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브라질전에서 최다 실점과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했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브라질전에서 최다 실점과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했다. ⓒ 대한축구협회

 
FIFA랭킹 1위 브라질전 대패는 벤투호를 비롯한 축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벤투호의 전술이 기대만큼 통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투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브라질은 너무 강했다. 이 경기 패배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벤투호의 문제점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1-5 대패를 당했다.
 
이번 평가전은 2019년 1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당한 0-3 패배와 비교해 벤투호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늠할 기회였다. 조건은 우리가 더 유리했다. 제3국 중립지역이 아닌 홈 경기였다. 6만명 이상 들어찬 홈 관중의 성원으로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의 핵심 김민재와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의 결장이 뼈아팠던 것은 분명하나 홈에서 1-5 패배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다.
 
전반 30분 황희찬이 중앙 단독 돌파에 이은 전진 패스와 황의조의 동점골 장면은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세계적인 수비수 티아구 실바를 등지면서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과 정확도가 빛났다. 브라질의 골망을 흔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브라질은 최근 1년 동안 한국전을 포함해 총 21경기를 치르면서 7실점에 그쳤다. 이 가운데 한국의 1골이 포함돼 있다.
 
적어도 손흥민-황의조-황희찬으로 구성된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 1골이 유일한 위안거리였을 뿐이다. 전체적인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슈팅수에서 7-25로 크게 열세였으며, 점유율도 41%-59%로 차이가 확연했다. 
 
브라질은 경기 1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입국하며 충분한 적응기간을 가졌다. 총 3일의 훈련을 소화한 벤투호에 비해 오히려 브라질의 훈련일수가 더 많았다. 시차에 대한 부담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한국전에 임한 브라질은 90분 동안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정밀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공격, 기술적인 우위가 확연했다. 특히 수비 라인을 하프라인까지 올리며, 최대한 위에서 압박을 가했다. 한국의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위치한 네이마르-히샬리송 투톱은 1선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패스의 경로를 막아섰다. 이에 한국은 수비 진영에서 수차례 패스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동안 아시아 예선에서 상대했던 팀들의 압박 강도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위험지역에서 무리한 패스 시도는 자칫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면서 실점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 여러차례 발생했다.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에 농락당한 한국 수비진은 무려 2개의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는데, 이는 3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또, 2016년 이후 6년 만에 5골을 허용했으며, 역대 브라질전 최다 실점이다. 뿐만 아니라 2018년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많은 실점이자 최다 점수차 패배다.

 
히딩크 감독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2022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 중인 히딩크 감독

▲ 히딩크 감독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2022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 중인 히딩크 감독 ⓒ 대한축구협회

 
 
히딩크와 벤투의 생각
 
세계 축구의 흐름상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은 매우 흔하다. 적어도 벤투호는 선진 축구의 기조에 맞게 잘 따라가고 있다. 실제로 벤투호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축구에 맞지 않는 후방에서의 세밀한 빌드업 전개를 강조하는 철학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승 2무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비판 여론을 찬사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물론 지난 최종예선 10경기의 상대팀들은 전부 중동세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팀들을 상대로 현재의 전술이 과연 효과적일 것이냐는 반론도 매우 강하다. 아시아 예선에서는 높은 점유율로 주도적인 경기를 치렀지만 본선에서는 무게중심을 뒤로 내리고 수동적으로 맞서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 3일 '2022 KFA 풋볼 페스티벌' 기술 컨퍼런스에서 브라질전에 대해 "플레이스타일을 경기에 따라 바꾸는 것은 선수들에게 불안감만 줄 수 있다. 실점 장면을 보면 실수에 의한 것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 준비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벤투호에게 진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벤투 감독 역시 브라질전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1-5라는 스코어 자체가 실수가 나왔다는 걸 입증한다. 많은 실수가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정당한 결과였다. 오늘 경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금 와서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이 스타일을 밀고 가면서 최대한 실수를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능동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새 감독을 물색한 끝에 최종적으로 벤투를 낙점했다. 역대 어느 누구도 4년 임기를 채운 감독이 없었다.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며, 방향성을 정립한 지 오래다. 히딩크와 벤투 모두 스타일을 유지하되 실수를 줄이는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6월 A매치에서는 칠레-파라과이-이집트, 9월은 최대 2경기를 치를 수 있으며, 11월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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