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지난 18일,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전라남도 화순군을 찾았다. 부러 먼 곳까지 찾아갔다는 건 그만큼 고민견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강형욱 훈련사와 이경규, 장도연은 현장을 찾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번 주 고민견 봄이(수컷, 6살)는 진돗개 엄마와 풍산개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시골잡종이다. 핏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봄이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카네코르소나 이런 개들과는 다른 살벌함이 있어요. 뒤에서 공격할 것 같은..." (강형욱)

방 안에 홀로 있던 봄이는 무언가를 응시하더니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마을 이장님이 방문하자 경계심이 발동한 것이다. 봄이는 외부인을 보면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전 답사 당시에도 제작진을 향해 거칠게 짖었고, 멀리서 누군가 지나가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입질이었다. 보호자 가족들은 모두 봄이에게 물린 경험을 갖고 있었다. 

봄이의 입질은 강형욱의 말마따나 "장난으로 무는 게 아"니었다. 꿰매고 철심까지 박아야 하는 심한 상처를 입혔다. 첫째 딸은 상처가 깊어 당장 꿰맬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물렸고, 셋째 딸은 머리를 물려서 철심까지 박아야 했다. 부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입질은 매우 심각했다. 봄이는 심지어 다리가 불편한 둘째 아들이 넘어지자 달려들어 공격한 적도 있었다. 

봄이의 끝을 모르는 역대급 공격성에 가족들은 지쳐 있었다. 게다가 옆집에 살고 있는 친정 엄마가 물리는 사고까지 발생하자 친척들은 단단히 화가 나서 "정이 들었더라도 안락사 시켜버리든지"라며 엄마 보호자를 압박했다. 엄마 보호자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막막함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봄이를 안락사시킬 수는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연을 보낸 것이다. 

"너무 사랑하다 보니 자발적으로 온 가족이 길들여진 것 같아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강형욱)

가족들은 봄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다보니 모든 화살을 본인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첫째 딸은 봄이에게 물려 병원에 가면서도 "봄이가 잘못한 거 없어. 봄이 어떻게 하면 안돼"라고 말할 정도였다. 할머니조차 가족들이 봄이를 미워할까봐 물린 사실을 숨겼다. 강형욱은 가족들이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봄이뿐만 아니라 모두 변해야 한다. 

역대급 공격성, 길들여진 온 가족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과연 봄이의 외부인에 대한 경계와 입질은 어느 정도일까. 제작진이 간식을 봄이 앞에 떨어뜨린 후 집으려고 하자 봄이는 튀어나가며 달려들었다. 폭발한 봄이는 끝까지 쫓아가 입질까지 했다. 입마개를 한 상태에서도 물었다.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봄이를 만난 이경규는 대치 상황을 만든 후 조금씩 다가갔다. 하지만 봄이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작전상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강형욱이 출동했다. 봄이는 강형욱의 움직임을 따라 끊임없이 경계했다. 강형욱은 위협적인 개한테는 가슴줄을 하는 게 아니라며 목줄을 꺼내들었다. 봄이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목줄을 보자마자 줄행랑을 쳤다. 그동안 한 번도 통제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 3명이 달라붙어 겨우 목줄을 채울 수 있었다. 가족들은 말 그대로 '길들여진' 상태였다. 

강형욱은 가족들을 무차별적으로 물고 공격하는 봄이를 두고 '정신 나간 개'라고 딱잘라 말했다.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인 표현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의 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머리로는 알지만 쉽게 인정할 수 없었으리라. 강형욱은 단순히 '잘못했어요'가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죄가 있다면 그건 사랑'만' 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친구들은 만만한 사람 뒤통수치는 걸 좋아해요." (강형욱)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강형욱은 목줄을 건네받았다. 줄만 잡았을 뿐인데도 봄이는 격하게 몸부림쳤다. 엄마 보호자는 못 보겠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딸 보호자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라며 엄마 보호자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말했다. 봄이는 계속 몸부림을 쳤고, 허술하게 채워져 있던 입마개는 벗겨졌다. '개통령' 강형욱은 꿈쩍하지 않고 담담히 훈련을 이어갔다. 

단지 걸어갈 뿐인데도 봄이의 저항은 계속됐다. 움직임은 더욱 사나워졌고, 흥분한 봄이는 혀를 깨물어 피가 흘렀다. 봄이는 안간힘을 쓰며 발악했다. 역대급 저항에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봄이는 긴장한 나머지 대소변 실수까지 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훈련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엄마 보호자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사정하는 사람은 칭찬할 수 없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칭찬해도 되고 예뻐해요 돼요. 사정하는 사람은 칭찬할 수 없어요." (강형욱) 

반복 훈련 끝에 강형욱은 결국 봄이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엄마 보호자의 차례였다. 강형욱은 강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호함'을 가르쳤다. 엄마 보호자가 주도적으로 훈련에 나서자 봄이도 조금씩 따라오고 있었다. 확실히 저항이 줄어들었다. 많이 차분해진 상태였다. 눈 앞에 물건을 떨어뜨린 후, 허리를 굽혀 집어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경계심 줄이기 훈련에 돌입했다. 목줄을 올리고 엉덩이를 내려 확실히 통제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등장해도 경계를 할 뿐 짖지 않았다. 엄마 보호자는 '앉아'를 시켜 경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 된 듯했다.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이 있으니까 얌전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강형욱은 자신의 역할을 가족 중 누군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마지막 고민이 남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과 봄이의 불편한 동거를 해결해야 했다. 강형욱은 "내가 가족이라면 아들과 봄이를 분리할" 거라고 조언했다. 개들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더 공격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분리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또, 봄이는 빠른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앞으로 꾸준히 훈련한다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었다.

이 땅의 수많은 반려인들이 "사정하는 사람은 칭찬할 수 없"다는 강형욱의 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자신의 반려견을 사랑해야 하겠지만, 잘못된 부분은 따끔하게 지적할 수 있는 분별있는 사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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