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승 2무 1패의 좋은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 한국 대표팀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승 2무 1패의 좋은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 대한축구협회

 

마지막 끝맺음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과 숙적 이란전 승리 등 매우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벤투호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전을 마지막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앞선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탈락 위기에 내몰리며 가슴을 졸였던 것과 달리 이번 최종예선에서는 2경기를 남겨두고, 조기에 본선행을 확정지을만큼 순항했던 행보였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에 걸쳐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벤투호가 남긴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을 되짚어본다.
 
향상된 전술적 완성도,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
 
첫 경기 이라크전이 무승부로 흔들렸지만 벤투호는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높은 볼 점유율, 빠른 반대 전환, 전방 압박, 능동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벤투 감독의 철학이 팀에 잘 녹아들었다. 지난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선수들도 서서히 벤투식 축구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레바논과의 2차전 첫 승을 시작으로 8경기 동안 무려 승점 22(7승 1무)를 획득하며, 손쉽게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벤투호는 10경기에서 7승 2무 1패, 13득점 3실점으로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선보였다. 이란과 호주(이상 15득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득점이다. 실점률은 최종예선에 오른 12개 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김민재-김영권 센터백 라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좌우 풀백은 김진수-홍철, 이용-김태환이 경쟁 구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다양한 선수풀 가동, 유능한 신예 발굴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을 소화하면서 베스트 11의 윤곽을 어느정도 다져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플랜A만 완전히 고집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상대팀에 맞는 게임모델을 준비하고, 부분적인 변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전략을 짜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최소 1분 이상 출전시킨 선수는 32명이다.
 
엄원상, 송민규, 김건희, 조영욱, 조규성, 이동경 등 20대 초중반의 어린 자원들에게도 조금씩 기회를 부여했다. 이 중 조규성의 발견은 가장 큰 수확이다. 조규성은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와는 차별화된 많은 활동량과 세밀한 연계 플레이로 합격점을 이끌어냈다.
 
손흥민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경기 4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 손흥민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경기 4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 대한축구협회

 
'월드클래스' 손흥민 활용법 찾다
 
그동안 벤투호의 가장 큰 고민은 손흥민 활용도였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100% 기량을 재현하지 못했다. 각종 평가전과 아시안컵,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까지 손흥민은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1경기에서 4골에 그쳤다.
 
그동안 손흥민은 2선 측면에서의 돌파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킹에도 많은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과부하가 걸린 탓인지 손흥민의 득점력 감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최종예선 7경기에 출전해 4골을 폭발시키며,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골 순도 역시 매우 높았다. 시리아전 결승골, 이란과의 홈 앤 어웨이에서 각각 1골씩 터뜨렸으며, 이라크전에서는 페널티킥 골을 추가했다.
 
중원에서의 볼 순환과 패스의 줄기를 찾는 역할을 황인범, 이재성 등 중앙 미드필더들이 적절하게 소화함에 따라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신의 장점인 수비 뒷공간 침투와 슈팅에 주력할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보다 강한 팀들을 상대로 어떠한 전술을 꺼내들지 고나심을 모은다.

▲ 파울루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보다 강한 팀들을 상대로 어떠한 전술을 꺼내들지 고나심을 모은다. ⓒ 대한축구협회

 
 
강팀 상대로 벤투식 축구 통할까
 
이제 눈높이는 오는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상대한 아시아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 높은 32개국이 경쟁을 펼친다. 냉정하게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언더독'에 속한다. 역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두 차례뿐이다.
 
아시아 예선에서는 높은 점유율과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지만 본선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우세하게 끌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라인을 내리고, 선수비 후역습을 통한 전략으로 나서야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벤투 감독의 철학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고민을 키운다.
 
남은 7개월 동안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모의고사를 치르며 현 주소를 진단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오는 6월과 9월 FIFA가 공인하는 A매치 데이 기간 동안 최대 6경기를 치를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세트피스 전술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의 주요 전술은 세트피스였다. 16강에 진출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6득점 가운데 무려 4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으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카잔의 기적을' 만든 독일전 결승골도 손흥민의 코너킥을 통한 김영권의 발에서 터졌다.
 
세트피스는 약팀들이 강팀을 잡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세트피스를 통해 만든 득점이 한 차례다. 시리아와의 3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을 올린 후 혼전 상황 중에 손흥민이 넣은 골이 전부다.
 
이에 반해 코너킥에서는 무득점이다. 최종예선 10경기에서 한국이 시도한 코너킥은 무려 74회. 마지막 UAE와의 최종전에서는 16개의 코너킥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확실한 스트라이커를 찾아라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스트라이커의 득점력 저하다. 벤투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13골을 넣은 주전 원톱 황의조의 부진이 뼈아프다. 최종예선 8경기에 출전해 무득점에 그친 것은 여러모로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상대 뒷 공간 침투를 담당하는 황의조의 스타일과 벤투 감독의 전술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반해 조규성은 2선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고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벤투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한 수비수들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극소한 기회에서 한 방을 매듭지을 결정력이 절실하다. 벤투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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