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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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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해오던 청와대가 결국 윤 당선인 측에 "그렇게 거짓말 하면 다 공개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이런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게 된 데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 "협의된 적 없다"고 반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23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 10분경 신임 한은 총재 인사를 발표했다. 이때 청와대 측은 "자세한 사항은 답하기 곤란하지만, 한국은행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바로 윤 당선인 측은 이창용 후보자 지명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발표가 있은 지 불과 23분만에 반박한 것이다. 윤 당선인 대변인실은 낮 12시 38분에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청와대 "한은 총재 인사가 선물돼 회동성사 잘 풀릴 줄 알았다"

양측이 한은 총재 인사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가 된 것. 결국 이를 지켜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협의 상황을 잘 아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섰다. 그는 오후 2시 15분경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은 총재 인사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은 총재 인사 발표에 앞서 윤 당선인 측에 전화를 건 것은 11시쯤이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전) 11시에 대통령님을 뵙고 내려와 기분 좋게 (윤 당선인 측의) 원하는 바를 들어줬기 때문에 좋아할 줄 알고, (윤석열 당선인 측에) 전화를 해서 '(이창용 후보자를 한은 총재로) 인사를 해서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내부 절차 마치고 오늘 공개하겠다'고 했다"면서 "오늘 (한은 총재 인사) 발표한다고 했더니 본인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을 했고, '(추천할) 사람이 바뀌었다, 딴 사람 할 거다'란 주장도 했다고 했다. 또 하나는 '(인사를) 패키지로 해야지 왜 이것만 하냐' 이 세 가지가 섞여서 뭐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고 이날 오전 상황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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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에)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두 사람을 물어봤다"면서 "둘 중 누구냐 했더니 (윤 당선인 측이) 이창용이라고 해서 이창용을 (인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쪽(윤 당선인 측) 인사 원하는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이 인사가) 계기 되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고위 관계자는 "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 "자꾸 그렇게 거짓말 하면 저도 (오갔던 발언을) 다 공개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이 고위 관계자는 "역대로 대통령이 만날 때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적이 없지 않느냐. 지금 전례가 없다"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게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는 "(감사위원 등 인사) 나머지 3자리는 빨리 협의를 하자, 이렇게 제안했다고"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은 총재 인사 선물'을 준비했던 청와대의 계획은 빗나갔다. 

장제원 "추천 절차 밟지 않아, 용산 이전 반대는 안 만난다는 거 아닌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를 만나고 있던 시각,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장 실장은 "(한은총재 후보) 발표 10분 전에 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며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려면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니까 (제가)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비토이고 아니고를 얘기하기 전에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를 하는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앞서 문 대통령 측과 윤 당선인 측이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인사권 쟁점에 대한 사전정지작업이란 추측이다. 한은총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위원 2명 등 총 4명의 인사권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쟁점화 됐는데 이 가운데, 청와대서 요구하는 감사위원 1명의 인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마치 당선인 측의 요청대로 한은총재 후보를 지명했다는 얘기다.

장 비서실장은 "언론에서 이걸 (청와대서 내민) 화해의 제스처라고 분석하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오늘 인사 발표가 선의였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질문엔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선의'가 돼야지, 저도 지금 얘기하는 것이 선의다"라고도 반박했다.

그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신뢰가 깨졌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장 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탈 권위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청와대 공식적 대변인이 (발표했는데). 그럼 저희는 만나지 않겠다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진정성 있게 얘기 안 하지?라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대통령-당선인 회동 걸고 '용산 이전' 되살리기?
 
문재인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한 2022년 3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의 모습.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 한은 총재 후보 지명, 협의 여부 두고 인사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담당 국장을 지명한 2022년 3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의 모습.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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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다. 당선인 측은 그것이 협의도 아니고 추천절차도 없었다고 하지만 당선인이 대통령에 인사를 추천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은 총재 인사로 불거졌는데, 당선인 측에서 제기한 불만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로까지 이어졌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사를 선물로 주고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이끌어내려 했고,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용산 이전을 반대하면서 무슨 진정성이 있다고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다.

결국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가 정국의 핵심에 있는 모양새다.   

태그:#청와대, #문재인, #윤석열, #한은_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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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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