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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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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되살아난다. 합천창녕보 수문개방을 연장하라!"
"박재현 낙동강유역청장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
"녹조 독으로부터 안전한 농산물을 얻고 싶다. 낙동강 보 개방하라!"


지난 11일,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이 외쳤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쩌렁쩌렁 울려서 맞은편 산에 닿은 뒤 다시 되돌아왔다. 그들이 선 곳은 합천창녕보(합천보) 상류 1.5km 상류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어부선착장 앞 모래톱이었다.

이곳은 합천보 개방에 따라 새롭게 드러난 모래톱의 초입부에 해당한다. 활동가들은 수문 개방으로 제모습을 찾은 이곳에 모여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목이 터져라 함께 외친 것이다. 합천보 수문개방을 연장하라고 말이다.

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히다
 
지난 2월 10일까지 합천창녕보의 수문은 이렇게 열려 있었다. 그러나 11일 오전 9시부터 합천보의 수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0일까지 합천창녕보의 수문은 이렇게 열려 있었다. 그러나 11일 오전 9시부터 합천보의 수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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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열어뒀던 합천보 수문을 11일 다시 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작 2개월 10일 정도 만이다.

전날 기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합천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는 수문을 닫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날 수자원공사는 정확히 오전 9시부터 수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 시각 합천보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은 전화상으로 외쳤다.

"수공이 수문을 닫는다. 약속 위반이다."

기자는 수자원공사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경위를 물었다. 담당자는 아침에 4대강 조사평가단으로부터 수문을 닫으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어쩔 수 없이 수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지금은 가물어 상류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으니 수위는 올라가지 않을 거다"란 설명을 덧붙였다. 

이렇게 합천보의 수문을 닫혔다. 활동가들은 앞서 언급했듯, 2개월 10일만에 닫힌 수문을 두고 "낙동강이 되살아난다.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하라!"며 목청껏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합천보 수문이 열리자 곳곳에 넓은 모래톱이 돌아오고 독수리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이 찾는 등 낙동강의 생태환경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 단 두 곳의 양수장 문제 때문에 어렵게 연 수문을 다시 닫겠다니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낙동강유역청장의 약속
 
낙동강유쳑환경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역시 합천보의 수문개방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후 낙동강유역청장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낙동강유쳑환경청 앞에서의 기자회견. 역시 합천보의 수문개방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후 낙동강유역청장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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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낙동강유역청장을 면담했다. 이 과정에서 박재현 청장은 문제의 양수장에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주라"는 낙동강네트워크의 요구에 "즉시 현장에 가서 확인한 후 환경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날 수문이 닫히면서 박 청장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낙동강네트워크는 박 청장을 규탄하기도 했다. 

"박재현 청장은 우리 환경단체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아직까지 현장조차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재현 청장은 지금이라도 모든 일정을 중지하고 낙동강으로 달려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문제의 자모2리 양수장에 물이 말라있다. 수위가 내려감에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강물을 끌어다 이곳에 물을 채워란 것이 환경단체의 요구이다.
▲ 자모2리 양수장 문제의 자모2리 양수장에 물이 말라있다. 수위가 내려감에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강물을 끌어다 이곳에 물을 채워란 것이 환경단체의 요구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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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두 양수장에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 강물을 끌어다주면 될 것이란 주장은 낙동강네트워크만의 고집이 아니다. 해당 농민들 또한 "물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수문 개방을)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낙동강 농산물에서 검출된 녹조 독

한편 지난 8일에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금강과 낙동강의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녹조의 독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금강 하류의 한 정미소에서 구입한 현미에서, 낙동강 중류의 한 밭에서 채취한 무에서, 낙동강 하류의 한 밭에서 채취한 배추에서 각각 1.3㎍/㎏, 1.85㎍/㎏, 1.1㎍/㎏의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녹조 독이 검출된 현미, 무우, 배추를 가져다놓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이들은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낙동강 금강 농산물에서 청산가리 100배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음을 폭로했다.
 녹조 독이 검출된 현미, 무우, 배추를 가져다놓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이들은 많은 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낙동강 금강 농산물에서 청산가리 100배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음을 폭로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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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무, 배추는 '한국인의 밥상'의 주재료들이다. 이들에서 녹조의 독이 검출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비단 이들뿐이겠는가? 낙동강 강물로 농사지은 농산물은 더 있을 수밖에 없고 이들 또한 녹조의 독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국민건강과 국민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 이제 농민이 나서야 한다. 농민이 나서서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안전한 농업용수를 공급해달라고 말이다. 녹조의 독으로부터 안전한 농업용수을 얻는 길은 강에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녹조는 4대강 보로 강을 막아놨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굿둑으로 막힌 금강에서, 낙동강 보로 막힌 낙동강에서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고, 그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녹조의 독이 검출됐으니 그 반대로 해주면 된다. 하굿둑을 열고, 4대강 보의 수문을 열면 된다.

그러면 녹조의 독으로부터 안전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주변 농민들은 이제 농민들이 나서서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광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낙동강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문제의 무밭이다. 여기서 킬로그람당 1.85마이크로그람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낙동강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문제의 무밭이다. 여기서 킬로그람당 1.85마이크로그람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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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처장이 반가운 소식을 하나 전했다. 

"지난 2월 10일부터 낙동강 하굿둑이 상시 개방됐다는 것이다. 적어도 낙동강 맨 하류에서는 이제 녹조 걱정은 사라지게 생겼다. 낙동강 하류는 이제 건강한 강으로 되돌아올 일만 남았다. 따라서 낙동강의 모든 보들도 하루빨리 열려야 한다. 그것은 건강한 낙동강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이고 그로 인해 우리는 건강한 농산물을 얻게 될 것이다."
 
도동양수장에서 양수장을 관리하는 도동리 이용식 전 이장을 만나 현장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도동양수장에서 양수장을 관리하는 도동리 이용식 전 이장을 만나 현장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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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곳에서 농성을 시작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막힌 보를 추가로 열어도 시원찮을 이 시점에 기껏 열어둔 합천보를 다시 닫겠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라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가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조금의 수고로움만 발휘한다면 적어도 4월말까지는 합천보의 수문을 열어놓은 채 모니터링을 이어갈 수가 있다"라며 "그러니 지금이라도 환경부가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 합천보의 수문을 4월말까지는 그대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낙동강을 위한 최소한 조처다. 환경부가 결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낙동강 한가운데 마련된 합천창녕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현장 농성장이 꾸려졌다.
 낙동강 한가운데 마련된 합천창녕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현장 농성장이 꾸려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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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은 바로 그 자리에 텐트를 쳤다. 이른바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현장 농성장'을 차린 것이다. 이들은 합천보를 다시 열 때까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문제가 되는 양수장 두 곳을 위한 비상급수시스템을 마련해주라는 것이다. 

낙동강유역청장과의 만남

농성을 시작한 지 4시간 후인 오후 4시 50분 박재현 낙동강유역청장이 수행원들과 함께 현장에 찾아왔다.
 
농성장을 찾아온 박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농성장을 찾아온 박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과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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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청장님이 도동양수장과 자모2리양수장 바로 가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양수기를 동원해서 물을 퍼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환경부에 건의하겠다고 약속하셨잖나. 현장엘 가보셨나?"

곽상수 운영위원장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청장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아시다시피 새로 부임해서 업무보고 받는 데만 3주가 걸렸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업무보고 받느라 솔직히 현장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죄송하다."

이에 대해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처장은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청장님이 약속을 어기시면 됩니까. 환경부가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요. 환경부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대형 양수기 동원해 달라. 강물을 퍼주면 되지 않나."

"농민들은 물만 나오면 안심할 거다. 이왕 양수기도 동원하셨으니까 물을 퍼보자. 물만 들어가면 농민들도 안심할 거다. 우선 단 며칠 만이라도 물을 퍼올려보자."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도 함께 외쳤다. 이에 대해 청장은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그곳 농민들은 대구청 소관이다. 그래서 대구청장님이 농민들을 열심히 만나고 계신다. 농민들을 설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요구사항 잘 알겠다. 환경부에 그대로 전달하겠다. 결정은 환경부에서 한다. 그러니 기다려 보자."

청장의 발언을 끝으로 청장 일행은 돌아가고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만 남았다. 강의 수위가 10cm 정도 올라갔다. 농성장에도 물이 조금 차올랐다. 이렇게 농성장의 하루는 저물어갔다.
 
낙동강 바로 옆에 차려진 농성장. 수위가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물에 잠기게 생겼다.
 낙동강 바로 옆에 차려진 농성장. 수위가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물에 잠기게 생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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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 고발해오고 있다.


태그:#낙동강 수문개방, #합천창녕보,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 #부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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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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