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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동물 공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행보와 공약을 유심히 살펴보면, 동물 공약은 인간과 친한 특정 종에만 해당하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혹은 특정 종만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동물'을 위한 공약이라고 발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농장 동물'이란 경제적 목적을 위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뜻한다. 돼지, 소, 닭, 오리, 말 등이 해당되며 주로 사람이 먹고 입기 위해 사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적으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개도 식용으로 길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농장 동물은 '동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그간 동물권 담론에서도, 선거기간 동안 동물 공약에서도 배제됐던 농장 동물에 관한 각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다. 농장 동물에 관한 공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농장 동물을 언급하는 공약과 축산업, 채식 문화와 같은 연관 키워드를 통해 농장 동물과 관련된 간접적인 공약이다. 

[이재명] 비건, 채식 관련 공약과 함께 축산업 진흥 정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서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서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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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개식용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개 이외의 농장 동물에 대한 공약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0일 선대위 동물권위원회에서 농장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자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장주와 아이쿱 생협 대표, 동물권 카라 정책실장,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참여했다. 권리가 아닌 복지 관점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점이 아쉬운 점이지만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고 동물 복지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2월 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서 "국가 주요 산업인 축산과 사료 산업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발표 말미에는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 비중을 3.9%에서 5%로 과감하게 늘리겠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 이 후보는 채식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임기 내 모든 공공기관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축산업과 사료 산업 진흥 정책과 농장 동물 복지 정책 그리고 비건 문화 확산 정책이 어떻게 함께 발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식용견은 따로… 이외 농장 동물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없는 상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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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발언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이외 농장 동물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상태다. 지난 농정 발표회에서 "농업, 어업, 축산업 정책 예산을 직접 챙기겠다"라고 밝혔다. 어업이나 축산업으로 인해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농장 동물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심상정] 축산 동물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확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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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14일 '동물복지공약'을 발표했다. 농장 동물 관련 공약은 ▲개식용, 동물 살처분 금지 로드맵 마련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동물복지 주간' 운영 ▲채식 문화 확산 ▲동물복지 축산농장 확대 등을 발표했다. 농정 발표회에서는 농장 동물이나 축산업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은 없었다.

[안철수] 식용 개 농장 단계적 폐쇄, 사업주 업종 전환 적극 지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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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월 17일 "식용 개 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사업주의 업종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개 이외 농장 동물에 관한 공약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오준호] 공장식 축산업 지원 정책 폐지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가 2월 9일 국회 앞에서 '사고 팔고 먹어도 될 동물은 없다' 피켓을 들고 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가 2월 9일 국회 앞에서 "사고 팔고 먹어도 될 동물은 없다" 피켓을 들고 있다.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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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9일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동물권 5대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동물이 겪는 상황을 언급하며 "탈육식 사회 이행 로드맵을 확립하고, 공장식 축산업을 축소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 장려·지원 정책 폐지 ▲배터리 케이지, 감금 틀(스톨) 사용 금지 ▲축산업 노동자와 이해당사자의 정의로운 전환 ▲채식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정책 등을 제시했다. 

[김재연] 공장식 축산 모라토리엄 선언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민주노총 초청으로 열린 ‘진보정당 대선후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정책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민주노총 초청으로 열린 ‘진보정당 대선후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정책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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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29일 '동물권, 채식권' 공약을 발표했다. ▲공장식 축산 모라토리엄 선언 ▲동물복지형 축산 전환 ▲축산업 종사 농민들의 필수 보장을 위한 대책 수립 ▲공공기관 채식 선택 의무화 등을 발표했다.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860만 명(命)다. 반면 2020년 도살당한 농장 동물 수는 10억 명(소 88만, 돼지 1832만, 닭 9억8617만, 오리 6702만 등)을 훌쩍 넘는다. 심지어 이 수치에는 도축 전 질병으로 폐사하거나 도태된 생명은 포함되지 않는다.
 
도살장 앞 트럭에 산란계가 가득 실려 있다. 산란계는 알을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도살당하여 고기가 된다.
 도살장 앞 트럭에 산란계가 가득 실려 있다. 산란계는 알을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도살당하여 고기가 된다.
ⓒ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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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동물은 오늘도 도살장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간다. 살아 있는 농장 동물은 '도살장 대기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농장 동물에 관한 공약은 쉽사리 찾기가 힘들다.

거대 정당에서는 축산업과 소비자 양쪽의 눈치를 봐가며 '동물복지농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농장은 사는 동안 고통을 경감할 수 있겠지만 동물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동물권 활동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누가 진정 동물을 위한 후보인가. 물론 목줄 달린 860만 명의 동물을 위한 공약도 필요하다. 하지만 목이 잘려나가는 10억 명의 동물을 위한 공약 또한 시급하다. 어쩌면 '먹는 동물은 따로 있다'는 사회에서 "식용견은 따로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발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그:#농장동물공약,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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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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