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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는 우리나라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 승객이 되돌아가기 전에 머무는 출국대기실이 있다. 지난 4월, 추가 예산 확보와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김혜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출국대기실분회장을 인천공항 2층 농성천막에서 인터뷰했다. 예전에는 출입국 승객으로 늘 붐볐던 인천공항이 코로나의 여파로 한산한 편이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살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직장생활에 미련과 그리움이 생겼습니다. 남편의 반대에도 2013년부터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40대가 넘어서 입사를 하니, 젊은 친구들하고 소통도 힘들었고 업무 파악도 잘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죠."

- 출국대기실은 생소한데요,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출국대기실은 국내 혹은 제3국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공항에 머무르는 장소로 면세구역 내에 있습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의 개항 후 항공사들은 2004년 항공사 운영협의회(AOC, Airline Operator's Committee)를 구성하였습니다. 저희는 항공사운영협의회가 수탁한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일해 왔습니다. 즉 간접고용인 겁니다.

매년 5만 명가량, 하루에 100명 이상이 출국대기실을 거쳐 갑니다.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김포나 제주 등의 공항에도 출국대기실이 있는데 인천공항 입국자가 훨씬 많지요. 인천공항에는 1터미널, 2터미널에 각각 출국대기실이 있습니다. 저희는 입국심사에서 입국이 불허되면 승객을 대기실로 데리고 오는 일, 대기실 내에서 승객의 숙식을 관리하는 일, 출국이 결정되면 인솔하여 탑승동까지 계호하는 업무를 합니다. 승객은 대부분 수일 내로 자국으로 송환이 되는데 일부는 장기간 머물기도 합니다.

근무는 3교대인데 근무 스케줄은 4가지입니다. 항공편에 따라 근무 패턴을 바꿉니다. 주간 근무자가 있고 중간에 추가로 들어오는 주간 근무자가 있고, 야간 근무자, 야간 추가 근무자로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1터미널, 2터미널 합쳐서 동일 시간대에 25명 정도 근무하였습니다. 총인원은 42명이었는데, 이 인원이 부족해서 68명까지 인원 충원을 논의하던 중 코로나가 터졌어요. 승객이 줄어 2020년 4월부터 순환무급휴직을 하고 있습니다. 무급휴직이 계속되자 생계가 어려워진 분들이 퇴사해 현재는 총 35명입니다."

- 입국이 거부된 승객을 관리하는 건 출입국관리소의 업무인 것 같은데요.
"입국을 거부당한 승객들이 법을 위반한 건 아니잖아요. 법무부 심사에서 입국 거부가 되면 억울한 마음에, 격앙된 감정(상태)으로 인계가 됩니다. 당연히 한국인인 저희한테 감정이 좋을 리 없지요. 저희한테 욕설, 폭언 등 화풀이를 많이 합니다.

머무는 동안도 문제입니다. 음식은 그냥 세끼 모두 빵, 햄버거와 음료수만 제공합니다. 출국대기실에서 하루에 몇 명분의 음식이 필요한지 예측이 되지 않고,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공급되어야 하는 점, 여러 나라에서 온 승객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이 음식비용은 항공사에서 지불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승객이 대기실에 몰리다 보면 이불이나 모포가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좁은 대기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도 있고, 성추행 문제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사법권이 없습니다. 승객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폭행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입국 거부당한 승객들 가족이나 지인들한테도 항의도 받고요. 출국할 때 저희한테 협박하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입국이 불허된 승객을 대기실로 인솔하거나 대기실에서 다시 탑승동으로 인솔하는 일도 힘든데요. 인솔 과정에서 승객이 화장실 환풍기를 부수고 밖으로 나가거나, 옷을 갈아 입고 도망치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희 직원 두 명이서 한꺼번에 십 수 명을 인솔하는 경우도 있는데, 혼잡한 시간대에는 승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넓은 공항을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면 3만 보 이상 걷기도 합니다. 발에 물집이 생기기도 하고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어요.

제일 힘든 건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입니다. 환자가 발생하면 소방 구급대에 신고합니다. 구급대원이 병원 이송 여부를 결정하면 우리는 상황을 항공사에 알립니다. 항공사의 허락을 받은 후, 법무부의 긴급상륙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관을 통해 가입국 절차를 거쳐 외부 병원으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급성심장질환 사망자는 없는데요. 복통으로 고통이 심한데도 병원에 안 보내 주니까 고통을 참아가며 송환된 경우도 보았습니다. 출국대기실이 보안구역 안에 있고 응급의료체계가 미비하다보니 야간에 환자가 발생하면 난감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니 비용 발생 문제도 있습니다."
 
인천공항 출국대시길. 지금은 코로나로 한산하다.
 인천공항 출국대시길. 지금은 코로나로 한산하다.
ⓒ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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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승객들이 입국이 불허됩니까?
"불법 체류할 가능성 있거나 한국에 연고가 없는 경우 등이고요. 과거에 입국해서 범죄경력이 있는 경우도 해당됩니다.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도 불법체류 할 거 같으면 입국을 불허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심사 기준이 모호한 거 같습니다. 비슷한 조건인데도 입국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거든요.

한국에 오겠다고 할 때 애초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면 됩니다. 비자를 발급받아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입국을 불허하는 겁니다. 딸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데 입국이 불허된 안타까운 경우도 보았습니다. 입국 불허 대상자가 난민 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항에서 따로 마련된 난민실로 이동하여 난민심사를 기다립니다."

- 노동조합은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나요?
"수년 전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로, 간접고용으로 인해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는 힘든 환경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자주 그만두었습니다. 아끼는 직장 후배들이 잦은 이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직장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고 출국대기실 승객에게 밥을 안 주는 항공사 때문에 승객이 우리를 폭행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해결은 하지 않고 관계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여러 불합리한 상황에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청에 최저임금법 위반 체불금 진정과 법무부를 상대로 불법파견 진정을 하였습니다. 2014년~2017년도까지 3년간의 최저임금 위반 체불금은 사측과 합의하여 지급 완료 받았고, 불법파견 진정은 인정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 현재 투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입국 불허된 승객에 대한 책임을 인천공항공사, 경찰, 국정원, 법무부 출입국, 다 외면합니다. 항공사 책임이라는 겁니다. 사실 출입국관리법이 그렇습니다. 송환의 의무를 항공사 측에 지우고 있습니다. 송환될 때까지 식사 제공까지도요. 하지만 여러 국가들은 송환 대기실을 국가에서 운영합니다. 국가가 입국을 불허하니 책임도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입국관리법을 바꿔야, 우리도 힘들고 승객의 인권도 침해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법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수많은 언론사들과 인터뷰도 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이메일도 보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습니다. 고생 끝에 출국대기실의 운영 주체를 민간에서 국가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출입국관리법이 작년에 개정되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개정 후 공무직 전환 취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기존 필수 인력 42명 기준으로 운영인력 예산을 제출했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출국 대기실 입실 승객이 감소했다며 15명의 공무직 전환 예산만 확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15명의 인력으로 출국대기실이 절대 운영될 수 없습니다. 이에 추가 예산을 확보하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천막 농성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인천_국제_공항, #출국_대기실, #노동_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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