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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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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고,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며 민주당의 선거 인프라를 경험했다. 현재는 시의원선거에 출마한 한 청년후보의 사무장으로서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을 코앞에 두고 있다.

3월 27일부터 길에서 명함을 돌리고 상가인사를 하는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최전선에서 들어왔다. 그렇기에 현재 민주당이 겪고 있는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팎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성없는 뻔뻔한 민주당"
"내로남불당"
"민주없는 민주당"
"180석 의석도 제대로 못쓰고 민생파탄 내는 무능 정당"

민주당을 비토하는 국민정서의 이면은 실망이자 배신감이다. 지방선거가 이틀 남은 이 중차대한 시점에 정치공학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일단 대선 후 민주당에 투표할 잠재적 유권자들을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선의 패배로 실망이 너무 커 민주당이 쇄신을 하든 말든 뉴스를 멀리 하는 냉담자. 둘째, 관심을 거두지 않았지만 박지현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는 쇄신에 강한 긍정이나 부정적 입장을 가진 자.

사실 현시점 민주당이 염두에 둬야 할 이들은 첫 번째 케이스다. 너무 큰 실망으로 인해 지선 투표소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대선에 민주당을 지지했더라도 지선에선 기권할 수 있다.

지금은 '비호감 민주당'으로 마음 돌린 냉담자들에게 구애하기도 바쁜 시기다. 비대위원장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이유다. 30일 윤호중, 박지현 공동 비대위원장의 합동 기자회견으로 '586 용퇴론'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대로 쇄신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의 태세 변경이 절실하다. 

윤호중 위원장,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 못 다는 걸 인정하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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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호중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중진들은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 못 다는 것을 인정하자. 박지현 위원장이어야 할 수 있는 역할을 인정하고, 절차로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그를 '마스코트'로 데려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이양해야 한다.

박지현 위원장이 사과문에 올리기도 했지만, '586 용퇴론'이 꼭 세대간의 전쟁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4선 이상 같은 지역구 출마금지와 같은 조항은, 3선으로 쌓은 정치적 연륜과 자산을 가진 의원들을 험지에서 새로이 도전하게 함으로써 민주당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정치적 자산이 빈약한 청년출마자들이 실전에서 제대로 성장할 토양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윤호중 위원장과 중진들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진보정당과의 결별'에 기여한 바가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물론 비례용 위성정당 참여 반대는 정의당·녹생당 본인들의 결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 배제 발언("성소수자 문제 등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의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 윤호중)' 등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도 개혁입법과제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빠짐으로써 민주당의 스펙트럼이 좁아졌다. 민주당 중진들의 정치공학에 천착한 보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지현 위원장, 시야 넓히고 과도하게 경직된 모습 버려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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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위원장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를 불안해 하는 사람은 '페미니즘' '내부총질'을 고까워 하는 강성지지자들뿐만 아니다. 암묵지 등으로 윤호중 위원장이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되, 관철해야 할 의제에 대해선 개혁의 대상이 되는 586 중진들의 승인이 없더라도 공론화를 통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이는 쇄신과 개혁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공론화를 하는 것도 명분과 정당성을 견인하고자 함인데, 박 위원장이 대선 막판에 2030 여성을 민주당으로 견인한 공로에 얽매여 이들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다른 대다수의 당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본다. 

일단, 박 위원장이 과거 '추적단 불꽃' 활동으로 'N번방'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단지 여성을 위한 일이 아니었고 그 피해자들 다수가 아동·청소년 등 취약층이었음을 그리고 그 피해자에는 남성들도 있음을 알렸으면 좋겠다. 또한 당내 성폭력 이슈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되, 과도하게 경직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네 가지 제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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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민주당 전체가 새겨야 할 일들이 있다. 이것은 내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지금 지방선거에까지 계속 느끼는 민주당의 (어쩌면 한국 정당 전반의) 한계다. 

바로,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을 재구성하기 위해 하고 있는 전략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민주당 또한, 세대갈등론이 아니라 명확히 시스템을 개혁할 '대안'에 기댄 쇄신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 민주당 내에서는 공정하게 자리를 얻어야 한다. 특히 당직자, 공기업 임원 자리에 586 회전문 인사를 막고 제대로 공채해야 한다. '내로남불당' 오명을 벗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둘째, 더이상 영입인재에 기대지 않도록 정치인 육성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자. 셋째,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선거 전략과 체계가 있는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미디어전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대적 감각을 장착한 프로듀서들을 당직자로 기용하고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려면 제대로 된 '씽크탱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본인 의정활동에 집중하고, 씽크탱크를 만드는 일에 100% 집중할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쇄신 대결에는 여야가 없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정치도 따라가야 한다. 정당도 기업처럼 현실적으로, 전략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뿐 아니라 민주당 중진들, '개딸들' 팬덤정치에 빠져 있는 정치인, '페미니즘'과 '내부총질'을 고까워하는 민주당 강성지지자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

태그:#민주당쇄신, #박지현, #윤호중,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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