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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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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김은혜 후보가 6.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개표가 모두 마무리 된 2일 오전 9시 15분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불과 8906표 차(0.15%p)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김은혜 후보는 투표함이 열린 후 10시간 가까이 김동연 후보를 앞서가다 이날(2일) 새벽 5시 32분께 역전을 허용했다. 

이번 선거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이른바 '허니문 선거'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패배는 상대적으로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고작 23일 전 출범한 윤석열 정부를 받쳐줘야 한다는 국정안정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거였고, 실제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12곳을 승리하면서 이를 증명했다.

강용석 단일화 결렬, 패인 아니다
 
5월 23일 서울 마포구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5월 23일 서울 마포구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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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선거환경 자체가 달랐다는 항변은 있을 수 있다. 

경기도가 이번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연고지'라는 점,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윤 대통령은 지난 3.9 대선 당시 경기도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46만 2810표(5.32%p) 졌고, 강용석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5만 4758표(0.95%)를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도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불참, 인위적인 단일화의 역풍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6.1 지방선거의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심층 출구조사를 보면,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6%,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1.0%였다. 10.6%p 격차다. 지지 정당을 물었을 때도 비슷한 격차였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1.5%로,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51.1%)보다 9.6%p 낮았다. 3.9 대선이 0.73%p 차로 승패가 갈렸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불참이 확연한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기도엔 원래 민주당을 향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가 있었다"라며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으로 도망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 정서가 약화됐다"라고 지적했다. 

'김은혜-강용석 단일화 결렬에 따른 패배'란 분석에 대해서는 여권 인사 일부도 동의하지 않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인위적인 정치 공학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풍이 불지 않느냐"라며 "민주당도 (단일화로) 위기의식을 느꼈으면 더 많이 (득표가) 나왔을 것이다. 투표율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 마케팅'의 역설
 
1기 신도시 현안 점검 및 평촌신도시 노후 아파트 현장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2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 홍지선 경기도주택도시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 뒤편에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있다
 1기 신도시 현안 점검 및 평촌신도시 노후 아파트 현장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2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 홍지선 경기도주택도시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 뒤편에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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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김은혜 후보의 패인으로 '윤심 마케팅'을 꼽는다. 

그는 당내 경선 때부터 '윤심'을 업은 후보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이른바 '당심'이 알아서 결집했다. 김학용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원직을 사임하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경기도당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원 의원이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의 특별보좌역으로 발탁된 것도 당내 여러 해석을 낳았다. 결과적으론 김 후보는 이런 흐름 덕에 유승민 전 의원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패배 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도 선거운동 기간 중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 정부가 한다"면서 노골적인 '윤심 마케팅'을 진행했다. 출마선언 때도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라면서 경기지사 선거 승리를 '정권교체의 완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25일, 5월 2일 경기도 방문 때 그와 함께 하면서 확실히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윤심'이 곧 3.9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한 모두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윤심 마케팅'은 기존 지지층의 분란을 낳았다. 지난 5월 16일, '유승민계' 강경식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변인 김은혜 후보를 자객으로 보내 경쟁자(유승민)를 서슴없이 축출했다"면서 탈당과 함께 김동연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이는 중도확장성 혹은 본선경쟁력에 있어 가점을 얻는 전략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에 대한 역량·자질보단 현 정부·여당의 대표선수라는 이미지에 보다 집중하게 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적 의미를 투사한 투표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후 집무실 용산 이전과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 인선 등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정권 초반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얻었던 점을 감안할 때, 김 후보의 '윤심 마케팅'은 100% 득이 되는 전략은 아니었던 셈이다.  

반이재명 vs. 일꾼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재산 축소 신고 및 KT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투표로 심판해 줄 것을 호소한 후 인사하고 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재산 축소 신고 및 KT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투표로 심판해 줄 것을 호소한 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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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후보가 직접적인 경쟁후보인 김동연 후보가 아닌 이재명 위원장을 겨냥한 선거전략을 구사했던 것도 결과적으론 패착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3일 만에 치러지는 데다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대형 이슈도 없는 편이라 '대선 연장전'과 같은 모양새였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 대선 당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특히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정서를 일으키는 데 주력했다. 이는 대선 당시 '대장동 저격수'란 별칭을 얻었던 김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거유세 때 이재명 위원장과 연관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거론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심지어 김동연 후보를 겨냥해 제기했던 고액후원금 의혹도 '반이재명' 전략이었다. '이재명 위원장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던 S사 관계자 2인이 대선 당시 김동연 후보에게 법정최고한도인 1천만 원을 각각 후원했다'면서 이재명·김동연 두 사람 간의 연관성을 문제 삼았다. 사실 후원시점이나 법적절차 등에서 문제될 점이 없었기에 무리한 정치공세였다.   

반면 김동연 후보는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일꾼론'을 앞세웠다. 특히 중앙당이 주력했던 '정부 견제론'보다는 민주당의 혁신·반성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경제 전문가라는 자신의 인물경쟁력을 부각하는 한편, 민주당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실제로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날(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에서) 정당투표 성향을 볼 수 있는게 광역비례 투표인데, 경기도 광역비례 투표 결과는 국민의힘 50.13%, 민주당 45.41%였다"며 "(김은혜 후보의 경우) 윤심이란 후광효과보다 본인의 콘텐츠가 더 많이 부각됐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선관위 인정한 '재산 축소신고', 결정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재산신고 당시 배우자 소유 건물과 증권가액을 축소 신고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인다고 결정했다. 해당 결정 내용은 6월 1일 당일 경기도내 모든 투표소에 공고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재산신고 당시 배우자 소유 건물과 증권가액을 축소 신고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인다고 결정했다. 해당 결정 내용은 6월 1일 당일 경기도내 모든 투표소에 공고될 예정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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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중 불거진 의혹과 논란 등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거나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점도 패인 중 하나다. 

아들이 미국 명문 사립기숙학교에 유학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가짜 경기맘' 논란 땐 "사연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동연 후보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를 역으로 제기했지만, 김동연 후보 측은 아들의 육군병장 만기제대 사실을 공개하면서 받아쳤다. 

KT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졌을 땐 말을 바꿨다. 그는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땐 "절대 거기에 관여한 적이 없다", "이 분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루 뒤 "인사기준에 맞지 않으면 탈락시키라고 얘기했다"고 해명이 바뀌었다. 또 "검찰이 (참고인 조사 당시) 문제 없다고 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사과 역시 거부했다. 

선거 막판 확인된 '재산 축소신고' 문제는 결정타였다. 김 후보는 지난달 23일 TV토론회에서 처음 '배우자 소유 대치동 빌딩에 대해 공시지가 가액 변동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신고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런 거 허투루 신고하고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캠프 명의로 따로 낸 자료를 통해서도 "상가·빌딩·오피스텔의 경우 소유지분만큼 대지가액과 건물가액을 합산하여 신고한다.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실거래가격을 기재한다"면서 적법한 재산신고였음을 강조했다. 그 뒤론 어떠한 문제제기에도 일절 대응하지 않는 '무시'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투표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재산 축소신고' 문제가 사실임을 확인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 후보 측이 "재산신고와 관련해 실무자의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파장은 컸다. 민주당은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당선무효형까지 가능한 범죄라면서 맹공을 펼쳤고, 김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와 관련된 선관위의 공고문이 도내 모든 투표소에 게시됐다. 

엄경영 소장은 '선관위의 재산 축소신고 사실 인정이 투표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야 정당·후보자 간의 공방에 그쳤다면, 재산 축소신고 문제를 단순한 정쟁으로 치부했을 유권자들이 선관위의 사실확인을 통해 투표에 반영할 정보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엄 소장은 "김은혜 후보 측에서 방어를 잘못한 측면도 있다"면서 "선거전략에서 네거티브 대응 원칙은 새로운 이슈를 제기해 판을 바꾸거나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인데 김 후보 측은 선거기간 내내 어쩡정한 태도를 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경기지사 선거,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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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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