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의미 두 날개를 달고 비상을 준비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로 소년법정을 그린 드라마 <소년심판>이다. 

오는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소년심판>의 제작발표회가 2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 자리에는 출연배우인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과 제작진인 홍종찬 감독, 김민석 작가가 참석했다.

특별한 책임감 갖고 임한 네 배우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그려낸다는 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의 중심엔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네 명의 판사가 등장한다. 김혜수를 필두로 하여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이 그 주인공이다.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은 김혜수는 "재미를 넘어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출연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캐스팅이 완성되고 함께 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듣고 심장이 밖으로 나올 것처럼 쿵쾅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심은석의 반대편엔 소년범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차태주 판사가 있다. 배우 김무열이 연기한다.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공부하면서 점점 이해되는 부분들이 늘었다. 그때부터 이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라고 했다.

22년간 소년 법정을 지킨 부장판사 강원중 역은 배우 이성민이 맡았다. 이성민은 "예전에 소년범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소년 범죄가 낯선 소재는 아니었다"라고 운을 떼며 "시선에 따라서 소년 범죄를 판단하는 게 다를 수 있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소년 범죄에 다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이정은은 현실적인 판사 나근희를 연기한다. 나근희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은석과 달리 소년 범죄를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캐릭터로 심은석과 매번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정은은 "신선한 소재뿐 아니라 특별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점, 시대성을 반영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배우한테는 이 작품을 한다는 게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라고 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다
 
이성민은 <소년심판>을 중심에서 이끄는 김혜수를 지켜보며 느낀 점을 말하기도 했다. 이성민은 "우선 그녀의 식사량, 극 소식을 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감탄스러웠다"라고 말하며 이어 "촬영에 임하는 그녀의 태도도 놀라웠다. 마치 신인 배우 같은 태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이성민은 "허공에 날린 서류가 김혜수씨 얼굴에 붙었는데 감독님이 컷을 외칠 때까지 NG를 내지 않고 계속 연기하더라"라며 겸손하게 임하는 그녀의 모습을 언급했다.

에피소드마다 소년범 역할의 배우들이 달라지는데, 김혜수는 대선배로서 소년범역의 신예 배우들에 대한 애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는 "매 에피소드에 캐스팅된 배우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면면이 너무 특별했고, 현장에서 연기를 봤을 때는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하고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년심판>을 촬영하며 그가 느낀 점은 무엇일까. 

"이 작품을 통해 판사들의 진짜 생각과 실제 소년범의 사례를 접하게 됐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관심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게 됐다. 제가 관심이라고 믿었던 것은 청소년 범죄를 향한 분노나 안타까움이 다였던 것 같다. <소년심판>은 재미를 넘어 진심의 힘이 상당한 작품이다." (김혜수)

제작진 역시 배우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홍종찬 감독은 "저 역시도 그동안 소년범들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로만 접하다가 작품을 하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소년범죄는 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가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따라서 어느 한쪽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김민석 작가도 같은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야기를 쓸 때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라며 "글을 쓰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 몰입하는 건 아닌가' 혹은 '가해자를 변론하는 거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경계하며 썼다"라고 말했다. 

"에피소드마다 드러나는 범죄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자 했다. 단순한 청소년 문제가 아니라 이건 가족이나 사회 등과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자 했다. 유의미한 고민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봤으면 좋겠다." (홍종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