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IMF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물이자 스포츠물이자 성장드라마이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김태리 배우는 3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풋풋한 고등학생 역을 맞춤옷 입듯 소화해낸다. 김태리가 맡은 나희도는 고등학교 펜싱 선수로 라이벌과 대립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눈다. 또 IMF 사태로 부유했던 집안 도련님에서 가장이 된 남주혁이 맡은 백이진과 알게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되었을 때 사랑을 하게 된다.
 
드라마는 나희도와 남주혁의 연애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친구들에도 주목하며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얼마전 나왔던 전교 1등 반장 지승완(이주명 역)의 이야기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지승완은 친구가 학생주임에게 심한 손찌검을 당하자 말리다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출동하지만 학교 일에 관여할 수 없다며 도리어 교사를 신고한 지승완을 나무란다.
 
지승완은 이런 부조리함을 알리고자 자신의 해적 방송에 사건을 공개하지만 학생주임이 이를 알게 된다. 학생주임은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바 퇴학 당할 수도 있으나 전교생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면 이 일을 넘기겠다고 한다. 지승완은 잘못을 저지른건 학생주임이며 "절이 쪽팔리면 중이 떠나면 된다"며 수능을 얼마 앞두고서 자퇴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전교 1등 반장은 학생주임의 체벌에 항의하다 결국 "절이 쪽팔리면 중이 떠나야지"란 말을 남기고 자퇴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전교 1등 반장은 학생주임의 체벌에 항의하다 결국 "절이 쪽팔리면 중이 떠나야지"란 말을 남기고 자퇴한다. ⓒ tvn

 
교권은 체벌에서 오는 게 아니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란 속담까지 있듯이 오랜 기간 가정과 학교에서의 체벌은 당연시되었다. 심지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될 당시에 "각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학생에게 징계 또는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었다. 1996년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안'을 마련하며 체벌 불허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교육법을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기본법으로 분리하며 교사들의 입장을 고려해 교육상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체벌을 하도록 했다. 2011년에서야 "학교장은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며 체벌을 금지했다. 하지만 실제 법보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동영상 촬영기능이 포함된 핸드폰이 대중화되면서 체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드라마와 비슷한 시기인 199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나에게 체벌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비교적 모범생으로서 상대적으로 적게 맞았지만 그래도 하루에 2~3번씩 꼬박 꼬박 맞았다. 예를 들어 영어시간에 단어시험을 봐서 틀린 갯수대로 맞는다든지. 내가 그 정도였으니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많이 맞았던 건가.
 
그중에서도 중학교 때 3시간 동안 맞았던 일이 기억난다. 기술 시간에 선생님이 문제를 푸는데 괜시리 손을 들어서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실수로 선생님이 푼 내용을 지워버렸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갑작스레 내게 달려와서 뺨을 사정없이 계속 때리고 그 시간 내내 맞았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나를 지하실로 데려가 2시간 동안 때렸다. 실수한 일을 가지고 체벌을 할 정도였는지, 하더라도 3시간 동안 때려야 할 일인가 싶었지만 더 맞을까봐 울고불고 계속 빌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더더욱 못했다.
 
혹시라도 일이 생길까 싶었는지 교장선생님이 불렀다. 선생님을 탓할 수도 없고 또 다시 내게 훈계를 하기도 그랬는지 한참을 바라보던 교장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법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러지기 보다는 구부러지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었다. 사실 구부러지고 말고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그냥 그 이후로는 선생님이 틀린 얘기를 하든 말든 조용히 침묵했을 뿐이다. 그때는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흔하지 않기도 했고 오직 하나의 길만 있는 줄 알았다.

누군가는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체벌은 불가피한데 이를 전면 금지해서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체벌을 해야만 지켜지는 교권이라면 그게 과연 권위가 있는 것인가. 직업상 학교의 선생님과 일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참된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체벌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존경하고 따른다. 권위란 그런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윌스미스의 폭력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폭력이 일상화되고 정당화되는 상황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화를 통한 설득보다는 폭력을 통한 제압을 또다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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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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