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뮤얼 얼리토 미 연방 대법관의 '로 대 웨이드 판결' 기각 결정문 초안을 보도한 <폴리티포> 갈무리.
 새뮤얼 얼리토 미 연방 대법관의 "로 대 웨이드 판결" 기각 결정문 초안을 보도한 <폴리티포> 갈무리.
ⓒ 폴리티코

관련사진보기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기로 한 초안이 유출돼 미 전역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새뮤얼 얼리토 연방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판결문 초안이 유출된 된 것은 미 사법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초안에 따르면 얼리토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논리적으로 빈약하고,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적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처음부터 매우 잘못됐다. 논리적으로 빈약하고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 낙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논쟁을 키우고 분열을 심화했다. 우리는 이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미 헌법에는 낙태에 관한 언급이 없을뿐더러 어떤 헌법 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이는 낙태권이 미국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았다는 결론에 직면한다. 낙태 문제를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왔다. "

얼리토 대법관은 2006년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판사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한 다른 대법관 4명이 같은 의견을 냈으며,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한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이 소수 의견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을 내고 "언론에 유출된 초안은 진본이 맞지만, 대법원의 결정 혹은 대법관들의 최종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유출에 대해 "대법원에서 일하는 모든 공직자에 대한 모독이자 심각한 신뢰 위반"이라며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만든 '보수 우위' 대법원... 낙태권 뒤집나 

현재 미국에서는 임신 6개월 이전까지는 낙태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른 것이다.

1971년 텍사스주에서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한 여성이 낙태 수술을 거부당하자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노마 매코비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신변 보호를 위해 '제인 로'라는 가명을 썼고, 당시 '헨리 웨이드'라는 이름의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 지방검사와 법정에서 맞붙으며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연방 대법원은 1973년 9명의 대법관이 찬성 7대 반대 2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의거해 여성의 낙태할 권리가 합법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텍사스,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등 보수 텃밭의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왔다. 또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원을 보수 우위의 구도로 만들면서 판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행정부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수호하기 위해 법정에서 강력하게 논쟁했다"라며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이고, 로 대 웨이드 판결은 거의 50년간 이 땅의 모든 법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공정과 우리 법의 안정성은 이 판결을 뒤집지 말라고 요구한다"라며 "임신 중절 및 생산권을 향한 계속되는 공격에 대응할 선택지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공동 성명에서 "대법원은 여성을 넘어 모든 미국인에게 가장 큰 권리 제약을 가하려 한다"라며 "현대 역사의 최악이자 가장 해로운 결정"이라고 얼리토 대법관을 규탄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대법관들을 향해서도 "미 의회에 거짓을 말하고 헌법을 찢어발겼으며, 대법원의 평판까지 더럽혔다"라며 "이들의 인준을 찬성한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미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낙태권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 판결 초안이 유출된 것을 겨냥했다. 매코널 대표는 "초안 유출은 충격적인 법 위반이자, 대법원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지도자는 법원의 독립성을 무조건 수호해야 한다"라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9명의 대법관은 모든 소음에 귀를 닫고 법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자유롭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바이든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 민주당 "우리 지역으로 오라"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기각 결정문 초안에 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도하는 CNN 방송 갈무리.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기각 결정문 초안에 관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도하는 CNN 방송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만약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P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에 따르면 낙태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는 선진국은 거의 없다"라며 "미국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을 포함해 보수 성향의 대법관 5명이 반세기 동안 헌법에 근거한 낙태권을 뒤집을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너무 많은 여성과 그 가족에게 영향을 끼치는 미국 사회의 중대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각종 여론조사는 미국인 다수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일관적으로 보여준다"라며 "미국의 시계를 반세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보수 성향 지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면, 여성들이 낙태를 찬성하는 진보 성향 지역으로 원정 시술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위원회는 "미국 여성이 낙태권을 박탈당할 상황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캘리포니아는 이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어벽을 구축할 것이며, 여성들은 이곳에서 계속 보호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케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트위터에 "낙태 수술과 간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며 "뉴욕에서 낙태는 항상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다"라고 적었다.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11월 중간선거 쟁점으로 띄웠다. 그는 "만약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는 일은 이 나라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손에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민주당 후보를 찍어달라는 의미다.

CNN 방송은 "올해 1월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69%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했다"라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성향 및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로 대 웨이드 , #낙태, #조 바이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