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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상이 작가가 작업한 타투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가 작업한 타투
ⓒ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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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대한문신사중앙회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의료먼허가 없는 사람의 타투 시술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소수의견)은 "타투 시술은 치료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무면허 의료 행위와 구분된다"며 현행법이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에도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직 타투이스트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7일,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이새김소의 상이 작가를 인터뷰했다. 상이새김소는 상이한 것들을 새긴다는 뜻이다. 상이 작가는 비건 타투이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광주 남구의 한 작업실에서 타투 작업을 한다.

인터뷰의 경우 실명 보도가 원칙이지만, 타투이스트는 현행 의료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고 작가명만 공개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의료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1심 판결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아래는 상이 작가와의 일문일답.

- 타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그림 그려서 먹고 사는 게 무척 어렵잖아요? 그래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타투이스트로 방향을 정했어요. 저는 10대 시절부터 이 일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지금도 계속 하고 싶어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도안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어떤 사람에게 어떤 그림이 들어가면 어울릴까 항상 느낌을 생각해 왔어요. 꽃이나 드로잉 같은 것도 자주 그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는 거 같아요."

- 타투 작업을 하실 때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다면요?
"저는 타투라는 작업을 접하기 전까지 제 그림에 대해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타투 덕에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타투를 하면서 정말 좋았던 건 제 도안과 그림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 거 같아요.

제가 타투를 해드리는 모든 분들께 항상 전하는 마음과 말이 있어요. 제 그림과 도안이지만, 저는 그 도안이 누군가의 피부에 새겨져 그림이 되는 순간부터는 받아주신 분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제 손을 떠난거죠. 피부가 그 그림을 그 사람의 것으로 만들고 또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요. 그림을 선택하고 위치를 선택하며 저희는 모든 작업을 함께 이루어 냈어요. 저는 타투라는 작업에 시간과 대화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타투를 받는 분들께 행복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업해요. 마치 부적처럼 제 타투를 받은 모든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안녕하길 바라요."

- 기억에 남는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진짜 오랫동안 했던 작업이 있어요.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4시간 넘게 진행했는데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커다란 작업이었어요. 저는 작업을 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요. 작업하고 나면 마치 그림이 원래 자기 자리를 찾은 것처럼, 찰떡 같이 붙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저는 제가 한 작업들을 다 기억하고 있고, 제 작업들이 하나 같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새겨진 작업들이라서 좋아해요. 물론 손님마다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다르겠지만요.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의 도안.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의 도안.
ⓒ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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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시그니쳐도 있어요. 반짝이 타투 작업을 많이 해요. 이 작업을 할 때마다 되게 좋거든요? 그 사람이 정말 반짝반짝 빛난다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최근 한 손님께서 직접 만든 도안을 가져오셨는데요. 작업을 마치고 제가 다르게 표현한 그림이 이 그림이에요. 지구를 표현한 거예요."

- 비건 타투이스트라고 들었어요.
"사실 유명한 타투 잉크 브랜드들은 거의 다 해외에서 비건 인증 마크를 달고 와요. 근데, 비건이라고 이야기 하고 작업하는 건 손님에게 꽤 다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봐도, 타투이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작업을 받으면 더 나을 거 같아요.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소개하기 위해 비건 타투이스트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저는 서울에서 타투유니온 조합원으로 있으면서 녹색병원에서 멸균 과정이나, 타투가 살에 들어갔을 때의 변화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어요. 저는 타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생각해요. 타투이스트는 살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타투가 빨리 합법화 되어서 안전 위주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손님들도 더 안심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타투 합법화에 대해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건 진짜 웃음 밖에 안 나와요. 솔직히 말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타투를 단속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데, 제가 여기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더 안심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면 합법화가 필요하고, 합법화를 위해서는 이 주제를 가시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주제가 사회적으로 제대로 이야기 되었으면 해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사실 사회에는 이야기 되어야 하는 일들이 되게 많잖아요? 저는 여러 이야기들을 접하고 화가 날 때가 많아요. 그리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요.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그것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거 같아요.

타투가 합법화되면 확실히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우선, 타투가 좀 더 대중화될 수 있고 광고 같은 것들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샵을 차려서 작업실을 지상으로 나오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지하에 있던 것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거죠. 그 과정에서 저도 제가 가진 직업에 대해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동료 타투이스트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워요.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잖아요? 합법화가 되면 동종업계 분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 최근 진행한 또 다른 작업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저는 매달 예약을 받을 때 항상 제가 만든 캐릭터를 넣어요. 이번에는 제가 만든 캐릭터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도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그 캐릭터가 바느질한 그림을 작업해 달라고 하셨어요. 컬러로 작업을 했는데, 손님이 직접 컬러를 선택해 주셔서 함께 좋은 작업을 했어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것들을 표현했는데요. 엘리스가 먹는 버섯이나 압솔렘이라고 하는 엘리스에 나오는 물담배를 피우는 애벌레, 그리고 엘리스에 나오는 물방울 같은 것들을 작업했어요. 저는 작업을 할 때 꼭 이야기를 넣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 이야기를 생각해 주시는 게 좋아요.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의 셀프 타투.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의 셀프 타투.
ⓒ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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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셀프 타투로 점과 점 사이, 그리고 그것이 이어져 선이 된 무언가를 표현해 봤는데 이 이야기도 꼭 드리고 싶네요. 근데 저 그 생각도 있어요.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요. 이야기도 계속 하다보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유도 똑같아요. 저는 그림 그릴 때 너무 즐거워요. 타투할 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에요."

덧붙이는 글 | 상이저장소 상이 작가님의 작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홈페이지(https://www.instagram.com/sang_i_tt/?hl=ko)를 참고하면 된다.


태그:#타투이스트, #광주 타투이스트, #상이 작가, #비건 타투이스트, #상이새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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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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