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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의 시정질의에 답변 중인 박형준 부산시장. 자료사진.
 부산시의회의 시정질의에 답변 중인 박형준 부산시장. 자료사진.
ⓒ 부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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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제·개정을 놓고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가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례에 대해 잇달아 재의를 요구하면서다.

거부권 행사 부산시, 재의결 나선 시의회

부산시의회는 23일 열리는 302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공공기관장 인사검증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다시 상정해 처리한다. 이 조례안은 지난 301회 임시회에서 가결됐지만, 이를 거부한 부산시는 바로 재의요구에 나섰다. 조례규칙심의위를 연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의 의견을 달아 조례안을 시의회로 다시 돌려보냈다. 상위법에 어긋나고,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다시 신중히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의회 본회의에서 재가결되면 조례안 논란은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도 있고, 행정안전부 의견도 다르지 않다"라며 "통과한다면 이후엔 관련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120조는 단체장의 재의요구와 대법원 제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의회의 인사검증 조례안은 공공기관장 인사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과 절차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된다면 정원 100인 이상의 출연기관, 지방공기업법에 근거해 설립된 공사·공단 등 11곳에 대한 인사검증이 의무화된다.

조례안을 발의한 노기섭 민주당 시의원은 "국회에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는데 지방분권 시대 부산시의회에는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시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당연히 필요한 조례"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앵무새처럼 상위법과 인사 고유권한만 말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 개선을 요구하는 게 우선"이라며 "처리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통과 필요성을 설득할 계획이고, 다수가 찬성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21일 부산시의회 302회 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 답변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
 21일 부산시의회 302회 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 답변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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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법학 전문가 의견은?

시민단체와 변호사단체는 부산시가 과도하게 재의요구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의를 요구한 조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건축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등에 대해 비슷한 이유로 재의요구 절차를 밟았다. 이 중 전국 최초 사례였던 납품도매업지원 조례는 대법원 제소를 거쳐 집행정지됐다. 공공기관장 인사검증 조례도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산지부는 "인사검증 조례안의 경우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전 검증인 국회 인사청문회법도 헌재의 위헌 판단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의견을 나타냈다. 또 "조례 이전부터 시장이 협약으로 인사검증을 승인했고, 인사검증 대상자의 개인정보 제출 논란도 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참여연대도 "월권과 위법이라고 보기 힘든데도 무리하게 재의요구를 하는 것은 입법기관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밝혔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 상한선을 규제하는 일명 '살찐고양이법'을 가져와 지금의 상황에 빗댔다.

그는 "지난 지방정부에서도 '살찐고양이법'이라고 부른 조례를 놓고 상위법 위반 논란이 있었지만, 대법원 제소까지는 가지 않았다"라며 "인사검증은 이미 협약으로 진행 중인 사안인데 부산시가 조례 제정을 막아설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법학 전문가는 지방자치권을 중심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법상 시장의 재의요구도 보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된 인사검증 조례의 경우 시장의 임명 이후 행해지는 검증이란 점에서 해당 조례가 임명권을 침해했다거나 법령에 위반되었다는 해석은 과도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중앙정부나 법제처 유권해석에 근거해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계속 대응하면 시의회나 시 모두 자체적으로 자치사무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나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지자체보다는 중앙의 이익이나 권한을 대변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이에 의존하면 지방자치권이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의회, #공공기관장 인사검증 조례, #유권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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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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