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박주선)이 언론을 통해서 (취임식에) 저희를 초청한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맞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행진'을 마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지속해온 전장연은 "전장연 초청도 고려하고 있다"는 박주선 위원장 말과 달리, 이날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로 이동, 오전 10시께 여의도역에서 여의도공원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아... 발표 정책, 이미 실행된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행진 전 여의도역에서 열린 약식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장애인 활동가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윤 대통령님이 여러 공약을 낸 걸로 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보지 못해 많이 아쉽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정치인들 눈속임에 속아야만 하나.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가 지켜질 때까지 (다같이)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권달주 전장연 공동대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예산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며 "110가지 정책(국정과제) 중 장애인 이동권 등과 관련한 부분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다 얘기됐고, 실행된 것들뿐이었다"고 했다. 

권 공동대표는 "기획재정부가 예산 없다고 고개 저으면 국회도, 정부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이상한 대한민국 정책들이다"며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기재부에 가서 윤석열 정부답게, 제대로 실천하는 그런 정책을 펼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 집회 참가자들을 둘러싼 경찰 측에서 스피커를 통해 "(전장연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회대로를 점거해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지금 즉시 해산하라"고 반복 경고하면서 목소리들이 뒤엉켰기 때문.

박 공동대표는 "여의도공원이 (대통령) 경호 지역이라 못 들어가게 됐다. 입구가 여기인데, 부득이하게 이 자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했다"며 "저희가 의도적으로, 불법적으로 집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장연 측은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장미꽃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다. 

박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이) 언론에 그러면 안 된다. (우리가) 아무리 미운 오리 새끼 같아도, 그러면 안 된다"며 "우리가 윤 대통령이 당선될 줄 알고 싸웠나. 우린 문재인 대통령 때도 (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계속 얘기했왔다"고 말했다. 

"'손발 노동 아프리카' 얘기하는 사람, 글로벌 리더될 수 있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여의도역 인근에서 약식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0일 오전 여의도역 인근에서 약식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이날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들은 당초 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농성장 철거 요구를 받았다가, 지난 9일 국회 사무처 등과 협의를 통해 철거 통보 취소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펜스에 갇혀 출입이 통제됐다. 

단식 30일 차를 맞은 미류 활동가는 이날 오후 1시 국회 앞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식에 초대받진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실시간으로 취임사를 듣게 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하는데, '국민 여러분' 뒤에 '세계 시민 여러분'을 덧붙이는 거다. (본인이)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더라"며 "'손발 노동 아프리카' 얘기하는 사람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인권의 기본을 모르는 대통령이 인권을 아무리 언급한들, 곧 그가 인권에 대해, 심지어 자유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거라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시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유와 평등의 심판대에 올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종걸 활동가도 "국회가 꼼짝하지 않고, 공청회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법안 논의는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비중이 반대 비중보다 높다. 국민의힘이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논의 테이블에 합류해야 한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출입이 통제된 농성장 모습.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출입이 통제된 농성장 모습.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태그:#전장연, #차별금지법, #장애인, #윤석열, #취임식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