 접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서양의 화성 등을 사용하여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일부 K-팝 등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데, 국악 내부에서도 이런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내림국악관현악단의 제4회 정기연주회 '다시, 날아오름'은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 관람과 관련된 내용들은 김재민 운영팀장(010-2384-9986)에게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태그:#비내림국악관현악단, #김재민, #이용탁, #정기연주회,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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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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