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9번째 꼬마평화도서관에 앉았다
▲ 2022 상반기 평화책 / 29번째 꼬마평화도서관에 앉았다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2022년 상반기 평화책을 가려 뽑았다. 모두 여섯 권으로 이설아 지음 <모두의 입양>, 김미희 글·그림 <엄마>, 킴 톰식 글 해들리 후퍼 그림 <나나가 집으로 돌아온 날>, 박숲 글·그림 <오, 미자!>, 신순재 글 오승민 그림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권정생 시 김규정 그림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다.

2014년 12월 9일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카페 '보리와 철새'에 처음 들어선 꼬마평화도서관은 이제까지 반찬가게와 세탁소, 카센터와 밥집, 초등학교와 중학교 복도, 교회와 성당, 다세대주택 현관을 아울러 마흔여섯 곳에 문을 열었다.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은 여섯 달에 한 번씩 그림책을 비롯한 평화 책을 골라 나라 곳곳에 있는 꼬마평화도서관에 보낸다. 꼬마평화도서관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사람들이 모여 평화 그림책을 연주하고 받은 느낌을 나눈다.

이번에 고른 평화 책 알짬은 '입양'이다. 입양은 일본에서 들온말이고 본디 우리말은 '수양'이다. 수양은 '식구로 거두다' 또는 '거두어 식구로 품다'란 말이다. 평화에 '뜬금없이?' 입양을 꺼내든 까닭이 뭘까? 거리감이 느껴지는 남에게 곁을 내주어 식구로 거둘 때 평화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을 요즘처럼 가족이라고 하지 않고 식구 또는 식솔이라고 불렀다. 피붙이를 일컫는 가족은 일본에서 들온말이고, 식구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등짐 지거나 보따리를 이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는 이들에게 밥 한술 나누고 잠자리를 내어주며 너그러이 객식구를 품었다.

<모두의 입양>은 남이 낳은 아이 셋을 거두어 식구로 품은 이설아씨가 지은 책으로 "입양은 어떤 행복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함과 두려움의 파도를 타며 평생 도전을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라며 우리를 흔든다. 입양은 기르는 어버이가 아이를 거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도 기르는 부모를 받아들여야 하고, 낳은 어버이 사정도 함께 어우러지면서 갈팡질팡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거둔다는 말엔 조개가 사금파리를 품어 진주를 빚듯이 네가 하는 모든 말과 짓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아리더라도 사랑이 깃들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사랑은 아리도록 앓는 사이에 깃든다.
 
왼쪽부터 정채현, 김영주, 황온숙, 양하나
▲ 평화책을 고르는 선정위원들 왼쪽부터 정채현, 김영주, 황온숙, 양하나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그림책 <나나가 집으로 돌아온 날>은 불법 사냥으로 괴로움을 겪으며 사나워진 코끼리 무리를 거두어 살린 툴라툴라 농장에 사는 로렌스·프랑수아즈 부부와 코끼리 무리 사이에 깃든 사랑을 담았다. 처음 입양 오던 날 밤, 울타리를 부수고 농장에서 뛰쳐나간 코끼리 무리를 가까스로 농장으로 몰고 왔을 때 코끼리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발을 구른다. 프랑수아즈와 로렌스는 "슬퍼하는 거예요. 아직 겁나서 그래요" 하고 다독이며 받아들인다. 남을 너로 돌려세워 헤아리는 사이에 사랑이 깃들어 켜켜이 쌓이면서 이웃을 이룬다.

그림책 <엄마>는 새로 엄마가 생긴 아이 이야기다. "3년 전 처음 보는 사람이 엄마가 되었다. '이제부터 엄마라고 불러.' '왜요?' '그렇게 하기로 했어.' 어른들은 제 맘대로다."라는 말에 움찔했다. "엄마가 옷을 만들어주셨다. 잘 맞지만, 싫어하는 색이다. 엄마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뜨끔하다. 어찌 아이 마음을 묻지 않고 알 수 있을까. 이렇게 툴툴대던 아이가 삼 년 만에 제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떨치고 엄마 생일 선물로 금붕어를 사다 놓는다.

그림책 <오, 미자>는 '외부인이나 청소 근로자는 탑승을 자제해주시고 비상계단을 이용해주세요'란 글을 마주하며 눈물짓는 청소하는 미자, "아줌마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하는 소리를 듣는 전기 기사 미자, 물에 빠진 아이를 건져낸 스턴트맨 미자, 이삿짐을 나르는 미자, 택배기사 미자가 주인공이다. 산다는 건 맵거나 쓰고 시거나 짜고 때로는 달콤하기도 하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자"라며 끝맺는 이 책은 '우리는 다를 바 없이 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일깨운다. 남을 너를 돌려세워 거두어 품을 때 아름답다.
 
/ 연주자는 46번째 꼬마평화도서관 관장 부지깽이
▲ 그림책 연주 / 연주자는 46번째 꼬마평화도서관 관장 부지깽이
ⓒ 변택주

관련사진보기

 
그림책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는 백석이 남긴 시 '국수'를 바탕에 두어 지은 책으로 집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메밀국수를 끓여 나눠 먹어 식구를 이룬다는 얼거리로 그림과 마주 앉으면 뭉클하다. 뭇산이들은 먹이를 남과 나누기 힘들어한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굶주리면서도 제 먹을 것을 선뜻 내놓으며 남을 이웃으로 들였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나라가 망할까? 아니란다. <몽실언니>와 <강아지똥>으로 가슴을 흔들었던 권정생 선생은 애국자가 없으면 젊은이들이 총에 메고 싸움에 나갈 일이 없으며, 꽃과 연인, 자연과 무지개를 사랑하여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거라고 흔든다. 제 나라 젊은이들 목숨을 내걸고 싸우도록 부추기는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나라를 망치는 이들이란다. 권정생 선생은 이웃 나라 사람들도 총을 맞으면 우리와 똑같이 뜨거운 피를 내뿜으며 쓰러진다고 알아차려야 평화롭다며 드잡이한다.

참으로 우리 식구들을, 우리 마을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을 아끼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옆집 식구들을, 옆 마을 사람들을, 옆 나라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뜻에서 2022년 상반기 평화책 알짬을 '받아들임'으로 했다.
가정의달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부부의날이 빼곡하다. 그 틈에 남다른 날이 하나 더 있는데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은 입양의날(5월 11일)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낳은 아이는 우리가 거두어 품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날인데, 이날을 남에게 곁을 내주어 이웃으로 거두어 사이좋아지는 날로 삼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간추려서 아이들이 보는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별책부록 <개똥이네 집>에도 싣습니다.


태그:#꼬마평화도서관, #모두의 입양, #나나가 집으로 돌아온 날, #오, 미자, #애국자가 없는 세상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