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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자가 놀았던 바로 그 금호강, 오랜만에 찾은 금호강은 거의 예전 그 모습과 가깝게 돌아와 있었다.
 어린 시절 기자가 놀았던 바로 그 금호강, 오랜만에 찾은 금호강은 거의 예전 그 모습과 가깝게 돌아와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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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주말을 맞아 대구 금호강을 찾았다. 금호강은 낙동강과 연결된 낙동강의 제1 지천으로, 대구시내를 관통한다. 그 구간이 41.6km에 이른다. 대구시의 상징과도 같은 강, 서울의 한강과도 같은 강인 것이다.

금호강은 과거 산업화를 거치면서 엄청난 수난을 당했다. 산업화 시절 대구지역은 섬유가 주력이었다. 금호강을 따라 들어선 무수한 섬유공장에서 내뿜는 폐수는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들었고 그로 인해 금호강은 시궁창으로 변해갔다.    

1970년대 후반, 기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금호강은 버드나무가 많고 고기도 많고 물이 맑은 아름다운 강이었다. 그런 강이 80년대를 거치면서 시궁창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필자는 금호강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목격한 세대다.

어릴 때 멱을 감고 놀았던 금호강이 시궁창으로 변해가면서 더 이상 강을 찾지 않았던 것 같다. 강을 배척하게 됐던 것이다. 하수구와도 같은 강이 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강과 유리된 시간이 생긴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강을 떠났을 것이다.

4대강사업과 함께 다시 찾게 된 낙동강과 금호강
 
기자가 반야월습지라 명명하는 금호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다. 살아있는 하천의 모습이다.
 기자가 반야월습지라 명명하는 금호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다. 살아있는 하천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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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4대강사업이 다시 기자를 강으로 불러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무렵 다시 낙동강을 찾게 된 것이다. 이 사업만은 막아야 하겠기에 낙동강을 알아야 했고. 그렇게 낙동강 기행은 시작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를 강으로 다시 불러낸 것이다.

그 무렵 당연하게도 금호강을 돌아보게 되었다. 당시 돌아본 금호강은 시궁창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산업화 이후 들어선 하수종말처리장 등의 확충에 따라 오폐수는 걸러지고, 상류의 영천댐으로부터 하천유지수가 하루 33만3천톤이 흘러들어오면서 금호강은 변했다. 그렇게 수십년이 흐르자 금호강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생긴 것이다.

금호강이 스스로 치유를 시작하더니 마치 과거 기자가 어렸을 때 봤던 강의 모습처럼 돌아온 것이다. 버드나무 군락이 있었고 조약돌이 있고, 그 사이에 물고기와 조개들이 많았던 그런 강으로 돌아온 것이다.   
 
▲ 금호강에서 만난 수달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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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반야월습지라 부르는 곳은 특히 아름다운데 이곳은 생태적일 뿐만 아니라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훌륭한 강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 주민들에게도 엄청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기자는 수달을 만나기도 했다.

'금호강 개발 계획' 들고 나온 대구시... 그에 맞서기 위해서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 조감도. 세군데 큰 지방정원을 만들고, 보를 만들고 도로를 닦고, 교량을 놓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 조감도. 세군데 큰 지방정원을 만들고, 보를 만들고 도로를 닦고, 교량을 놓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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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금호강에 대구시가 작년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란 이름의 개발계획을 들고나왔다. 안심습지나 달성습지 같은 금호강의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정원을 여러 개 만들어나가겠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서 수중보를 건설하고 도로를 닦고 교량을 건설하는 등 토건공사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개발 계획'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는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시의 개발계획에 맞서러면 금호강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 필요가 있어서 금호강 생태조사사업을 제대로 벌여 보기로 한 것이다.

생태조사 시작은 오는 5월 초로 예정돼 있고, 본격적인 생태조사에 앞서 미리 금호강을 찾았다. 기자가 금호강에서 우선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금호강에 과연 보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였다. 보란 것은 농사에 필요해서 만드는 물을 가두는 시설물인데, 금호강 주변에 더 이상 농사를 짓는 데가 없다. 일부 밭이 있으나 그곳은 지하수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다.
 
무태보의 모습이다. 고무보로 되어 있어서 물을 채웠다가 뺄 수도 있지만 물을 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태보의 모습이다. 고무보로 되어 있어서 물을 채웠다가 뺄 수도 있지만 물을 빼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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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만들어서까지 농사를 지을 논농사가 금호강 주변에는 없다. 그래서 보가 사실상 필요치는 않은 것이다. 안 그대로 금호강 대구 구간에 보가 두 개나 있다. 바로 무태보와 동촌보다. 

현장을 찾아 보가 있는 곳과 보가 없는 곳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미 낙동강에서 보의 모습을 숱하게 보아온 터라, 금호강에 들어선 보로 인해 금호강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란 것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현장을 보고 싶었다. 보가 있는 곳과 보가 없는 곳의 금호강이 어떻게 다른지를 직접 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보가 있는 곳은 낙동강과 대구 신천에서 익히 보아온 대로 물만 그득한 공간, 즉 호수와 같은 공간일 뿐이었다.

물만 가득한 무태보, 여울목이 있는 금호강
 
무태보 하류의 모습이다. 물길은 낮았고, 하중도에는 유채꽃이 만발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무태보 하류의 모습이다. 물길은 낮았고, 하중도에는 유채꽃이 만발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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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태보가 있는 상류가 그랬다. 물만 가득할 뿐 생명의 흔적조차 없었다. 반면 무태보 아래쪽은 완전히 달랐다. 유채가 만발했고, 버드나무에는 물이 올라 초록으로 빛났다. 그 위를 새들이 채우고 있었다. 새봄을 맞아 생명이 약동하는 공간으로서의 금호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웠다.

무태보를 뒤로 하고 상류로 올라가며 자전거를 탔다. 금호강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주말을 맞아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금호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니, 무태보의 영향으로 상단 구간이 물만 채워진 공간이 이어졌다. 새들조차 없는, 지나치게 단조로운 모습의 금호강을 보여준다.

간간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마저 없었다면 너무 삭막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렇게 십여 분을 달리자, 무태보의 영향권에서 멀어진 금호강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불로천과 만나는 지점의 금호강은 방금 지나쳐온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금호강을 보여주었다.

여울과 소가 있는, 말 그대로 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금호강의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수풀도 자라나 완벽한 습지 형태의 금호강이 그곳에 있었다. 여울목에서는 잉어와 물고기들이 놀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선 백로와 왜가리가 그 자리를 지키고 선, 생태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의 금호강이 존재했던 것이다.
 
여울목이 있는 금호강. 불로천과 만나는 바로 합수부에 이렇게 여울목이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서 새들이 물고기사냥을 하고 있다..
 여울목이 있는 금호강. 불로천과 만나는 바로 합수부에 이렇게 여울목이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서 새들이 물고기사냥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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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강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것은 기자가 어렸을 때 보아온 금호강의 그 모습이었다. 강으로 바로 뛰어들어가고픈 욕망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그런 모습은 계속해 상류로 이어졌다. 비록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물고기가 놀기에는 충분한 물이 흐르는 습지 형태의 금호강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행태는 동촌보를 만나자 다시 깨어졌다. 동촌보 바로 직하류까지는 버드나무 군락이 있고, 새들이 있는 생명의 공간이 동촌보 위에 이르면 완전히 바뀐다.

동촌보와 오리배
   
물만 가득한 호수 형태의 금호강. 동촌보의 영향이다. 이 반대편은 오리배가 지천이다.
 물만 가득한 호수 형태의 금호강. 동촌보의 영향이다. 이 반대편은 오리배가 지천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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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촌유원지에 오리배가 가득 떠 있다. 동촌보는 바로 이 오리배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동촌유원지에 오리배가 가득 떠 있다. 동촌보는 바로 이 오리배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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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가득한 호수, 그 위엔 어떤 생명체도 보이지 않는 채 오직 강물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형태의 하천이 필요한 걸까? 생태적이지도 않고 경관적으로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런 강의 모습을 누가 반길까? 그 궁금증은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자 풀렸다.

동촌보의 상류에는 동촌유원지가 있다. 유원지에 가보니 바로 오리배들이 떠 있었다. 주말을 맞아 적지 않은 인파가 오리배를 타고 있었고, 유람선도 한 대가 떠있다. 동촌보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물만 가득한 죽음 호수 같은 공간이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오리배 때문인 것이다.    

그로 인해 강 수질은 더욱 탁해지고 있었고, 물에선 냄새마저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강에서 오리배를 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국의 유희와 관광 문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오리배와 살아있는 오리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나은가'란 가치관의 문제와도 얽혀 있었다. 실지로 아름다운 습지에 오리들이 노니는 그런 강을 향유하는 것과, 생명의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공간에서 오리배를 타는 것의 차이는 크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아왔다. 동촌유원지는 오랫동안 이런 모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제껏 그런 것인 줄로 생각했을 뿐, 이와는 다른 동촌유원지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 반야월습지... 모여노는 진짜 오리들

그 상상력은 기자가 반야월습지라 명명하는 금호강에서 찾을 수 있다. 낮은 잠수교가 있는 이곳에 서면 상류에는 아름답게 자란 버드나무 군락이 있고 그 하류엔 수초들 사이를 흐르는 금호강을 만날 수 있다. 그 자체로 생태적일 뿐만 아니라 경관적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곳에선 진짜 오리도 만날 수 있다.

둘 중 어느 강이 더 아름답고 더 바람직한 하천의 모습인가? 기자의 시각에서는 반야월습지의 금호강이 더 바람직하고 미래지향적인 하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반야월습지에서 만난 진짜 오리들
 반야월습지에서 만난 진짜 오리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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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수달이 살고 있는 반야월습지 전경. 금호강에서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다.
 오리와 수달이 살고 있는 반야월습지 전경. 금호강에서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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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야 할 것인가. 미래와 과거, 둘 중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바로 이 지점에 대구시가 하려는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가 놓여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엔 수중보가 들어있는데, 바로 동촌유원지와 같은 공간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지금보다 더 금호강을 들여다보고, 금호강의 살아있는 모습을 더욱 조명해야 한다. 앞으로 금호강의 또 다른 모습을 통해서 이 문제의 사업의 허구성을 더 짚어볼 예정이다. 그래서 대구시가 과거의 방식을 반성하고 미래지향적 하천관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 

*금호강 생태조사 사업을 위해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고니와 수달의 집 금호강을 지켜주세요).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서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이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대구시,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 #수중보, #오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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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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