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 전국 화장장의 장례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3월 16일 오후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 앞에 장례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 전국 화장장의 장례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3월 16일 오후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 앞에 장례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입원 17일 동안 면회 한번 못하고 홀로 쓸쓸히 병마와 싸우시고 선화장 후장례 그리고 고인 확인불가 때문에 관속에 누워 계신 아버지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뜨거운 화장터로 보내어드렸습니다. 마치 동물살처분 하듯 말입니다." (코로나 사망 유가족 A씨)

"건강하고 활동적이 시고 사랑 많았던 엄마가 떠난 지 이제 겨우 한 달. 엄마가 병상에서 두 달을 버티는 그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한번도 경험 하지 못한 눈물과 슬픔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두 달 동안 딱 네 번 잠깐 만난 엄마를 생각하면 너무 슬퍼서 눈물만 나옵니다." (코로나 사망 유가족 B씨)

위중증 환자 피해자의 보호자인 민지(34)씨는 8일 기자에게 코로나에 확진된 후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쓴 편지 내용을 전화기 너머로 전했다. 72세인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아직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민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어머니의 납골당까지 예약하며 임종을 준비했는데 다행히 고비를 넘겼다"라면서 "하지만 언제든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는 그런 감염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3년 차, 코로나로 인한 직간접적인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8일 오후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코로나 대확산으로 인한 죽음-애도와 기억의 추모제'를 연다. 이날 행사는 인권대응네트워크·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주관으로 열린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평균 200~3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식 집계에 드러나지 않은 죽음 역시 함께 추모하고 애도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의료공백, 의료 접근권 부재 등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코로나로 갑작스레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의 상실감, 또 오랫동안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의료진의 마음 상태까지 고려하는 심리방역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 "쏟아진 피도 못 닦은 채 화장"... 트라우마 시달리는 코로나 유족 http://omn.kr/1y4p9).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죽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씨와 시민들이 2021년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동사거리를 출발해 진상규명과 의료공백 재발 방지,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씨와 시민들이 2021년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동사거리를 출발해 진상규명과 의료공백 재발 방지,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일상회복을 준비한다고 하고 뉴스에는 벚꽃놀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코로나 사망 유가족에게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다. 어떤 사람들은 오미크론을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오미크론이 사망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통계속에 드러나지 않은 죽음도 상당하다. 언급조차 되지 못한 이들을 죽음을 사회가 함께 애도해야 한다."

민지씨가 '초과 사망'이야기를 꺼냈다. 초과 사망(excess death)은 질병 대유행이나 대형 사고 등 특이한 원인으로 통상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나왔을 때 '늘어난 사망자 숫자'를 말한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전에 숨진 경우, 다른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의료 과부하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경우 모두 공식 집계에 들어가지 않는 '초과 사망'에 해당한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는 공식 통계로 6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의 워싱턴대 연구팀은 지난 3월, 공식기록의 3배가 넘는 1820만 명을 코로나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로 집계했다. 

2020년 3월 18일 세상을 떠난 정유엽군 역시 초과 사망으로 볼 수 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할 때 정군은 고열이 난다는 이유로 병원들로부터 진료를 거부 당했고, 결국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인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55)씨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유엽이의 죽음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응급의료와 공공의료체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이 변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라면서 "여전히 지역 병원 중에서는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일반 환자를 받아주지 않는 곳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린 것을 비롯해 정군이 숨을 거둔 경산중앙병원에서 청와대까지 약 300km 도보행진을 한 정씨는 "아직까지 병원이나 정부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또 다른 감염병이 왔을 때 아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역시 "코로나 이후 애도와 기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면서 의료공백 속에 방치된 이주민·홈리스 등 사회 취약계층의 죽음을 언급했다. 이들은 안정적 주거가 기반인 정부의 방역 대책에 홈리스는 없다면서 홈리스는 2년이 넘도록 코로나의 위험에 맨몸으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사망한 홈리스 395명에 달한다. 이들은 "시설, 쪽방, 고시원 등 열악한 거처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가 2019년(295명)보다 100명이나 늘었다"라고 밝혔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기획팀장은 "정부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격리해제 후 투병하다 사망한 이들이 집계되지 않아 사망자 수를 속단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코로나 심리 방역 대책 마련해야"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2021년 12월 15일 오후 서울역에서 노숙인의 인권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홈리스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노숙인으로 사망한 이들의 명패를 22일 까지 전시하고 마지막날에는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1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 2021년 12월 15일 오후 서울역에서 노숙인의 인권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홈리스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노숙인으로 사망한 이들의 명패를 22일 까지 전시하고 마지막날에는 추모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추모제를 개최하는 이들은 ▲병상 부족 등 부실한 공공의료체계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의 부재 ▲재난에 동반된 경제·사회적인 위기 공백 등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마련을 촉구했다. 동시에 정부가 나서서 코로나를 사회적 재난이라 강조하며 코로나 사망유가족을 포함한 의료진 등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할 '심리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서영 팀장은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은 다양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의 죽음도 여기에 포함된다"라면서 "앞으로도 감염병 위기는 여러번 올 수 있는데, 공공의료 측면에서 이들 트라우마에 대한 공식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1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는 비율은 2021년 3월 9.7%에서 12월엔 13.6%로, 40%가 늘었다. 또 5명 중 1명이 우울 위험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지난해 국회를 찾아가 의원을 만나며 코로나 후유증·트라우마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일부 의원들은 설립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변한 게 없다"라면서 "2020년에 시작한 코로나가 2022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제 코로나가 사라질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심리치료, 즉 심리 방역"이라고 강조했다.

민지씨는 "일부 지자체에서 코로나 트라우마와 관련한 지원을 하지만 상실감과 우울함에 시달리는 유가족이 이를 적극 알아보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위중증 피해자 환자보호자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심리치료를 받으라고 서로를 설득할 정도"라면서 "코로나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별도의 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태그:#코로나, #사망, #심리 방역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