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정한 교육 적임자"라면서 교육부장관에 지명한 김인철 후보자(전 한국외국어대 총장)가 교수 시절 수업에 불출석한 유명 프로골퍼에게 'A+' 학점을 부당 부여한 의혹을 받아 '총장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원 2021학년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학점 특혜로 공정교육을 망친 교육자가 공정의 허울을 쓰고 교육부장관에 임명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인철 총장 동영상, 왜 학생들에게 머리 45도 조아렸을까?

14일 <오마이뉴스>는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5월 30일 오후 3시, 이 대학 총학생회가 진행한 '총장과의 대화' 동영상을 살펴봤다.

이 동영상을 보면 김 후보자는 유명 프로골퍼에 대한 학점 특혜와 관련 학생들에게 고개를 45도 숙이는 등 머리를 조아렸다. 다음과 같이 사과하면서다.

"(프로골퍼) 김인경 학생 학점부여에 대해서 내가 여러분들의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와 같은 일을 관리 감독해야 할 총장으로서 여러 가지로 불미하고 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여러 교수님들께서 (경찰에) 불려가기도 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결과에 대해서 그 원인에 대해서 여러분들에게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사과의 마음으로 목례하겠다."
 
한국외대 김인철 당시 총장이 2018년 6월 8일 총학생회에 보낸 '학점 특혜' 사과 공문.
 한국외대 김인철 당시 총장이 2018년 6월 8일 총학생회에 보낸 "학점 특혜" 사과 공문.
ⓒ 외대 총학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이 같은 목례 사과 뒤인 2018년 6월 8일 김 총장은 총학생회에 보낸 공문에서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김인경 선수 학점 부여로 발생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총장으로서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장으로서 학사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다시 문서로 사과했다.

'학점 특혜' 문제로 퇴진 요구를 받는 데다, 총학생회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까지 나서 궁지에 몰리자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당시 총학생회는 김 총장이 사과하고, 학생들의 별도 요구 사항을 김 총장이 받아들임에 따라 김 총장 등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골퍼 김인경씨는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활동 학생들과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교수재직 시절인 2013년 2학기에 '조직관리론'를 강의하면서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 6등인 김인경 선수에게 A+를 줬다.

하지만 김 선수는 해당 학기 미국과 캐나다에서 7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해외에서만 30일 이상 머물렀다. 전체 학기 수업의 3분의 1 이상을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외대 학칙은 '총 수업일수의 4분의 1을 초과하여 결석할 경우 수험자격을 박탈'토록 하고 있다. F학점을 줘야 하는데도 최고 점수인 A+를 준 것이다.

2014년 김 후보자가 총장이 된 뒤에도 이 학교 상당수의 교수들은 2015년까지 수업에 불출석한 김 선수에게 학점을 줬다. 한 교수는 2017년 10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선수가 한 차례도 수업에 나오지 않아 '학점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는데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학점을 줄 수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학점특혜 사건이 알려지자 총학생회는 2017년 10월 19일 '외대의 정유라 의혹, 김인철 총장은 입을 다물라'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인철 교수가 (김인경 선수에게 A+) 학점을 주었던 2013년 12월 중순은 김 교수가 총장 당선이 확정됐던 시점"이라면서 "학교에 불명예를 짊어지게 한 김인철 총장은 (학점특혜) 의혹이 제기된 교수 당사자이자 우리 학교의 총 대표자"라고 지목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2018년 상반기까지 "학점특혜 및 불통행정 외대의 적폐 김인철 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김 후보자는 학점 특혜로 공정교육 망친 교육자"
 
2017년 12월, 김인철 당시 총장이 연루된 '학점 특혜'의 책임을 물으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외대 학생들.
 2017년 12월, 김인철 당시 총장이 연루된 "학점 특혜"의 책임을 물으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외대 학생들.
ⓒ 외대 총학

관련사진보기

  
이 당시 학생자치 활동가로서 '총장 퇴진운동'을 경험한 이주원 2021학년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오마이뉴스>에 "김 후보자는 교수 시절 특정 프로골퍼에게 학점 특혜를 주어 공정교육을 망친 교육자이며 자신이 총장을 맡았을 때는 학점특혜를 종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이라면서 "이런 분에게 대통령 당선자가 '공정한 교육 적임자'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공정'의 허울을 쓰고 후보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3일, 윤석열 당선자는 김인철 후보자를 지명하는 자리에서 "아이들과 청년세대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김 후보자를 소개한 바 있다. 김 후보자도 같은 날 발표한 소감문에서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에 힘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 후보자가 관련된 학점 특혜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김 후보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도 남겼지만,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태그:#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학점 특혜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