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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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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는 단순히 집권세력의 얼굴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의 전면 변화를 예고한다. 그래서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은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부터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둘러싼 상황들을 보면 '터질 게 터졌다'고만 말할 수 없다. 겨우 선거가 끝난 지 2주 됐는데, 예상보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급기야 24일에는 '세 번째 충돌'마저 빚어졌다. 

너무 빠르게, 계속 터지는 갈등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하루 전 박범계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자 예산 편성권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40여일 후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당선인 공약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박 장관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신-구 권력이 아예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도 생겼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이견'을 노출하는 정도로 긴장감을 유지했다. 하지만 23일 낮 12시 10분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쪽 희망 인사로 알려졌던 이창용 IMF(국제통화기금) 아태국장을 신임 한국은행 총재를 지명하자 윤 당선인 쪽은 12시 38분 곧바로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공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사람의 회동까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다음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수석을 통해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될 분"이라면서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에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밝혔다. 이 직후 윤 당선인은 통의동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찾아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정부에 좀 넘겨주고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만나자는 문 대통령에게 윤 당선인은 각을 세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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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당선인의 불편한 관계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유독 빠르고 잦다. 게다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제외하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한은 총재 인선 모두 윤 당선인 쪽의 '선공'에 가깝다. 도대체 왜 그럴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확전을 불사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윤 당선인의 말도 별로 순화된 것 같지 않다"며 "국민들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편을 갈라서 그 난리를 치고 우리를 갈라놓고 했던 것까지는 인정하는데, 끝났으면 어떻게든 손잡고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인이 자꾸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까닭을 "우리가 정권을 교체했고, 그 정권교체를 지방선거에서 완성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당선인 본인이나 인수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유지하고 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에 각을 세우며 지지층을 결집했던 선거운동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현 상황을 쟁점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방선거까지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 포에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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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이 흐름대로면 용산 집무실 이전이든, 한은 총재 인선이든, 검찰개혁이든 개별 사안의 당위성은 사라지고 '문재인 대 윤석열'이라는 갈등 구도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의 탄압을 받는 검찰총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떠올랐던 윤 당선인에게는 유리한 구도다. 자연스레 대선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지방선거 때 누가 더 지지층을 투표소로 불러내느냐 싸움에서 윤 당선인이 우세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이 마냥 윤 당선인에게 호의적이진 않다.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용산 집무실 이전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36%, 반대 53%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이 향후 5년 간 대통령으로서 직무수행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답변은 55%로, 전임 대통령들의 당선 2주 이내 즈음 직무수행 긍정 전망이 80% 안팎이었던 선례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 84%, 2012년 12월 박근혜 당선인 78%,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87%).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여전히 강 대 강 국면이, 특수부 검사가 압수수색하듯 전광석화로 이슈를 주도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일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사실 우리 윤석열 당선자에게 얘기하고 싶은 게 뭐냐면, 모든 일을 너무나 급하게 처리하려고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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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그:#문재인, #윤석열, #청와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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