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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소년 노동인권센터 사무실
 충남 청소년 노동인권센터 사무실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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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순례단은 투쟁현장 만이 아니라 세상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에서 배제되고 힘없는 사람들, 개인의 일상이 무너진 곳을 찾아 갑니다.

지난 6일 오전 봄바람 순례단과 길동무는 아산시에 있는 (사)충남 청소년 노동인권센터를 찾아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이 단체는 학교 안팎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욱과 현장실습 학생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2017년 6월, 충청남도와 교육청의 조례로 만들어진 청소년 노동인권센터는 6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한 도의원이 "센터가 청소년에게 '빨갱이 교육'하러 다닌다"는 주장을 한 후 곧바로 폐쇄당하였습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바로 청소년 노동인권 단체의 현실입니다.

지역 시민사회의 청소년 노동인권 지킴이들은 '너희가 중단하라 하면 우리가 직접 한다'며 주저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였습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상근자가 줄어들었지만 2명의 센터 상근자와 12명의 지킴이들은 오늘도 청소년 노동인권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청소년 노동자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청소년 노동자에게 노동법 위반이 현장에서 수없이 발견됩니다. 노동인권센터의 상담사례를 보면 체불임금과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사업장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사업자가 CCTV로 감시를 하고 알바생 성폭력 피해로 자살 청소년도 생깁니다, 편의점 주인들에게 외모로 평가 받기도 하고 절도로 누명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은 나이가 적고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습니다.

현장실습 학생들은 안전하지 않은 노동현장에 투입이 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재발 됩니다. 학생들은 가장 열악한 곳에서 실제 성인과 똑같은 일을 시켜도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생각하면 참고 견딥니다.

청소년 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님은 20년 전 자신 역시 현장실습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사무국장님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로 11년째 싸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장실습은 화장실 청소나 집기 정리, 잡일 등 보조적 역할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청소년 노동을 착취하는 제도로 반드시 없어져야 된다고 합니다. 비청소년이 청소년 노동을 알아야 하며 사회가 청소년 노동이 겪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합니다. 학교에서 전혀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에게 '너의 목소리를 내라'고 할 수 없다며 청소년에게 귀 기울이며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센터의 지킴이들은 다른 직장에서 일하면서 반차, 연차 휴가를 내서 청소년 노동교육을 위해 학교를 찾아 간다고 합니다. 센터는 충남에서 사는 고려인 청소년에게도 다가 갑니다. 이주 청소년을 위해 노동인권 팜플렛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힘든 상황에서도 청소년 노동인권센터를 이끌어 가는 한 사람이 있는 한,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것이 바로 다른 세상의 시작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삶
 
한빛 장애인 평생 교육원 간담회
 한빛 장애인 평생 교육원 간담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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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한빛 장애인 평생교육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사)한빛회는 1981년 천안에서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된 장애인 단체입니다. 장애 당사자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애인권을 위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은 '격리'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지만 중증장애인 삶은 이미 일상적인 자가격리의 삶을 살아왔으며 매일 매일이 투쟁의 연속입니다. 장애인 평생교육원은 삶의 현장에서 '자립정책으로 대중으로, 문화로'라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며 장애인권과 성인 장애인 문해교육, 검정고시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평생교육원 활동가는 우리에게 '봄바람 불 듯이 온 사람들'이라며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장애인들은 코로나로 모이기 힘든 현실이며 서로 방문하기가 어렵고 현장까지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장애인 한 분은 '우리는 코로나 이전부터 격리였다. 자가격리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타가격리'의 삶을 산다'고 하였습니다. 가슴아픈 말입니다.

순례단의 문정현 신부님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1986년 전북 장수군의 장계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였습니다. 어느날 구석진 시골 마을에 갔는데 7살 먹은 아이가 감나무에 묶여져 있었습니다. 나무 옆에는 밥그릇이 뒤집어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부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볼 수 없었습니다. 묶인 아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성당의 빈 곳을 수리해서 방을 만들었습니다. 부모를 찾아가 아이들과 같이 밥먹고 잠자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금새 알려져서 13명의 장애인이 모였습니다. 그 집은 '작은 자매의 집'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회원이 장애 당사자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코로나로 확진을 받았지만 장애가 있어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활동 지원사와 만날 수도 없어 한동안 격리되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장애인의 사망율이 더 많은 이유입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저상버스의 도입이 저조하고 기사들의 인권의식을 비판했습니다. 버스 배차시간은 장애인들이 버스를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고 승객들이 욕을 하기도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장애인 교육권도 노동권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늘 간담회 자리에 오는 것도 큰 결단을 하고 어렵게 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역입니다. 아이가 있는 장에인의 경우 아이들 돌봄이 너무 힘들어 언제 코로나를 벗어날지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장애인 가족을 위한 보호 정책을 기다리지만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나혼자의 힘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상상황이 생기면 당하고 죽는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 났지만 이 사회는 관심이 너무 없다면서 우리도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인데, 우리에게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계속 귓전에 남아 뒤돌아서기가 어렵습니다.


 
청주 터미널 앞 충남 민주노총 문화제
 청주 터미널 앞 충남 민주노총 문화제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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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천안터미널 앞에서 충남민주노총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태안 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투쟁을 하고 있는 아산시립 합창단, 청소년 노동인권, 여성운동, 환경운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는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새벽 6시 출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석탄 화력이 폐쇄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가족은 생계가 끊긴다며 막막하다고 하였습니다. 현장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 암선고를 받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왜냐하면 화력발전소 폐쇄가 몇 년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발전소 노동자들은 전환배치로 고용승계가 되고 사택까지 제공되지만 비정규직은 고용보장도 없고 고용이 되더라도 주거와 교육이 불안합니다. 처음에는 기후정의를 위해 일터를 나와야 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서로 만나 이야기 하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열심히 함께 만들어가자고 하였습니다.

청주 SK 하이닉스 LNG 발전소를 반대합니다
 
청주 SK 하이닉스 LNG 발전소 반대 거리시위
 청주 SK 하이닉스 LNG 발전소 반대 거리시위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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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봄바람 순례단은 청주 SK 하이닉스가 공장 앞으로 기자회견을 하러 달려갔습니다. 공장 앞 바로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주변은 상가가 발달한 도시 중심가입니다.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 LNG 발전소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SK그룹은 '지구를 지키는 착한 기업'이며 기후위기 해결사라고 선전하면서 주민들을 기만합니다.

SK 하이닉스 반도체공장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만드는 비상용 자가 발전소라고 합니다. 그런데 비상용 발전소가 아니라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대형발전소이며 이 발전소가 들어서면 연간 152만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됩니다. 청주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10%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LNG 발전소는 발전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다량 배출과 발암성 물질이 나옵니다. "석탄발전소와 달리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있고 석탄발전소보다 10년 이상 가동되기 때문에 누적 건강피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며 LNG 발전은 불완전연소로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이 나온다"고 합니다.

청주시 소각시설 용량이 전국의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 최악의 미세먼지 도시로 알려졌습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폐기물 소각장과 매립장이 청주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주시는 SK 하이닉스의 발전소 건립을 허가하였습니다.

오후에는 청주충북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 비상행동, 생태교육연구소,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참여한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간담회에서 한 활동가는 '환경문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라고 말하였습니다. 앞으로 사회적 문제로 공유하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힘을 모으자고' 하였습니다. '4.30 봄바람 순례를 넘어서 앞으로 체제전환을 위해 서로 고립되지 않고 같은 의제를 고민해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한 지역활동가는 그간 SK 하니닉스 발전소 반대 대책위 활동이 3년 동안 진행 되었지만 청주는 SK 공화국이라 언론도 외면한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민간발전소 건설은 중단해야 합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간담회를 마치고 청주시 외곽에 있는 목련공원내 납골당에 안치된 고 변희수 하사를 찾아가 추모시간을 가졌습니다. 변희수 하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국방부는 이를 이유로 변 하사를 강제전역을 시켰습니다. 변 하사는 국방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벌이던 중 1년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법원은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지 7개월 후인 10월, 강제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모습을 찾고자 했던 한 사람이 사회의 차별과 조롱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사회적 차별 속에 고립된 채 막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많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 모두는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성소수자들이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왜 이리 어려운가요. (봄바람 순례단 딸기)

2006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오늘도 제자리입니다. 성적지향 뿐 아니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민족, 인종, 언어 등 다양한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일상생활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자유, 평등을 위한 당연한 권리입니다.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잃어버린 고 변희수 하사, 그가 있는 목련공원 앞에서 다시 차별이 없는 세상을, 성소수자에게 아픔이 없는 세상을 갈망 해봅니다.

이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닙니다
 
평택 대추리 역사 박물관
 평택 대추리 역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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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봄바람 순례단은 평택 대추리 마을로 향했습니다. 이제 순례길도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그동안 경남, 전라, 충청권을 지나 경기도로 들어섰습니다. 대추리 주민들이 새롭게 살아가는 대추리 평화마을에서 환영을 받았습니다. 주민들은 대추리애서 함게 싸웠던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순례단을 위해 정성스럽게 점심을 준비하여 주셨습니다.

대추리 미국기기 확장을 막아 온 평택평화센터는 체험마을을 만들어 평화와 생태, 예술문화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대추리 역사관을 들어서니 대추리 사람들 사진 전시관과 '평화'가 쓰여진 깃발과 당시 대추리 투쟁에 관한 역사가 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옛기억이 됫살아납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람들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다른 세상의 시작입니다.

점심을 먹은 후 오산 미공군기지로 향했습니다. 평택에는 오산 미공군기지와 평택미군기지가 있습니다. 오산미공군기지는 259만평으로 미국의 태평양 지역의 최대의 공군기지입니다.
 
오산 미군기지 옆 철조망 따라 걷기행진
 오산 미군기지 옆 철조망 따라 걷기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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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은 전국의 미군기지를 다니고 있는 자주평화원정단과 함께 오산미군기지 탄약고가 보이는 비포장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택 민주노총에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봄바람 길동무, 평택평화센터, 쌍용자동차 복직자와 4월 4일부터 11일 동안 전국미군기지를 순례하는 자주평화원정단, 그리고 지역의 평화운동가, 시민사회단체 회원등이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한 평택활동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K-55 전투기 폭음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는 괴롭습니다. 멀리서 연대를 통해 평화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고맙습니다. 우리는 미군기지의 폐해를 조사하기 위해 걸어서, 자전거로, 때로 차로 다니면서 주민을 만나고 기록합니다. 미군이 일으키는 환경오염문제. 한국인 피해사례는 정보공개가 안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자주평화원정단과 봅바람 순례단의 평화 캠페인
 자주평화원정단과 봅바람 순례단의 평화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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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이후 평택역 앞에서 한미연합 훈련 반대와 평화를 원하는 캠페인을 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태그:#청소년 노동인권, #중증장애인 인권, #SK 하이닉스 LNG 발전소 반대, #평택미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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