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최하위 NC를 제물로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7-0으로 완승을 거뒀다. 어린이날부터 시작된 4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한 롯데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0-9로 완패한 5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리며 4위 자리를 지켰다(17승1무14패).

롯데는 1회 우전 적시타를 때린 정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이대호가 3안타2타점1득점, 휴식을 취한 한동희 대신 3루수로 출전한 김민수도 멀티히트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롯데는 4연패 과정에서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해 연패에 빠졌지만 롯데 선발진의 부진에서 이 선수의 이름은 제외해야 한다. 5월에 열린 2경기에서 1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초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들어 4연패 부진, 올해도 '봄데'?

롯데에게는 '봄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있다. 매년 시즌 초반 기세를 올리며 좋은 성적으로 가을야구의 꿈을 키우다가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성적이 떨어져 결국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롯데는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후 2013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9년 간 매년 '올해는 다르다'를 외치며 기세 등등하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한 시즌은 2017년 딱 한 번 뿐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에도 5월 1일까지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며 2위로 치고 올라가 '봄데의 위력'을 과시했다. 매년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조금씩 아쉬움을 남겼던 거포 유망주 한동희가 4월에만 타율 .427 7홈런2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151억 투수' 김광현(SSG 랜더스)을 제치고 4월의 MVP에 선정됐다. 은퇴시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대호의 맹타와 솔선수범도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에이스 찰리 반즈가 시즌 첫 6번의 등판에서 5승을 따내며 지금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그 어떤 외국인 투수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 여기에 풀타임 선발로 첫 시즌을 보내는 이인복과 김진욱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불펜에서는 '초보 마무리' 최준용이 4월에만 1.23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9개의 세이브를 수확했고 허벅지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던 김원중이 5월의 시작과 함께 1군으로 복귀하면서 불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4월까지 승승장구하던 롯데는 5월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14승1무9패로 4월을 끝낸 롯데가 5월에 열린 첫 7경기에서 2승5패로 주춤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안방에서 '영남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에게 당한 3연패는 치명적이었다. 5일 KT전에서 선발투수 글렌 스파크맨이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6실점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는 삼성과의 3연전에서 단 3득점의 빈타에 허덕였다.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선두싸움에 끼어들 기세였던 롯데가 4연패의 늪에 빠지자 일부 야구팬들은 '봄데의 연례행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만약 롯데가 최하위 NC를 상대한 10일 경기마저 패한다면 연패의 충격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롯데에는 '마운드 최후의 보루' 박세웅이 있었고 박세웅은 8이닝 무실점이라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로 롯데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다승 1위-ERA 2위, 리그 최고 우완의 위력

사실 박세웅은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고 최동원과 염종석(동의과학대학교 감독)에 이어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을 물려 받은 이후 매년 롯데의 토종에이스로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직 '에이스'라고 불리기엔 실적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2018년과 2019년엔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2020년에는 3년 만에 풀타임 시즌을 보냈음에도 8승과 함께 4.70의 평균자책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박세웅은 작년에도 28경기에 등판해 163이닝을 소화하며 2017년 이후 4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장기간 부상에 허덕였던 박세웅에게는 멋진 재기시즌이었지만 가을야구를 노리는 팀을 이끄는 토종에이스의 성적으로는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 박세웅은 학수고대했던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노메달에 그치면서 병역혜택을 얻는 데 실패했다(물론 박세웅은 4경기에서 3.2이닝1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 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좌절하기 보다는 롯데의 에이스로서 더욱 단단해지는 쪽을 선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철치부심한 박세웅은 7경기에 등판해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5승(공동1위)평균자책점1.21(2위)로 롯데는 물론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로 도약했다. 실제로 올 시즌 리그에서 박세웅보다 더 좋은 투구내용을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투수는 평균자책점 0.47의 김광현 밖에 없다.

지난 4일 KT 위즈전에서 6이닝5피안타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4승째를 수확했던 박세웅은 10일 NC전에서 롯데를 5연패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선발 등판했다. 8회까지 109개의 공을 던진 박세웅은 3피안타10탈삼진 무실점으로 NC타선을 꽁꽁 묶으며 5번째 승리를 따냈다. 특히 5회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8회 마지막 타자 박민우를 상대로도 시속 146km의 빠른 공을 던졌을 정도로 경기 내내 좋은 구위를 유지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 로버트 스탁(두산 베어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와 함께 40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아직 피홈런을 기록하지 않은 4명 중 한 명이다.

박세웅이 2020년과 작년 한 시즌에 20개의 홈런을 맞았던 투수였음을 고려하면 올 시즌 얼마나 섬세한 투구를 하는 투수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의 구위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박세웅은 올해 충분히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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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안경 에이스 4연패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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