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포토] "앞·뒷다리가 쏙~" 아기두꺼비의 대이동 준비

공사판에도 어김없이 뭍으로... 부산 온천천에서 이들은 살아남을까?

등록 22.05.04 16:50l수정 22.05.25 15:51l김보성(kimbsv1)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섰다. 뒷다리에 이어 앞다리까지 자란 아기 두꺼비들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연못과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 ⓒ 김보성

 
지나가던 한 70대 할머니가 생태연못 가장자리에 몰려든 부산 온천천 아기 두꺼비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봐라. 바글바글 한다아이가." 그는 함께 산책 나온 친구도 불렀다. 시꺼멓게 뭉쳐있는 두꺼비를 향해 복을 기원한 뒤 다시 갈 길을 갔다. 아기 두꺼비는 지나가던 아이들의 발걸음도 멈춰 세웠다. 아이들은 호기심 표정으로 두꺼비들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두꺼비 올챙이가 성장하자 부산시 연제구청은 최근 자전거도로에 로드킬 방지를 위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다행히 넘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전거 탄 이들도 우회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도시와 두꺼비가 공존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공사판을 피해 자리를 옮긴 두꺼비는 이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산란지가 아닌 다른 연못에서 태어나 이제 막 꼬리를 떼어냈다. 뒷다리에 이어 앞다리까지 자란 일부는 벌써 뭍으로 이동하려 연못과 땅을 구분하는 경계석에 네 다리를 바짝 붙였다.
 
조만간 비가 오면 일부는 먼저 움직일 것이다. 모두가 채비가 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연못에서 나와 함께 대이동을 한다. 어디론가 이동해 숨어지낸 뒤 다시 이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천천은 사람의 공간만이 아닌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사는 장소다.
 
그러나 아기 두꺼비들의 여정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두꺼비 암컷·수컷 성체 여러 쌍이 수만여 개의 알을 낳았으나, 확연히 숫자가 줄었다. 한 편에는 공사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폭우까지 거치며 상당수가 살아남지 못했다. (관련기사 : [영상] 공사판 옆 산란... 부산 온천천 두꺼비의 예고된 비극 http://omn.kr/1ycu8)

이동은 더 난관이다. 아기 두꺼비들에게 화단과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은 장애물에 불과하다. 올해는 관련 산책로 공사로 경계석의 빈틈은 더 없어졌다. 이 경계석은 꼭 필요한 것일까. 우리의 편리를 위해 하천에 계속 손을 대는 이상 두꺼비들의 불편은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이에 민감한 지표종 양서류의 터전은 정작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동 할까 말까?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섰다. 뒷다리에 이어 앞다리까지 자란 아기 두꺼비 한 마리가 벽에 오를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 뒤에는 꼬리를 떼어내지 못한 친구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 김보성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섰다. 뒷다리에 이어 앞다리까지 자란 아기 두꺼비들이 햇빛을 피해 한 쪽에 몰려 있다. ⓒ 김보성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서자 부산 연제구청 온천천관리소가 자전거 이동을 막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취재가 이어진 이날 1시간 동안 이곳을 넘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김보성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서자 부산 연제구청 온천천관리소가 자전거 이동을 막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과 그물 뒤로 두꺼비가 이동 과정에서 넘어야할 큰 돌들이 보인다. ⓒ 김보성

"아기 두꺼비의 입장에서 본 장면" 봄날인 4일 부산 온천천 두꺼비가 대이동 준비에 나섰지만, 사람을 위한 경계석은 큰 장애물이다. 이들은 자신의 수십배 크기의 돌을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인도를 지나도 또 다른 큰 벽이 기다리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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